쇼펜하우어 - 문체에 관하여

동방불패, 의천도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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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는 정신의 관상이다.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브런치와 블로그에 게재된 글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메일을 드리는 경우가 있다. 어차피 시장성이 확보된 작가들이야 메이저 출판사들과 계약을 맺고 있으니, 아직 강호로 나오지 않은 잠재태들과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유니버스를 지어 올려보고자…. 무협지로 치면 정파를 떠나온 이가 새로 만들어가는 사파의 이야기이라고나 할까?


글을 읽다 보면 그 사람이 처한 실존적 상황들까지 대강 느껴질 때가 있다. 실존철학에서 말하는 '실존'의 의미는 정서적 맥락으로부터 확장되는 삶의 구체성이다. 물론 글이 모든 걸 대변하진 않는다. 글쓰기가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행위라는 식의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관련 커뮤니티 활동이라도 오래 해보신 분들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 게다.


그렇다고 그게 잘못된 것이라는 의미도 아니다. 선별과 미화가 없는 속내의 기술(記述)도 매력도가 떨어지는 기술(技術)일 테니까. 그러나 가끔씩은 행간에 숨겨둔 것들이 느껴질 때가 있다. 모리스 블랑쇼의 '바깥' 개념이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정신분석이 이 '바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기도 하다. 무엇을 드러내고자 하는가는 무엇을 말하지 않는가와 연계되어 있기도 하다.


물론 누군가의 글에 품평을 늘어놓을 깜냥도 되지 못하거니와, 그렇다고 시장에서 어떤 반응이 있을지에 대한 안목을 갖췄다고도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서로가 지향하는 바, 그 결이 맞느냐의 결론일 뿐이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그것이 관상이라 해도, 왕이 될 상인지를 내가 어찌 알겠나? 내 관상도 잘 모르겠는 판에….


그러나 또한 기대하는 바.

규화보전도 동방불패가 숨겨두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또한 걱정하는 바.

올해의 시장이 필요로 하는 이야기가 소오강호일지 의천도룡기일지는 나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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