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걸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1995년

by Keninsing

マディソン郡の橋

매디슨카운티의다리

The_Bridges_Of_Madison_County

1995년_미국


당신은 한 여인과 헤어진 후 그 여인을 17년간 계속 사랑할 수 있나요?

그리고 그냥 그러다가 죽을 수 있나요?

다른 여인에겐 손 하나 까딱 하지 않고...


사랑하는 여인을 전면적으로 찬미하면서 평생 다른 여인을 모르는 채 지낸다는 것은 젊은 베르테르처럼 자살이라도 하지 않는 한 도저히 무리이고, 평생을 서로가 서로를 유일한 상대방이라고 믿기 위해서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치카마쓰 (동반자살을 주제로 한 가부키의 저자)의 카부키의 주인공들처럼 사람이 정점에 달했을 때 죽어버릴 수 밖에 없다. 시라노도 죽었기 때문에 사랑의 봉사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단 우리같은 보통 남자가 일상 생활공간 안에서 인생을 걸고 모든 찬미를 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여인을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 설령 만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한 때의 헛갈림이나 흥분때문이고, 관계가 만들어진 날부터 그간 붙어 있던 귀신이 떨어지듯 냉정해지고, 이별의 준비를 하는 것이 매번 남자들이 하는 사랑이다.


이런 상황에 등장한 것이 바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다. 이 소설의 저자 로버트 제임스 월러는 뻔뻔하게도 한 중년 여인에 대한 사랑을 죽을 때까지 관철시킨 초로의 남성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사실인지, 거짓인지 어쨌거나 여인에게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게 하고 자신의 사랑을 믿게 한 다음 죽어간 남자다.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굉장한 오리지널리티가 느껴진다.


'여인이 좋아하는 것은 한 남자의 마지막 로망스가 되는 것이다. (잠언)'이라고 오스카 와일드가 비꼬지 않을 수 없는 여자들의 꿈을 그대로 이루어 줬기 때문에 더욱 참을 수 없다.


기본은 '차털레이 부인'이고, 보봐리 부인과 카르멘을 더해, 밀회, 여수와 같은 좋은 영화의 좋은 대목들을 다 넣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살짝 넣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야... 이건 정말 잘 만들어진 어른들을 위한 동화구만'이라며 그 비현실성에 질려 버린다.


영화 (클린트 이스트우드 제작, 감독, 주연, 메릴 스트립 주연 '95년 미국)도 어차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봤으나 의외로 재미있어 깜짝 놀랐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우수한 연출력과 억제된 연기, 그리고 메릴 스트립의 천재적인 명연기가 어른들의 동화에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실감을 불어 넣었다.


때는 1965년 여름, 미국의 아이오와주 매디슨 카운티의 한적한 시골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카운티 여기 저기에 있는 지붕이 달린 다리를 촬영하기 위해서 픽업트럭을 몰고, 흙먼지를 일이키며 나타난 카메라맨, 로버트 킨케이드가 중년 여인 프란체스카에게 길을 물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프란체스카는 농장주인 리처드 존슨의 아내다. 10대인 아들과 딸도 있다. 싸구려 원피스 안의 몸매는 중년의 나잇살을 숨기지 못한다. 이마에 땀을 닦을 새도 없을 정도로 잡다한 일들이 많다. (메릴 스트립은 이 영화를 위해 일부러 20킬로그램 정도 살을 찌웠고, 치아도 지저분하게 하면서 열연했다고 한다.)


치열도 정돈되어 있지 않은 평범한 주부가 ""로즈만 다리라면 제가 안내해 드릴까요?"라며 스스로도 의외로 느낄 정도의 말을 하게 되어 두 사람의 만남은 운명적인 해후가 된 것이다.


남편과 아이들은 소고기 품평회로 떠나 4일간 집은 비어 있었다. 20년 만에 하늘이 내려준 해방의 시간을 맞이하여 슬쩍 고개를 든 프란체스카의 소녀시절 마음..


52살 남자와 45살 여자의 사랑에서는 여성이 더 적극적이었다.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세계를 뛰어다니는 남자의 부드러움과 자유의 향기가 그녀의 세포를 자극한다.


프란체스카는 이탈리아의 나폴리 출신이다. 25살에 리차드와 결혼해서 아이오와에 왔다. 고등학교 교사를 한 일이 있는 정도이니 꽤나 인텔리라고 할 수 있다.


남편에게도 자식들에게도 아무런 불만이 없었지만 '그래도 이건 내가 소녀시절에 꿈꾸던 생활이 아니에요'라고 고백해 버린다.


항상 생각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한 번도 입 밖에 내놓은 적이 없는 이야기를 워싱턴 주에서 녹색 픽업 트럭을 타고 온 처음 만난 남자에게 뱉어 버리니 제 정신인가 싶었다.


도대체 이 남자의 어떤 면을 보고 프란체스카는 그렇게 끌렸는가?


딱 맞는 청바지, 작은 엉덩이, 탄탄한 복부, 강인해 보이는 근육덩어리, 민첩한 몸놀림, 인텔리전스, 담배는 카멜, 라이터는 지포, 은색 목걸이, 면도날로 깎는 수염, 예이츠의 시, 포크 송, 기타, 니콘 카메라, 필드 부츠, 스위스 아미 나이프, 채식주의, 이혼경력,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세월 속에 새겨진 무언가를 발산하는 눈매, 그리고 그 주위에 감도는 마법사와 같은 분위기...


프란체스카는 남자와 하나가 된 날 밤, 자신을 잊을 정도의 강렬한 관능에 휩싸여 "저를 어딘가로 데려가 줘요."라고 말한다.


남자는 말한다. "같이 갑시다. 세상의 끝까지"


"저에게 그런 일을 하라고는 하지 마세요. 저에게는 가족이 있어요. 책임이 있다구요."

"나에겐 당신이 필요해."라며 남자는 눈물을 흘린다.

"이대로 가면 평범한 사랑으로 끝날 거에요. 헤어져요."


둥둥 떠다니는 비현설적인 남자를 보며 여인은 결연하게 슬기롭고 현실적인 해답을 선택한다.


"이 사랑은 처음이자 마지막인 운명적인 사랑이오. 명확한 사랑" 남자는 반복해서 말한다. 원작에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여인은 아줌마 아닌가?


4일간의 짙은 사랑의 생활을 뒤로 두 사람은 비오는 날 슬픈 이별을 하게 되는데 이 남자의 훌륭한 점은 그 이후에 나타난다.


그는 단 한마디 거짓말도 하지 않았다. 프란체스카를 그 후 17년간 생각하며 다른 여자는 건드리지도 않고 죽는다. 그리고 화장한 자신의 유골을 추억의 로즈맨 다리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매해 생일날 추억의 다리를 가 보는 것이 프란체스카만의 의식이다.


그녀도 사랑의 4일간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살아 가는데 그 남자의 사랑이 진실이라는 것 때문에 그녀의 인생은 완성된 것이다.


남자보다 5년을 더 살고 그녀는 세상을 떠나고, 그녀도 자신의 유골을 다리 위에서 뿌려달라고 유언한다.


로버트 킨케이드는 유령이었는가? 아니면 마법사였는가?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다. 어쨌든 여인에게 마법을 걸고는 풀지 않았다.


그는 정말로 그렇게까지 그 여인을 사랑했던걸까? 남자라면 누구나 '설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절묘한 사랑의 완전범죄였을까? 그 대목도 물론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릇 모든 남자는 당연히 그에게 배워야 하는 건 지도 모른다.


Written by 나카니시 레이|Translated by 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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