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1992년
돈으로 사는 사랑 - 피아노
ビアノレッスン
피아노
Piano
1992
"어떤가 내가 하는 말을 듣거라. 내 말을 들으면 자네의 세 아이의 목숨은 살려주지." 라고 타이라노 키요모리는 말했을 것이다.
불쌍한 토키와 고젠은 여인의 약점을 잡혀 싫다는 말도 못하고 키요모리의 사랑을 받아 자신의 몸으로 세 명 아이의 목숨을 살린다. 그 중 한 아이의 이름이 우시와카마루이고 이후 미나모토 요시츠네가 되는 인물이다.
그런 운명에 처해 있던 요시츠네가 26년 후 타카쿠라 집안의 켄레이 몽인 (키요모리의 차녀)의 정조를 권력으로 빼앗는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유랴쿠 천황이 그랬다. 키비의 영주인 타기의 처, 와카히메의 미모에 대한 소문을 듣고는 타키 타사를 임나에 부임시키고는 타사가 집을 비운 사이에 그의 부인을 협박해서 자신의 비로 삼는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타키의 국가를 침략하겠다면서 말이다.
오페라 '토스카 (푸치니 작곡)'에 나오는 악덕 경찰총감 스칼피아도 "토스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방법을 함께 찾아봅시다. 저는 당신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소. 당신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면 경찰 일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소."라며 자신의 권력을 내세우며 토스카를 꼬드겼다.
아무래도 남자들은 여인의 약점을 잡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앞뒤를 따지지 않고 힘으로 여인을 굴복시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큰 쾌감일런지도 모른다. 그리고 강한 힘에 짖눌려 정조를 버릴 때의 여인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요염하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남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반하게 된 여인과 어떤 방법으로 맺어질 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혹자는 여인의 사랑을 얻는 과정을 즐긴다는 둥 이라는 얘기를 하지만 그건 여인을 성공적으로 꼬드길 수 있었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실패했다면 그도 다시는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화가 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맺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여인의 사랑을 얻기 위한 길이라고 한다면 뒷 길이건 옆 길이건 골목길이건 아무 상관없다는 것이 남자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남자들의 순수한 사랑이 아니라고 그 누가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 드는 것은 일종의 거래다. 거래를 하는 여인은 이미 창녀와 다를 것이 없다. 이렇게 되면 힘으로 굴복시킨 여인이 요염하게 보이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굴복 - 거래의 성립 - 사는 물건, 파는 물건 - 창녀 - 추락 - 치욕 - 정신없는 육체 - 소유물 - 쾌락의 도구 - 에로틱한 나체와 같은 이미지의 연쇄적인 반응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요염함은 창녀의 전유물이다. 그 이외의 여인들은 창녀의 흉내를 내는 것이다.
보들레르는 '연애는 매춘의 취미다 (벌거벗은 내 마음)'라고 말한다. 사람이면 누구나 사랑을 하면 무의식적으로 상대방과 거래를 한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거래의 성립이야말로 남성의 센스라고 할 수 있고, 남성의 입장에선 여성들이 그녀들의 의사에 따라 남성을 선택하는 것처럼 굴욕적인 일은 없다.
'이거 내 인기를 어떻하지?'라면서 돈없이 여성들과 노는 남자들의 바보같은 얼굴은 참으로 용서하기 힘들지만 그것도 센스인 것이다.
울지 않으면 내가 두견새를 울려주마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천하의 색골로 알려져 있는데 자신의 말을 여성들이 듣게 하고 싶어하는 남성의 마음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영화 '피아노 (제인 캠비온 감독 '92년 호주)'의 숲과 해변의 지주인 베인즈는 뉴질랜드라는 변경의 섬 (19세기말경)에 사는 원주민이다. 야성적인 얼굴에는 문신이 있고, 강건한 체격을 하고 있으며 말투도 어눌하다.
이 남자가 여인을 꼬드기는 방법이 말하자면 여성의 약점을 잡는 방법이다.
"거래를 하자. 나와 거래를 하면 당신은 피아노를 되찾을 수 있어. 가지고 싶지? 당신이 피아노를 칠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줘. 한 번 올 때 마다 건반을 하나씩 주지."
여인을 말한다. (에이다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제스처와 눈빛으로)
"하얀 건반은 갯수가 많으니 검은 건반으로 세어 주세요."
"검은 건반은 하얀 건반의 반밖에 되지 않는데?"
그렇다면 나는 이만 가요라며 여인은 떠나려 한다.
"알겠어. 그럼 검은 건반으로 세지."
이로써 거래은 성립하고, 레슨이 없는 은밀한 피아노 레슨이 시작된다.
에이다는 멀리 스코트랜드에서 어린 딸을 데리고 사진으로 맞선을 본 그 섬에 사는 스튜어트에게 시집 온 것이었다. 말을 할 수 없는 에이다에게 피아노는 말이었고, 자신과 우주를 연결해 주는 단 하나의 연결고리였다.
그러나 새로운 남편은 무거워서 운반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아노를 해변가에 그대로 둔다. (스튜어트에게는 센스도 사랑도 없다)
그 피아노를 지주인 베인즈가 인수한다. 피아노를 자신의 집에 가져다 두고는 에이다에게 레슨을 해달라고 한다.
여인은 말 못하는 벙어리고, 남자는 말이 없는 사람이다. 피아노의 소리만이 흔들리며 움직이는 여인의 심리를 섬세하게 나타내며 방 안에 울리고, 방 안에는 숨막히는 관능의 향기가 퍼진다.
남자는 여인의 팔에 손을 댄다. 그 순간 여인은 연주를 멈춰 버린다.
그는 말한다. "건반 두 개를 주겠소." 그러자 여인은 자신의 하얀 팔을 남자에게 맡긴다.
남자가 피아노 아래로 내려가 여인의 코르셋을 들추고 검은 양말에 있는 작은 구멍 사이로 여인의 하얀 무릎을 만졌을 때 여인은 이 남자는 자신만 바라보는 남자이며 사랑을 하는데 서툴고, 사랑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 불안하고도 순수한 사랑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날이 저물고 여인은 건반 10개를 받고 남자에게 안긴다.
그러자 남자는 그 피아노를 여인에게 돌려주겠다고 한다.
"아니, 왜?"
"당신을 매음하도록 한 내 자신이 창피하오.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잖소."
그때 에이다는 자신의 사랑이 자신이 느끼던 것보다 훨씬 커졌다는 걸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진정한 연인 사이가 되어 끌어 안는다.
질투에 미친 스튜어트는 에이다의 오른손 검지를 도끼로 잘라내어 그 손가락을 베인즈에게 보낸다.
결국 에이다와 베인즈는 섬에서 나와 북쪽에 있는 마을에서 결혼한다. 피아노를 치는 에이다의 오른쪽 검지는 은색 의지 (義指)로 변해있다.
거래라고 하면 사람들은 난색을 표하지만 문명사회의 결혼제도도 훌륭한 거래가 아닌가? 사랑의 시작점은 어디이더라도 상관없다. 어디에 도착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