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 사랑

잊지못할 사랑 (An Affair to Remember 1957)

by Keninsing

일어제목: めぐり逢い
우리나라 개봉 당시 제목: 잊지못할 사랑
영어제목: An Affair to Remember
1957년작

한가해서 하게 된 사랑 - An Affair to Remember 1957

감독 : 레오 맥커레이
출연 : 캐리 그랜트(닉키 퍼랜트), 데보라 카(테리 맥케이), 리차드 데닝(케네스 브래드리)...

1990년 2월 쯤 호화 여객선 퀸 엘리자베스 2세호 (67,140톤)에 탔다. 홍콩에서 요코하마까지 4박5일간 짧은 항해였지만 크루즈가 어떤 것인지를 엿볼 수 있었다.

예약한 방은 최상급의 특등실이어서 매일 밤 저녁은 메인 다이닝이었다.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테이블도 지정되어 있었다. 프랑스 요리에 샴페인, 화이트와인, 레드 와인을 마시며 주위에서는 외국어만이 들려 오는 얼핏 보면 멋진 세상이다. 갑판은 넓었고, 카지노, 댄스홀, 수영장 등 다양한 오락시설도 있어 세상 일을 잊고 편하게 쉬기에는 최고의 환경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노부부에게는 더욱 그랬다.

아무리 멋진 생활이라고 해도 사람은 쉽게 질려 버린다. 아무리 서로를 열렬이 사랑하는 커플이 타더라도 건강한 사람이라면 심심하다. 계절은 늦겨울이어서 바람이 차가웠고, 데크 체어에 앉아 햇볕을 쬐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갑판 위를 빙글빙글 조깅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런 것이 바보처럼 느껴지면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매일 눈앞에 펼쳐지는 경치는 사방이 바다이고, 멀리 수평선이 보일 뿐이다.

이런 여객선을 타 보는 것이 오랜 나의 꿈이었지만 같이 타는 사람들이 있으면 모를까 (필자는 가족동반) 이런 여행을 혼자서 게다가 장기간 하는 사람은 무슨 생각인걸까? 라는 것이 나의 솔직한 느낌이었다.

영화 ‘러브어페어(An affair to remember, 레오 맥커레이 감독, 캐리 그랜트, 데보라 커 주연 1957年 미국)’의 남자와 여자는 뉴욕으로 향하는 호화여객선의 갑판 위에서 여자가 남자의 담배케이스를 주운 계기로 서로를 알게 되었다.

남자의 이름은 닉키, 돈 많은 여자들을 전전하면서 빌붙는 유명한 플레이보이다. 지금은 대부호의 딸과 약혼하여 TV 가십 뉴스의 스타이다. 프로가 되기를 포기한 화가이기도 하다. 여자의 이름은 테리, 별 인기 없는 클럽 가수로 기둥서방 겸 애인에게 붙어 호사스런 생활을 하고 있다. 굉장한 미인이다.
둘 다 혼자 하는 여행이니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리 없다. 처음에 남자는 “심심에서 죽는 줄 알았네. 당신을 만나게 된 건 행운이야”라며 여자에게 접근한다.

자신의 애인에게는 정숙하고 싶었던 여자는 위트 넘치는 대화로 남자의 유혹을 살짝 살짝 피한다. 예를 들면 담배를 문 남자가 “성냥 좀 주세요”라고 하면 “당신의 뜨거운 말솜씨로 붙이세요”라는 식이다. 천하의 플레이보이가 구애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테리는 항해 도중 빌 블랑쉬라는 작은 항구 마을에 정박을 했을 때 그곳에 사는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니키를 따라 나섰다. 니키가 어릴 때부터 살던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있는 집의 조용한 아름다움에, 니키 할머니의 친절함에, 주위를 맴도는 공기의 향기에 여자는 넋을 잃어버린다. ‘여자만 좋아하며 졸졸 따라다니는 줄만 알았던 니키의 정신의 원점이 이렇게도 순수하다니…’
여자는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

이 두 사람의 인연을 맺어 주는 것은 니키의 할머니이다. 죽은 남편을 위해서 교회에서 하는 기도가 유일한 낙인 나이 먹은 한 여인의 크나 큰 자비와 소망이 니키와 테리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테리는 자신이 사는 인생이 얼마나 허상인가를 통감하게 된다. 니키도 자신의 몸뚱이 하나를 미끼로 사는 무위도식의 삶에 의문을 갖는다. 혹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잊고 사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면서…

‘내 인생 마지막 기회다.’
‘기회를 잃을 수 없어.’
‘그녀를 놓치면 후회할거야’
하며 서로의 사랑은 급속도로 불타오른다.

테리의 애인은 청년실업가로 상냥하고, 잘 생겼고, 테리와 결혼할 생각이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 남자에게 훨씬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플레이보이에게 반해버리는 여자 마음이란…

니키도 순수한 자신으로 되돌아가려고 한다. 부호의 딸과의 결혼은 사랑이 없는 계산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파혼을 하고, 화가가 되어 자립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지만 사랑이 있는 삶을 테리와 함께 꾸리려 마음 먹는다.

남자가 여자를 위해서 인생의 방향을 180도 돌린다는 것은 여자에게 큰 감동이다. 자신을 위해서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인생과 한바탕 대결을 하려 하는 남자 앞에서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서로의 생활을 정리하고, 가능하다면 6개월 후 7월1일 오후 5시, 천국에 가장 가까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봐요.”
라고 약속하며 둘은 배에서 내린다. 테리는 애인과 헤어져 자립했고, 니키도 부호의 딸과의 약혼을 청산하고 화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드디어 기다리던 7월이 왔고 약속한 날짜에 니키는 빌딩 전망대에서 기다린다.

그런데 테리는 오지 않는다.

한밤중까지 기다려도 결국 오지 않는다. 니키는 절망에 빠져 쓰디쓴 배신을 맛보게 된다.

한편 불쌍한 테리는 약속했던 시간에 자동차에 치어 목숨은 건졌지만 걸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두 사람은 연락이 끊겨 버리지만 니키가 할머니와 테리를 함께 그린 그림이 힌트가 되어 다시 만나게 되고 결국 해피엔딩을 맞는다.

니키 할머니가 손자가 순수해지길 바라면서 한 기도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영화에서 테리의 애인이 무심코 “배 여행이 너무 길어서 계속 걱정했어.”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호화 여객선을 타고 떠나는 여행은 사실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인간은 갑자기 자신의 이상에 눈을 뜨고, 순수함에 떨리게 된다. 그것이 여행의 효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니키와 테리는 그 여행의 효과라는 이름의 배 멀미를 하면서 사랑에 빠졌고 늦게나마 어른들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만약 두 사람이 바다 위가 아닌 지상에서 만났다면 절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Written by 나카니시 레이|Translated by 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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