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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insing Oct 11. 2018

남미를 지나 북미로…

#48. 시카고에서 작은 음악회를…

브라질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파나마시티 경유를 택한 표면적인 이유는 가격이 싸다는 것이었지만 사실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그건 흡연이었다. 

12시간 비행을 6시간으로 두개로 쪼개서 중간에 담배를 한 개비 피울 수 있다면 그 정도 어려움이야 참아야 하는거지!! 싶었던 것이다. 

▼ 파나마시티에 도착하자마자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하더니 공항 내에는 아예 흡연 장소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ㅠㅠ

그래서 잠시라도 출국을 하겠다고 하니 출입국 관리소 직원은 유창한 스페인어로 "지금 나가시면 비행기를 못탑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다시 비행기에 탑승 ㅠㅠ 

▼ 그렇게 미국으로 이동을 하면서 비행거리는 올해만 4만㎞를 넘었고, 이로써 정확히 지구를 한바퀴 돈 것과 같은 거리를 다닌다. 

▼ 옛 어른들 말씀에 미제는 달도 크다고들 하셨는데.. 
구름도 멋지다. 그렇게 나는 4년 반만에 미국하고도 시카고에 다시 와서 일을 시작한다. 

▼ 긴 여행에서 지쳐 무조건 잠을 잤다. 

실컷 자고는 식당으로 갔더니만 ㅎㅎㅎ
아침으로 작은 스테이크와 부수적인 음식들을 내놓는다. 

오랜만에 먹는 헤비하고도 깔끔한 아침이다. 

▼ 호텔 로비의 담당자는 12장의 아침 쿠폰을 내놓는다. 이렇게 생긴 아침을 12번 더 먹으면 이제 너무너무 그리는 내 나라로 잠시나마 돌아간다. 

▼ 주말을 방에서 보내기가 갑갑해서 차를 달려 시카고 다운타운으로 향한다. 멀리 다운타운이 보이면서 공연 시간이 가까워진다. 

이번에 출장을 오면서 시카고에서는 '리카르도 무티'가 이끄는 시카고 심포니의 공연을 꼭 보고 싶었다. 

▼ 너무나도 많은 일화가 있는 무티이지만 이번에도 여지없이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들었다. 올해 초쯤 무티가 브람스 공연을 하던 때였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전화 전원을 끄는 것을 잊으셨단다. 공연 중 아주머니의 전화기는 울리기 시작했고, 무티는 오케스트라를 멈추면서 그녀 쪽을 바라봤다고 한다. 

그는 말했단다. 

"혹시 브람스가 전화를 했나요?"

▼ 12월말에 무티가 자리에 있을리는 없다. 그의 브람스는 나도 듣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기회가 없었다. 12월말까지 그는 휴가라고 한다. 

내가 간 공연은 시카고 심포니가 진행하는 'Merry Merry Chicago'라는 공연이었다. 즐겁고 아기자기한 공연이었고, 시카고 유소년 합창단이 자리를 빛내 주었다. 

▼ 공연 중간에는 왜 그리 목이 마를까? ^^
항상 음료수 판매대 앞에는 긴 줄이 생긴다. 

▼ 자칫 뻘쭘할 수도 있을듯 한 크리스마스 시즌의 출장을 나는 이렇게 보내고 있다. 이제 월요일부터는 다시 쓰러질 정도로 많은 양의 보고서를 읽으면서 보고를 준비해야 하지만…

12장의 아침 쿠폰을 다 쓰면 서울에 가서 맛있는 굴다리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고, 적어도 새해 아침은 서울에서 맞이할 수 있다는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다시 일을 시작한다. 


By 켄 in 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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