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배우는 자기 계발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본 적 있을 거다. 몸이 아프거나, 너무 일하기 싫을 때, 혹은 인생이 얽히고설켜버린 순간. "누가 나 대신 살아줬으면.." 하는 마음.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을 보며 바로 이건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도 못 알아볼 정도로 외모는 판박이처럼 똑같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일란성쌍둥이, 유미지와 유미래가 서로의 삶을 바꾸어 살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 박보영은 이 둘을 1인 2역으로 연기하지만, 극 중에서는 서로의 바뀐 삶을 연기하기 때문에 사실상 1인 4역을 오가는 복잡한 연기를 소화한다. 이 중첩된 연기는 캐릭터의 내면을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 안에도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사람이 공존하고 있지 않을까?
유미지는 거리의 활기를 닮았다. 감정적이고 즉흥적이며, 삶을 버텨야 할 것으로 여긴다. 반면 유미래는 계획적이고 이성적이며, 안정된 직장 속에서 삶을 관리해야 할 것으로 여긴다.
심리학자 융은 인간의 내면을 페르소나(사회적 자아)와 그림자(억눌린 자아)로 나눈 바 있다. 유미래는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자아, 유미지는 감춰진 본성일 수 있다. 혹은 MBTI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내 안에 FP와 TJ의 기질이 모두 있다.
회사에서는 철저히 계획을 세우는 나, 하지만 여행 가면 무계획으로 즉흥을 즐기는 나. 어떤 날은 감정이 앞서고, 어떤 날은 이성이 고삐를 쥔다. 어떤 날은 충동을 따르고, 어떤 날은 책임에 짓눌린다. 우리는 이미 여러 자아를 상황에 따라 소환하며 살아간다. 둘 다 틀린 것이 아닌 둘 다 ‘나’이다.
자기 계발이란 ‘나를 바꾸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하지만 전혀 새로운 사람이 되기보다, 이미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호출해 내는 것은 어떨까?
오늘은 '외교관처럼 사람을 설득하는 나'를 불러내거나, '아이처럼 호기심 많은 나'를 꺼내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자.
이렇게 역할을 부여받은 내면의 자아를 우리는 '내 안의 쌍둥이'라 부를 수 있다. 이름을 붙여 줄까. ‘외교관 미지’, ‘투자자 휴미’, ‘행동가 H’, ‘사색가 흄’...
그들에게 물어보자.
"이 상황이라면 너라면 어떻게 할까?"
즉흥적인 자아가 말한다.
“이건 재미있어 보여.”
계획적인 자아가 응수한다.
“그럼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할 건데?”
대부분 우리는 둘 중 하나를 억누르고 선택한다. 하지만 본질은 둘 중 하나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두 자아를 ‘조율’하는 일이다. 이런 식의 ‘내적 대화’는 자기 인식과 판단의 깊이를 더해준다. 자기 계발은 결국 내 안의 다양한 자아들과 협력하는 기술이다.
나는 드라마《미지의 서울》을 보면서 인간은 하나의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여러 가능성으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당신이 지쳐 있다면, 당장 그 일을 감당할 힘이 없다면, 당신 안의 또 다른 나를 불러내 보자.
오늘 하루는 ‘감정 표현을 솔직히 하는 나’, ‘실수해도 괜찮은 나’, ‘뻔뻔하게 도전하는 나’가 살아도 된다. 그렇게 우리는 자기 자신을 확장하고, 재설계하고, 다시 살아간다.
그리고 하나의 나로만 살기엔, 인생은 너무 복잡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