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의 사랑

퐁네프의 연인들 1991

by Keninsing

31 무일푼의 사랑

ポンヌフの恋人
퐁네프의 연인들
Les Amants Du Pont-Neuf
1991


무일푼의 사랑 - 퐁네프의 연인들 Les Amants Du Pont-Neuf


https://youtu.be/lbluhzI3888


창피한 얘기지만 나에게도 무일푼의 시절이 있었다. 어찌어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가난해서 대학에 갈 수 없었던 19, 20살 때 불만만 가득해서는 집에서 뛰쳐나왔지만 기거할 집은 없었다. 홈리스 정도는 아닐런지 모르겠지만 스무살 당시에는 말 그대로 '무일푼'이었다. 나에겐 막연하게나마 젊음만이 있었다. 그 외에는 아아무것도 없었다. 돈도 없었다. 집도 없었다. 친구도 없었다. 일도 없었다. 희망을 가질만한 꼬투리도 없었다. 가정교사를 하거나 일용직으로 돌아다니거나 매일 매일을 아르바이트로 먹고 살았다.

겨우겨우 마련한 작은 방은 바닥이 꺼질 것 같은 오래된 3평짜리 아파트였다. 내가 살던 곳은 고단다였고, 집세는 5백엔으로 당시 가격으로는 가장 낮은 가격이었다. 6평짜리 공간을 둘로 자른 3평짜리 방이었는데 창문은 옆의 3평짜리 공간과 공유를 해야 했다. 말하자면 이쪽에서 문을 열면 저쪽이 닫히고, 옆에서 문을 열면 이쪽이 닫히는 구조다. 그 창문을 열면 눈 앞에는 옆집의 회색 콘크리트 벽이었다. 햇볕이 들지 않아 습기가 마르지 않았고, 바닥의 다다미는 부풀오 올라 있었다. 밤이 되면 바퀴벌레가 득시글거리며 나타난다. 약국에서 큰 포장 채로 사온 DDT를 밤마다 이불 (누군가가 버리고 간 기름때 묻은 더러운 이불) 주위에 쌓고는 방파제를 만들고 잤다. 천장에서는 40와트 전구가 늘어뜨려 있다. 등불을 바라보며 스스로의 앞길을 생각하면서 암담한 기분에 짖눌려 있었다.

이런 무참한 방에도 나에게 안기러 온 여인이 있었으니 그건 참 희한한 일이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보통 아가씨가 진지하게 미래에 아무런 꿈도 가지지 못하는 무일푼의 청년을 마치 관세음과 같은 마음으로 사랑해 준 것이다.

나같이 돈 한푼 없는 놈이 과연 한 여인에게 사랑받을 가치가 있을까? DDT의 냄새가 나는 키스를 하면서 나는 한참을 생각했다. 기쁘다는 생각보다는 어쩐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글쎄 큰 고생이 없는 생활과 매일 조금씩 느낄 수 있는 행복만으로 만족해야해. 격정적인 마음으로 복권 당첨을 기다리지 말고 말일세.' (연애론, 스탕달)
스탕달의 충고를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는 여인의 열정의 불가사의함과 신성함에 나는 그저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나는 샹송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가사를 번역을 시작했고, 대학에도 들어갔다. 드디어 너무나도 싫었던 3평짜리 방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고 다른 사람과 비슷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했던 것을 생각하면서 나는 정말 평범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레오스 까락스 감독, 줄리엣 비노슈, 드니 라방 주연 1991년작 프랑스)에 나오는 알렉스라는 젊은이는 홈리스다. 세느강변에 있는 퐁네프라는 공사중인 다리에서 살고 있다. 돈이 떨어지면 시내로 가서 '불을 부는 사나이'가 된다. 항상 시끄러운 나이든 동료가 있지만 친구는 아니다.

그의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난다. 미셸이라는 이름의 화가지망생으로 눈이 아파 실명할 위험이 있는 사람이다. 한 남자에게 실연을 했는데 그 남자를 잊지 못한다. 절망과 함께 퐁네프의 다리에 온 여인이다. 알렉스는 그녀를 사랑한다. "지금 너에게 필요한 건 사랑따위가 아니야. 편안히 잘 수 있는 보금자리 아닌가?"라며 나이든 동료가 말하지만 알렉스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다리 위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된다. 물론 격정적인 사랑은 아니다.

젊은 천재인 칼락스 감독은 '소년, 소녀를 만나다'나 '나쁜 피'에서도 상처받기 쉬운 청춘의 순수함, 초조감, 무상함을 '아픔'으로 표현한다. 그것도 육체적인 아픔으로 화면에는 깨진 유리, 이가 빠진 컵, 면도칼, 가위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실제로 그것들이 육체를 상처입힌다. 볼 때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등꼴이 오싹해지는데 그 오싹해지는 차가운 느낌이 청춘이 짊어진 차가움, 불안, 공포와 너무나도 닮아 있어 깜짝 놀란다.

이 영화에서도 그랬다. 알렉스는 끊임없이 상처를 입는다. 아스팔트에 이마를 부비고, 차에 다리가 깔리고, 경찰에게 얻어맞고, 스스로 자신의 배에 상처를 낸다. 감독은 그 육체적인 아픔을 정신적인 아픔으로 전환시키는데 천재적인 소질을 발휘한다. 마치 영상의 마술을 보는 듯 하다. 청춘의 쓰라리고 처량한 슬픔이 애달프게 다가 온다.

전작인 '나쁜 피'의 마지막 장면 가까이 네 명의 주인공들이 질주하는 오픈카 속에서 노래를 하는 장면이 있다.


https://youtu.be/zKGJKPawOSU


샤를 아즈나부르가 작사하고 노래한 'Parce Que (왜냐하면)

https://youtu.be/ZgPrVKG0D3w


이라는 샹송의 한 구절이다. '퐁네프의 연인'이라는 무일푼 청춘의 동화는 그 장면이 5년 후에 다시 하나의 영화가 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나는 직감했다.

'왜냐하면 당신은 인생을 탐내고 있으니까.. 왜냐하면 나에게는 당신밖에 없으니까.. 왜냐하면 당신의 내 마음의 주인이니까..' (Parce Que)

어느 날 미셸의 가족이 눈병에 대한 치료법을 발견했으니 집으로 돌아오라는 내용의 커다란 포스터를 메셸의 사진과 함께 파리 시내에 붙이기 시작한다. 미셸의 눈이 낫게 되면 그녀를 잃을 것이라고 생각한 알렉스는 나붙어 있는 포스터에 불을 지르다가 실수로 사람까지 죽이게 된다.
'내가 분별력과 인내력을 잃더라도 내 마음의 존재의 모습을 만드는 유일한 연결고리는 당신이니까..'

미셸은 3년 동안의 금고형으로 복역하고 있는 알렉스에게 면회를 간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사랑을 확인한다. 알렉스가 형기를 마치고 다시 돌아왔다. 이제 드디어 남들과 같은 생활을 시작하려나 싶었지만 알렉스는 미셸을 끌어 안고는 다시 무일푼의 생활 속으로 돌아가려고 퐁네프의 다리 위에서 겨울의 세느 강에 떨어진다.

'왜냐하면 당신을 끌어 안는 행복한 순간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까.. 신도 다른 사람도 전혀 상관없으니까.. 사랑이 우리들에게는 법이니까.. '

지나가던 모래를 운반하는 배 덕분에 살아난 두 사람은 뱃머리에서 '깨어나라 파리'라고 외친다. 어디에 가는 것일까? 어디든 상관없다.

'왜냐하면 죽음은 사랑과 같은 게임이니까... 사랑없는 인생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영원한 사랑을 향하는 출발점이니까...'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파리 200년 축제의 불꽃놀이 장면이다. 밤 하늘에 수놓아지는 불꽃 아래 두 사람이 왈츠를 추는 장면의 아름다움.. 애처로움..
불꽃은 그들 청춘의 상징인 셈이다.

헤르만 헤세는 "밤에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을 본 적이 없어." 라고 말한다. (그의 소설 크눌프에서) 그리고 '청춘은 아름다워라 (Schoen ist die Jugend)'에서 밤마다 불꽃놀이를 하며 '아름다운 모든 것들은 아무리 멋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허무하고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고 말한다.

불꽃놀이란 나의 몸을 폭발시켜 한 순간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청춘의 폭거다. 그 무모함에 지쳐 쓰러져 버린 그런 영화다.

Parce Que Lyrics
Parce que t'as les yeux bleus
Que tes cheveux s'amusent à défier le soleil
Par leur éclat de feu
Parce que tu as vingt ans
Que tu croques la vie comme en un fruit vermeil
Que l'on cueille en riant
Tu te crois tout permis et n'en fait qu'à ta tête
Désolée un instant prête à recommencer
Tu joues avec mon cœur comme un enfant gâté
Qui réclame un joujou pour le réduire en miettes
Parce que j'ai trop d'amour
Tu viens voler mes nuits du fond de mon sommeil
Et fais pleurer mes jours
Parce que je n'ai que toi
Le cœur est mon seul maître et maître de mon cœur
L'amour nous fait la loi
Parce que tu vis en moi
Et que rien ne remplace les instants de bonheur
Que je prends dans tes bras
Je ne me soucierai ni de Dieu, ni des hommes
Je suis prêt à mourir si tu mourrais un jour
Car la mort n'est qu'un jeu comparée à l'amour
Et la vie n'est plus rien sans l'amour qu'elle nous donne
Parce que je suis au seuil
D'un amour éternel je voudrais que mon cœur
Ne portât pas le deuil
Parce que
Parce que
Parce que


Because
Because you've got blue eyes
'Cause your hairs have fun defying the sun
With their radiance of fire
Because you're twenty
'Cause you bite life like a red fruit
That is picked while laughing
You think you're allowed to everything, and you do as you want
Sorry for one second, ready to start again
You play with my heart like a spoiled child
Who ask for a toy to smah it into pieces
Because I have too much love
You come to steal my nights from deep in my sleep
And make crying my days
Because I have only you
The heart is my only master and master of my heart
Love make us the law
Because you live in me
And nothing replaces the moments of happiness
That I take in your arms
I will care neither for God or men
I am ready to die if you would die one day
For death is only a game when compared to love
And life is nothing without the love it gives us
Because I'm on the threshold
Of an eternal love, I would like my heart
Would not be mourning
Because
Because
Beca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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