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유혹 Indecent Proposal, 1993년
돈이라는 미약 - 은밀한 유혹
독일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가 1813년에 쓴 이야기 중 '그림자를 판 사나이'라는 우화적 작품이 있다.
도깨비 방망이와도 같은 행운의 지갑과 자신의 그림자를 바꾸게 되어서 커다란 비탄에 빠지게 되는 소파우스트적인 사나이의 이야기다.
▼ '은밀한 유혹 (Indecent Proposal, 애드리안 라인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 데미 무어, 우디 해럴슨 주연 '93년작 미국)'이란 영화의 원제는 '저속한 제안'인데, 이 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을 무렵, TV쇼에서 이 주제로 길거리에 나서, 여성들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100만 달러 (약 10억원)이면 하룻밤의 사랑을 팔겠습니까?'라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
'판다'고 대답한 여성은 당연히 한 명도 없었다. 개중에는 누가 이런 아줌마에게 10억 원을 낸다는 말인가라고 말하고 싶은 아주머니께서 '100억 원을 줘도 싫어요'라고 분개하는 모습을 보이셔서 우리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시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본 순간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머리에 떠올라 영화 제목을 '마누라를 판 사나이'라고 내 마음대로 바꾸어 부르기도 했다.
▼ 그러면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있는가?
데이빗과 다이아나는 젊은 부부로 맞벌이다. 남편은 건축설계사고 부인은 부동산 세일즈 우먼이다.
데이빗에게는 자신의 이상인 집 디자인이 있지만 설계도만으로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우선 집을 세우고, 건물의 우수함을 보여주고 살 사람을 찾는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들의 계획대로 실행에 옮기지만 돌연 경기가 불황이 되어 건물을 살 사람이 없어지고, 건물은 은행에 압류되어 두 사람은 돈에 궁하게 된다. 그래서 5만 달러라는 돈이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진 돈을 모두 모아 카지노로 향한다. 첫날에는 꿈과 같이 계속 돈을 따서 목표의 반을 채운다. 그렇지만 이틀째가 되는 날, 두 사람은 가진 돈을 모두 잃는다. 이번에야 말로 두사람은 막다른 골목에 서게 된다.
▼ 그때 대부호인 존 케이지는 젊은 부부에게 '당신의 아내를 잠시 빌리겠소. 그녀는 운을 불러 와서...; 라면서 말은 건다. 다이아나는 계속 지고 있던 존에게 승리를 불러 온다. 이렇게 셋은 서로를 알게 된다.
존은 멋진 남자인데다 돈의 힘으로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에 대한 반발도 있고 해서 젊은 부부는 그에게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 있다'고 주장한다.
"설마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당연한 정론을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왜요? 그게 진실인걸."
"그렇다면 시험해 보지."
이렇게 되서 존은 '저속한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백만 달러를 주지. 당신의 아내를 하룻밤 동안 나에게 빌려 주게나. 하룻밤에 평생의 생활이 보장되는거야. 진지하게 생각하고 답을 주기 바라네."
이는 두 사람에게 마치 악마의 속삭임과도 같은 유혹이었다.
그 날 밤 침대에서 둘은 잠을 이룰 수 없다. 두 사람은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
'당신의 그림자를 양보해 주실 수 있습니까? 어떤 비싼 물건도 쉽게 살 수 있는 좋은 물건이 있습니다. 행운의 지갑' (샤미소 '그림자를 판 사나이')
▼ 두 사람은 회색 옷을 입은 한 남자에게 기묘한 거래의 제안을 받은 슐레밀과 같이 번뇌했다.
"두 사람 모두 결혼하기 전에 다른 상대방과 섹스를 한 적이 있잖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다이아나의 마음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거랑 이건 다른 얘기지."
데이빗은 그렇게 말하지만 돈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 얘기를 스스로 할 수는 없다. 아내를 팔다니...
"하룻밤만 지내면 그 집을 다시 찾을 수 있어. 몸만이야. 마음은 건드릴 수 없도록 할거야. 끝내면 다 잊자. 시간이 지나면 다 웃을 수 있는 얘기가 될거야."
두 사람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지갑을 받는 대신 내 그림자를 드리리다.'라고 말하며 그림자를 판 사나이와 같이 데이빗은 존 케이지의 '저속한 제안'에 따르기로 결심한다.
계약은 성립되었고, 다이아나는 헬기에 타서는 바다 위에 있는 대형 크루저로 가게 되고, 옷도 존이 좋아하는 검은색 차이니스 드레스를 입게 된다.
▼ 이때 아내를 판 사아니 데이빗이 후회를 하며 헬기를 따라가는 장면을 보면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짜디 짠 눈물이 눈에서 솟았다. 가슴이 찢어지는 마음으로...'라고 말하는 그림자를 판 사나이와 똑같다. 그렇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다.
너무나도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다이애나에게 존은 '행운의 동전'을 보여주며 말한다.
"이 동전을 던져서 뒷면이 나오면 계속 하지. 만약 뒷면이 나오면 다 취소하는거야. 당신은 돌아가도 좋아"라고 한다.
결국 뒷면이 나오고 다이애나는 드디어 백만 달러의 댓가로 자신의, 아니 데이빗과 두 사람의 것인 육체를 존에게 바친다.
이쯤에서 우선 대부호 존 케이지의 승리가 인정된다. 젊은 부부는 생각지도 않았던 큰 고민을 짊어지게 되고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언쟁하기 시작한다.
"악마와 거래를 하면 빚이 넘어온다."라고 데이빗의 변호사가 말한다.
데이빗은 돈은 필요 없으니 그저 평화로운 부부 사이로 되돌아 가고 싶다고 하며 자신의 아내를 판 것을 절실하게 후회한다.
부자가 되긴 했지만 인간으로서 너무나도 비참한 지경에 빠졌다는 것을 느끼며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그림자를 다시 되사려는 것과 같은 심경이었을 것이다.
▼ 원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룻밤에 백만 달러를 받고 아내를 판 남자는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회한 속에서 신음하고 괴로워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영화는 여기서부터 급격히 젊은 부부에게 친절해진다. 존이 진지하게 다이애나를 아내로 삼기 위해서 유혹하기 시작한다.
존은 대부호에다 댄디한 멋이 있는 남성이다. 다이애나는 존의 아내가 되려고 이혼을 결심한다. 그리고 얼마간 존과의 연애관계가 이어진다. 여기까지는 아직도 존이 승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데이빗이 백만 달러를 동물 보호기금에 기부하면서 이야기는 급격하게 휴머니즘적으로 변화한다.
▼ 아내를 판 사나이 데이빗은 무일푼이 되어 이혼서류에 서명하지만 데이빗을 바라보는 다이애나의 눈빛에는 넘치는 사랑이 있었다. 이를 보며 존은 자신의 사랑을 포기한다.
헤어지면서 존은 다이애나에게 일전의 '행운의 동전'을 준다. 살펴보니 그 동전은 양면이 모두 뒷면인 동전이다. 대부호는 자신의 혼따위는 이미 악마에게 판 사람이었다.
데이빗은 모든 것을 잃음으로써 다시 아내를 되찾을 수 있었는데 미안하지만 그녀는 예전의 다이애나가 아니다. 그녀는 영원히 되돌아오지 않는다.
▼ 여기에 교훈이 있다.
'우선 그림자를, 그 다음에 돈을 존중하는 자세를 배워라.' (그림자를 판 사나이)
그림자, 즉 아내는 결국 나 자신과 일심동체 아니더냐?
Written by 나카니시 레이|Translated by 켄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은밀한 유혹' (파라마운트/파라마운트 코리아)에 있으며 출처는 네이버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