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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Jun 07. 2018

로컬 서점의 오늘과 내일,
속초 문우당서림

책과 사람의 공간, 문우당서림 이해인 디렉터를 만나다.

지금, 책과 서점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전국 각지에서 여러 독립서점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으며, 기존의 대형 서점들은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30년 이상 한결같이 속초의 로컬 서점으로 지역 주민들과 함께해온 '책과 사람의 공간'이 있습니다.


공삼삼이 만난 첫 번째 로컬 크리에이터,


속초 문우당서림(文友堂書林) 이해인 디렉터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사진 heylim 글 김지우


1. 이해인 디렉터의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문우당서림에서 큐레이팅과 디자인 그리고 서림의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디렉터 이해인입니다. 디렉터로서, 서림의 새로운 부분을 기획하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2. 문우당서림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문우당서림의 이야기는 1984년에 처음 시작되었어요. 이민호 대표님께서 20대 초반이던 당시, 아버님이 병환으로 누워계시게 되면서 학업을 중단하시고 생업과 새로운 진로를 위해 서림을 열게 되었어요. 10여 평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에 직접 ‘문우당서림 (文友堂書林)'이라는 이름을 짓고 동네 죽마고우 친구들과 함께 매일 손수 책을 나르고 꽂아 서림을 운영하셨어요. 그 후에는 결혼을 하시면서 바로 옆의 공간으로 서점을 확장하셨고, 지금의 위치에는 2002년에 새로운 서림을 만들기 위해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3. 당시만 해도 동네에 서점이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문우당서림이 위치한 속초에도 당시에는 10군데 정도의 서점이 있었다고 해요. 당장 생업을 위해 일을 시작하셨지만 그 업으로서 서림을 택하신 이유는 ‘책’이 매개가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에요. 옛날에는 서점이 문화공간의 개념은 아니었거든요. 그럼에도 대표님은 문우당서림은 책을 사고파는 공간만이 아닌 다른 영감을 전달하는 서점으로 기획하게 된 것이죠.



 4. 서울에서 학업을 마치고 일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가 궁금해요.


대표인 아버지의 영향이 컸어요. 제게 아버지는 항상 배우고 기댈 수 있는 존재였어요. 아버지가 서림을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신 무렵이 제가 디자인 공부를 하고 회사를 다니던 시기였어요. 디자인 적인 부분에서 제게 자문을 구하실 때, 어느 순간부터 ‘이제 저에게 기대는 부분이 있구나’라는 감정이 저에겐 큰 울림이었어요.   


서림이 내부적으로 앞으로의 방향성과 발전에 대해 약간의 정체기라는 느낌이 들었을 때, 저도 아버지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리뉴얼 과정에서 브랜드 전문가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서림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는 ‘아, 우리 서림의 작업은 우리가 직접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서림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였고, 조금 과장하자면 서림의 브랜딩이 숙명처럼 느껴졌던 거죠.    



5. 문우당의 경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해인 디렉터가 생각하는 문우당서림의 브랜드 경험과 공간 경험은 무엇인가요? 

 

책이라는 매체가 인간에게 주는 감성은 ‘아날로그’나 ‘모던’에 치중되지 않아요. 그 둘을 어떤 적정선에서 잘 연결시켜주고 있는 것 같아요. 서점은 책을 다루는 곳이 에요. 그렇기 때문에 서점 또한 아날로그와 모던의 어떤 적정선에 있는 경험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점은 사람들에게 단지 정보만을 공급하는 상점이 아닌 어떠한 가치를 만들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다루는 특별한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흐름 안에서 문우당서림은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닌, 책과 사람이 만나고 서림이 만들어가는 가치가 있는 브랜드로 자리하고 싶어요.  

문우당서림에는 세대를 넘어 함께하고 있는 단골 고객들이 있고, 회원 수는 이제 3만여 명에 가까워졌어요. 속초 지역의 인구가 8만 명이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적지 않은 숫자예요. 방문해주시는 분들께 책을 구매한다는 목적만을 충족시키는 서점이 아니라 그 이상의 울림이 있었기를 바라요.





6. 몇 년 전의 서점과 지금의 서점은 매우 다른 기능을 하고 있어요. 공간과 사람, 책과 사람 그리고 공간과 책을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문우당서림은 기능적으로 어떤 공간을 표방하는지 궁금해요.  


문우당서림에서 공간, 사람 그리고 책은 1:1:1의 비율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은 카페를 포함해 많이 있지만 문우당서림은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책은 대화를 만들 수 있는 콘텐츠예요. 그리고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성장하고 살아가죠. 서림은 수많은 대화가 만들어지고 실현되는 공간이기를 꿈꾸고 있어요. 현재 서림 내에서 다양한 분야의 문화활동과 교육 콘텐츠 등을 아우르는 프로젝트와 더불어 쇼룸 형태의 공간 기획 또한 준비 중입니다.
 


7.  문우당이 기반으로 하는 지역, ‘속초’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도 없을 것 같아요. 속초는 어떤 도시인 가요?
    

로컬에게는 참 당연한 것들이 너무나 멋진 경험을 만들어주는 도시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에는 코 앞이 바다이고 등 뒤가 산이라는 것이 귀한 줄 모르고 자라왔던 것 같아요. 외지 생활을 오래 해보니 이런 자연환경을 가진 도시는 많지 않더라고요. 그런 매력 때문일까요. 귀향을 하거나 지역에서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가고 있는 크리에이터 분들이 최근에 많아졌다고 느껴요. 속초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사랑스러운 도시예요.  



8. 문우당은 지역과 함께하는 로컬 서점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속초안에서 문우당서림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현재까지 그래 왔듯이 어찌 보면 당연한 서점의 역할을 해내는 공간인 동시에 사람들이 갈증을 느끼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이어주는 플랫폼이 되기를 바랍니다. 타 지역을 다녀보면 멋진 서점들도 참 많았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서점이 부족한 지역도 많다고 느꼈어요. 서점이라는 공간의 기준을 잘 다듬어 만들어가고 싶어요. 로컬을 비롯해 지역에 잠시 머무는 분들의 필요성을 충족시켜드리고, 가치를 전달하는 지역 서점의 좋은 예시가 되고 싶어요.   


9. ‘라이프스타일 속초’를 정의해본다면요.  


‘자신만의 흐름과 뜻대로 살아가기 좋은 삶’. 마음만 먹으면 바다와 호수 그리고 산을 누비며 살 수 있어요.   

아직 지역에 없는 콘텐츠가 많아 앞으로 새로운 것들이 생긴다면 분명 더 풍요로운 도시와 라이프스타일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10. 앞으로의 문우당서림이 궁금해요.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우선은 올해 서림 내부의 서가 정리 및 공간 활용을 위한 실내 리뉴얼을 마무리할 예정이에요. 더불어 쇼룸 형태로 새로운 전시 기획전과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문화 활동 및 교육 콘텐츠도 연구 중이에요. 현재 출간한 첫 번째 자체 제작 매거진 <마음. 이음. 다음>도 꾸준히 보여드릴 예정이고요. 속초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분위기를 잘 활용해 멋진 공간을 만들어가고자 해요.   


문우당서림을 ‘계속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드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강원의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합니다.

<공삼삼 033>은 2,000년대부터 사용된 강원도의 지역번호입니다.

강원에 사는, 우리 모두가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던 전화번호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로컬 라이프스타일 컴퍼니를 표방하는 더웨이브컴퍼니의 <공삼삼 033>은 강원에 방문하고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라이프스타일과 문화 그리고 강원의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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