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릴 수 있지만 보람찬 삶을 위해 EP.0

30살에 대구에서 단돈 200만 원 들고 무작정 전주로 넘어가다!

by 투박한 일기장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제조업/푸드테크 관련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청년입니다.


저는 남들처럼 화려하고 거창한 삶을 살진 않았지만 서른 초반의 나이에 첫 직장으로 이제 막 설립한 제조 기반 스타트업에 들어갔는데요. 사실 스타트업이라고 말하는 것도 거창해 보일 수 있어서 누구나 생각하는 제조 공장 중소기업에서 일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당시 취준생이었던 저는 통장에 원룸 방을 구할 수 있는 200만 원 남짓한 돈을 들고 전주로 넘어와 방을 계약하고 인생 첫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의 상황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런저런 삶을 살다 보니 29살이라는 어떻게 보면 늦은 나이에 취준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공기업에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해 공기업 관련 전공서적과 자격증, NCS 등을 준비하며 공기업 인턴으로도 근무를 했었는데요. 하지만 제가 공기업 인턴을 근무하며 느꼈던 것은 '아, 나는 공기업과는 성향이 안 맞는 거 같다!'였습니다. 물론 최종적으로 인턴 근무기간이 종료됐을 때 우수인턴으로 뽑혀 나름에 보람된 인턴생활을 하긴 했다만 당시에 느꼈던 수동적인 근무 환경이 제게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인턴 근무를 하며 사기업에 취직을 해야겠다 결심했고 29살 6월쯤부터 시작한 사기업 취준생의 결과는 2차례 최종 면접 탈락과 3차례 1차 탈락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나니, 저의 나이는 30살이 되어 있었고 인생을 크게 봤을 때 30살이라는 나이가 하나의 점에 불과할 수 있지만 29살에서 30살이 됐는데 주위에선 다 취업을 하고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며 발전적인 삶을 살고 있을 때 나는 아직 번듯한 직장생활도 못해보고 나이만 점점 들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심리적 부담감이 굉장히 컸던 거 같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요? 하루라도 빨리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위해 공부를 하던 와중, 30살 1월쯤에 대학생 시절 가장 친했던 동기중 한 명에게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전화를 했습니다. 그 친구는 전주가 고향이었고 대학교 생활만 대구에서 하고 본가로 돌아가 저처럼 당시에 직장이 없어서 알바를 하며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어쩌면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위안을 받고 싶어서 전화를 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근데 웬걸? 그 친구는 지금 취업을 해서 요즘 바쁘게 살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디에 취직했냐고 물으니 옛날에 알바를 하며 알게 된 형이 있는데 그분이 창업을 하게 되어 본인도 같이 일하게 됐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냐고 물어보니 매운맛 밀키트 관련 제조 회사인데 사람이 없어서 대표님이랑 둘이서 매일 야근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왜일까요? 나도 한번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서 친구한테 대뜸 사람 안 구하냐고 물어봤습니다. 친구가 대표님한테 한번 말은 해보겠다고 하는데 그러곤 한동안 연락이 없더군요. '그래~ 얼른 내 갈길 가자!'라고 생각하며 다시 열심히 자소서 쓰고 면접 준비를 하고 있던 와중 친구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습니다. '3~4월쯤에 같이 일 시작해 볼래?' 라구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내가 너무 경솔하게 해 볼 수 있냐고 내뱉은 게 아닐까?', '이 선택이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될까?' 등의 걱정에 휩싸였으나 내가 한 답변은 '그래!'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대구 어느 독서실에서 취준생 시절의 걱정과 두려움이 곁들여진 책들을 잠시 덮어두고 남들보다 느릴 순 있지만 보람찬 삶을 위해 전주로의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는 여정을 떠날 채비를 마쳤습니다.




브런치작가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비록 제가 직접 창업을 한건 아니지만 현재 대표님과 같이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창업 멤버로 활동하면서 얻은 소소한 경험을 저처럼 초기 스타트업이나 창업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됐으면 하고자 글을 쓰게 됐습니다. 전문지식도, 유용한 정보도 부족할 수 있지만 이 공간을 통해 제가 경험했던 일들을 차근차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