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동료 교사, 학부모 걱정
전보 이야기를 하다 보니 2월 또는 3월 신학기에 대해 현직 교사가 아닌 사람은 궁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교사들에게 (특히 초등) 2월은 큰 환경이 변화하는 시점이다. 가장 조마조마하면서도 기대되는 달이 아닐까?
봄이 다가와 새싹이 자라나는 계절이다. 그러나 교사에게 2월은 새로운 업무와 학년, 동료, 학생, 학부모 등등 1년 치 분량의 수많은 걱정이 자라난다.
이 시기의 생각을 기록해 보려 한다.
교육의 삼주체는 교사, 학생, 학부모다.
사실 걱정과 혼란의 삼주체도 이와 같다.
첫째, 관리자
현재 나는 새로운 지역으로 전보를 왔으니 가장 걱정되는 것은 관리자였다. 교장의 마인드가 학교 문화 자체를 결정짓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관리자 특히 교장에 대한 파악은 1년을 계획하기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다.
둘째, 학년과 업무
업무와 학년 배정 방식은 학교마다 워낙 천차만별이다. 이렇게 각자 다른 이유는 교장의 생각과 구성원의 생각이 다 같지 않기 때문이다. 교장과 구성원의 생각의 격차만큼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있다.
뭐 일단 학년과 업무는 1년 치 걱정에서 중요한 편이다. 누군가는 기피하는 것을 무조건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니겠지? 설마 나를 주겠어? 가장 분란과 혼란이 많은 아이템이다.
이 중 가장 압권은 '부장'이다. 참으로 신기한 직책이다. 교사들의 승진 체계는 단순하다.
'평교사 - 교감 - 교장' 너무도 단순한 절차다. 문제는 평교사의 기간이 다른 직에 비해 너무나도 길기 때문에 발생한다. 몇 세대가 걸쳐있는 평교사의 직 때문에 다양한 갈등이 생긴다. (솔직하게 저 '부장'이라는 직책의 수당이 고작 7만 원이라서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도시학교와 시골학교의 그것은 또 다르다. (이건 나중에!)
학년과 업무를 통해 올 한 해의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아주 중요하다.
셋째, 동료 교사
아 정말 정말 중요하다. 10년 이상 했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힘들게 한 것은 크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만 동료 교사로 인해 고통받았던 경험은 머릿속에 오랜 시간 박혀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개인적으로 동료 교원이 누군지에 따라 직장인으로서 교사의 질이 현격히 차이 난다고 생각한다. 싫어도 1년간 마주쳐야 하고 대화해야 한다. 엮여야 한다. 교사 나쁜 사람 어딨냐 하는 사람 많다. 아 그러나 있다. 많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히 있다...
뭐 장르는 다양하다. 여타 직장과 다르지 않다. 동료가 누구인지 정말 중요하다. 여기까지 파악했으면 이제 거의 다 왔다.
넷째, 학교 분위기
관리자, 업무(학년) 배정, 동료 교사 등을 파악했으면 대체적으로 학교 분위기는 짐작이 갈 것이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포지션을 잘 정해야 한다. 혹시나 오해를 사는 이미지가 결정되면 어어 하는 새에 나도 모르는 강물을 타고 홀로 멀리 가는 경우가 있다. 조심하자. 정신을 번쩍 차려야 한다.
사실은 학생보다 더 궁금한 것은 학부모다. 내가 큰 문제 없다면 학생은 결국 담임 교사를 신뢰하고 좋아한다. 물론 틱틱대고 싫어할 수 있지만 아이는 아이다. 어른의 입장에서 다독여주면 역시 아이다.
학부모는 다르다. 어른이다. 아이의 거울 같은 성인이다. 개인적으로 친절함 반, 냉정함 반으로 마음을 세팅한다. 지나치게 친절하지도 퉁명스러울 필요도 없다. 기본적으로 친절하지만, 선을 넘는다면 확실하게 말씀드릴 필요가 있다. 상식적인 성인이라면 충분히 이해하고 늘 좋은 관계로 지내왔다. (하지만 역시 그렇지 않은 분들은 있었다)
학부모와의 관계는 늘 어렵다. 어떤 동료는 진짜 친구처럼 지내는데 결코 추천하지 않는다. 조금은 불편한 관계가 더 예의를 지키며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는 양날의 검이다. 수많은 학부모님을 만났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아이에 대해 진실한 생각을 나누면 결과는 대부분 괜찮았다. 굳이 과도하게 친해질 필요도 불편할 필요도 없다. 이 선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이 걱정 삼주체 중에 학생이 가장 약하다. 학생은 아이다. 아이는 나보다 미성숙하다. 그들은 내 고객이다. 미성숙한 새싹들에게 물도 주고, 엇나가면 바르게 자라라고 곧은 지지대도 대주는 일이다. 이 일만 한다면 교사는 참 행복한 직업이다. 온전히 우리 반, 내 학생만 신경 쓸 수 있는 교사라면 완벽한 환경이다. (우리나라는 그럴 수 없다)
그래서 학생에 대한 걱정 난이도는 낮다. 동료와 학부모가 고통스럽게 하면 우리 반 학생은 지친 나 때문에 더 힘들다.
새로운 지역으로 전보를 했다. 모든 환경이 낯설다. 강변에 있는 6학급 아주 조그마한 시골 학교다. 경기도는 넓어서 이런 면에서는 좋다. 정말 큰 도시학교에 있다가도 이런 곳으로 발령이 날 줄이야. 내가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아주 익숙한 느낌이다. 출근길에 차 창문을 열고 가면 좋다. 싱그러운 강물 빛이 눈을 간지럽힌다. 상쾌한 공기가 폐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생각을 가진 건 발령 나고 출근한지 4일째 되는 날 아침이었다. 그 순간 스스로 학교를 꽤나 마음에 들고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아직 학부모랑 학생은 겪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내게 좋은 학교의 기준은 위에서 말한 것 중 '교사'자원이 가장 큰 것 같다. 좋은 교사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많다.
개인적으로 좋은 교사는 배울 점이 있는 사람, 성격이 모나지 않아 동료와 어울리는 사람,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 자신의 일에 열정이 있는 사람이다. 올해 뵙게 된 인연들은 모두 이 안에 있는 것 같다.
올 한 해 기대하고 실행하는 것이 꽤 있다.
이렇게 새로운 플랫폼을 파서 글을 쓰는 것도 그 계획 중 하나다. 출판사 독자 에디터로 참여한 모임이 큰 기폭제가 되었다.
이 창구를 통해 올 한 해 교사로서, 직장인으로서, 자본주의 경제인으로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