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외내신, 인사발령
정신없는 계절이 코앞이다.
꽃 피는 춘삼월이 곧이다. 그러나 교사에게 3월은 일 년 중 가장 정신없는 때가 아닐까?
특히 학교를 옮기는 사람에게 2월과 3월은 가장 정신없는 계절이다. 지금 내가 그렇다. 평생 근무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곳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도내에서 시군을 옮겨 관외 내신을 신청했고 결과가 나왔다.
결과 나오기 며칠 전 재밌는 일화가 있었다.
참고로 15년 동안 운전하며 한 번도 긁은 적이 없었다.
"드드득 드득"
끔찍한 소리가 났다. 무슨 생각을 한 걸까?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렸던 핸들에 얹었던 손을 덜컥 멈추었다. 탄식을 내뱉고 다시 왼쪽으로 한 바퀴 감았다. 차를 제자리로 돌리고 나와 확인했다. 오른쪽 앞바퀴 물막이(?)는 나뒹굴고 있고, 뒷바퀴 휠이 연석에 긁히고 말았다. 검은색 휠인데 꼭 분필 가루를 일자로 그린 것처럼 확연히 갈린 표시가 났다.
며칠 지난 후, 인사발령 학교가 발표가 났다.
수많은 학교를 예상하며 집과의 거리를 쟀지만,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학교였다.
'처음 보는 학교인데? 어디지?'
찾아보고 잠시 생각을 멈추었다.
예상치 못한 곳이다.
순간 며칠 전 긁었던 자동차를 떠올렸다. 과연 그것이 액땜이 될까? 아님 불길한 징조일까?
다섯 번째 발령을 겪는 사람으로서
제일 먼저 할 일은
신임지의
교감 선생님과 통화하는 일이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첫인상이 좋다.
인사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학교에 전화해서 발령 난 누구라고 인사드리려고 전화했다고 하면 된다. 그러면 교감선생님께서 여러 반응을 보이신다. 대응하면 된다. 내 성별과 나이를 목소리를 통해 짐작할 수 있기에 교감선생님도 그에 맞는 대응을 할 수 있다.
둘째, 업무와 학년 정보를 들을 수 있다.
어차피 기존 교사들이 좋은 학년과 업무를 차고 있다. 남은 것들이 뭐가 있는지 들을 수 있고, 운이 좋다면 좋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발령 난 입장이기에 물어보면 건방질 수 있다. 그러나 통화하다 보면 교감선생님이 알려주기도 한다.
셋째, 2월 학교에 나가는 날을 알 수 있다.
보통 요즘은 2월 중순부터 근무를 시작하여 교육과정을 구성한다. 발령자들 발표가 난 다음 날이나 그 주에 보통 각 학교에서 기존 선생님과 새로 온 선생님들을 모으게 된다. 그 날짜를 알 수 있기에 일정을 짜는데 유리하다.
물론 먼저 전화하지 않는다면 교감 선생님이 전화를 할 것이다. 며칠이 지나도 발령 난 교사가 전화하지 않는 경우도 봤다. 그 당시 교감 선생님이 난색을 표했던 표정과 말이 생생히 생각난다.
웬만하면 먼저 연락드리고 인사를 드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신기하다.
교장의 마인드가 학교 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정말 전형적인 관료제 느낌이다. 공공기관이다. 그래서 학교를 옮길 때마다 교사는 학교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특히 교장의 마인드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좋다. 그 이후 교장-교감의 관계, 교무실과 행정실과의 관계, 교장-교감-교무부장의 관계 등을 파악하면 학교 전체의 분위기를 손쉽게 알 수 있다.
새로운 학교, 장소, 사람들과 둘러싸여 있는 순간이 쉽지 않다.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은 기존 멤버이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쉽게 적응하기 위해 조금의 팁이 있다.
첫째, 발령 동기랑 조금 더 대화를 한다.
아무래도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서로를 공감하고 있다. 서로 대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쉽다.
첫째, 같은 성별의 교사를 찾는다.
남교사는 별로 없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무래도 남자들끼리 대화가 조금 더 쉽다. 성별에서 오는 동질감은 생각보다 더 크고 안심이 된다.
둘째, 동갑 동료를 천천히 알아본다.
당장은 알 수 없지만 우연히 나이에 대해 밝힐 때 동갑이 있다면 알아두는 것이 좋다. 동갑내기에 대한 동질감도 상당하다. '친구'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정신없는 2월이 점점 지나간다.
서로의 호구 조사와 인격 조사가 어느 정도 끝나간다.
그렇게 발령 첫 주가 지난다.
아직 아무것도 준비 못 했는데 시간만 간다.
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