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ckland, NZ

풍요 속의 허전함

by 키온

11월의 오크랜드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도심의 가로수들이 바람 부는 방향으로 어지럽게 좌우로 움직였다. 햇살은 잠시도 참지 못하고 계속 땅바닥을 내리쬐고 싶어 했지만 바람에 따라 일렁거리는 구름 탓에 햇살은 블라인드를 접었다 폈다 하는 것처럼 강하게 비추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해변가 식당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도심의 가게들은 오히려 썰렁하게 느껴질 정도로 차분했다.

시드니와 마찬가지로 오클랜드 역시 새벽에 도착하다 보니 호텔로 체크인을 하기가 쉽지 않다. 가끔 운 좋게 방이 준비되어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짐을 맡겨 놓고 3~4시간을 카페나 도심을 어슬렁거려야 방에 들어갈 수 있다. 오크랜드의 첫날도 그렇게 짐을 호텔에 맡기고 호텔 주변을 돌아다니기로 마음을 먹고 10여분에 만에 느낀 오클랜드의 첫인상은 이랬다.


영연방 국가의 도시들, 이라고 해봤자 겨우 내가 가본 곳은 밴쿠버, 토론토,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이 전부다, 이 도시들은 비슷한 면이 없지 않다. 강이나 해변을 끼고 있으며 도심에는 꽤 오래되어 보이는 낡은 건물이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주변에는 높은 최신식 빌딩들이 그리고 곳곳에 커피숍과 음식점들이 관광지를 감싸고 있는 형태로 말이다. 오크랜드 역시 항구를 가지고 있고 페리선박들이 수시로 들락날락을 반복하는 해안가 도시이다. 하지만 느낌은 다른 도시들과는 사뭇 다르다. 뭔가 규모가 작은 듯하면서도 차분하고 깨끗할 것 같으면서도 정돈되지 않은 상반된 도시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분명히 나쁘지 않은데 그렇게 뭔가가 좋다는 느낌이 바로 와 닿지도 않는 애매함이 있다. 물론 애매한 날씨가 한몫을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무언가 이 도시에서 느껴지는 허전함은 식당을 가득 채운 백인들과 그들은 서빙하는 아시아계 사람들의 대비와도 관계가 없어 보였다.


어찌 보면 우리는 빈 공간을 비워둔 채로 남겨두거나 빨리 어떻게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이 도시의 사람들은 강박이나 초초함이 아닌 여유로 그 빈 공간을 채우고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라 오라(Kiaora)! 여행자여, 뭘 그리 가득 채우려 하시는가.. 그냥 비워두시게..' 환청처럼 들리는 이 생각을 뒤로 한채 체크인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호텔로 발걸음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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