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오늘 시카고 가요…
#49. 지난 4년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지낸 친구와의 만남
아침 일찍 일어나 오늘은 특별히 뭘 입을까 아침부터 고민을 한다.
아침 식사로 에그 베네딕트를 시켜 먹고는 출근 준비를 마친다.
로비에 있는 직원이 말한다. "오늘은 어딜 가시나봅니다."
문득 '저 오늘 시카고 가요.'라고 말을 하고 싶었는데 내가 있는 곳 역시 시카고다. ^^ 그래서 머리 속의 대답을 수정해서 다시 대답한다.
"네, 오늘은 다운타운에 좀 가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야 합니다."
역시 나의 사고는 매우 매우 한국적이다. 너 어디가니? 나 서울가!! 이거다. ㅎㅎㅎ
▼ 크리스마스 휴일 이전이라 사무실 직원들과 시카고 딥 파자를 시켜 함께 먹는다. 사실 모두가 모여 있을 때는 역시 피자 아닌가? ^^
시카고의 딥 피자는 중간에 퐁당 빠질 정도로 많은 양의 토핑이 올라가 있었다.
▼ 점심을 먹고 다운타운을 향해 차를 달린다.
점심도 먹었겠다, 흐린 겨울 날, 길을 달리려니 눈이 눈이 감겼지만 전 직장의 동료를 만난다는 마음에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는 그를 만난다.
그가 전 직장을 그만 둔 것은 '13년 8월이었으니까 벌써 4년이 넘었다.
오랜만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내가 예전에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을 묻고자 만난 자리였는데..
그는 지난 4년간의 일을 정리해서 얘기한다.
2013년부터 그와 또 다른 우리 동료 2명이서 함께 일을 시작했고, 지금은 직원을 3명 더 보완해서 5명이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올 12월부터 우리와 함께 일하던 또 다른 하버드 출신의 직장 동료가 함께 일하게 됐다고 말한다.
나도 지난 일들을 정리해서 말한다. 올해 미얀마에 갔었던 얘기, 싱갚 - 서울 - 상파울루 - 아순시온을 거쳐 시카고에 온 얘기를 한다.
▼ 얘기를 듣고 그는 매우 기뻐하며 앞으로 아시아 관련 정보를 줬으면 좋겠고, 그리하면 미국/브라질 등의 생산지 정보를 주겠다고 하면서 새로운 곳에서 멋지게 시작했으니 우린 멋지게 일을 하자고 나이 먹은 아저씨를 살살 달랜다.
그는 내가 던진 예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대답한다.
"켄, 나를 포함한 아주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 회사를 그만 뒀고, 그 회사는 지난 3년간 한푼도 돈을 벌지 못했어. 그런데도 그 회사와 관련된 더 많은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 그럴 필요가 없겠구나." 나는 멍청하게 대답했다.
"바로 그거야."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를 툭치면서 웃는다. 그리고는 연신 그건 그렇고 아주 상황이 좋다고 말한다. 나는 뭐가 그리 좋냐고 되묻는다.
그는 "12월부터 션이 나와 같이 일을 하는 것도 좋고, 켄 니가 왔으니 앞으로 아시아와 관련된 얘기를 너랑 해야겠어. 2018년이 그렇게 시작되니 좋은 거지."
라고 말한다.
▼ 그와의 회의를 마치고, 터덕터덕 시카고 다운타운을 걸으며 그와의 대화를 다시 한번 떠올린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면서 성장해 있었다. 나보다는 9살이나 어린 그의 얘기를 듣고 새삼 나는 뭘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아픈 과거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 너무 좋은 기분이다.
나는 줄창 '존 람보'가 베트남 전에서 돌아와서는 친구를 찾아다닌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는 즐겁게 사업 파트너를 만난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와 나의 차이였다.
▼ 그렇게 '14년 크리스마스 이후 지난 3년의 시간을 전 직장동료와 랩업하는 시간을 갖고, 나는 다운타운에 있는 초콜렛 가게에 들러 따끈한 핫초코를 한잔 마신다.
하릴없이 지난 3년의 시간이 허무하기도 했지만 그 시간 동안 과연 나는 얼마나 상황에 잘 대응하고 살았었던 건지 다시 한번 돌아볼 기회가 되어서 아주 좋은 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 3년간의 크리스마스 때에는 누군가 귀인이 나를 찾아서 도와주곤 했었다. 그 또한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3일간의 휴일 동안 무엇을 할지 고민에 빠진다.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성탄절 보내기 바란다.
By 켄 in 시카고 다.운.타.운. ^^
https://youtu.be/acvIVA9-FM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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