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여행기] 낮과 밤을 이어주는 순간을 재정의하다
오사카 공중정원에서
노을이 스치는 시간을 걷다
낮과 밤을 이어주는 순간을 재정의하다
오사카의 낮
흔히들 오사카의 밤이 화려하다고들 하지만,
나에겐 낮이 더 화려했다.
낮에는 밤의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숨겨있던 화려함들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햇살도
햇빛에 비춰 빛나는 간판들도
사진을 찍는 여행자들도
시끌벅적 떠드는 학생들도
밤과는 다르게 모두 그들만의 빛이 났다.
그 화려한 오사카의 전경을 한 눈에 보기 위해
오사카 공중정원 (Floating garden)으로 향했다.
가는 길, 창문에 비친 푸른 나무와 건물
어울리지 않지만 어울리는 조합이라고나 할까.
마음의 평온함을 가져다주는 풍경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미지의 세계로
다른 세계로 데려다 줄 것 같은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와 여행은 닮았다.
길고 긴 여정을 지나면 또 다른 세계에
혹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그 세계에 닿게 해주니까.
나의 세계와 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것
그게 바로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하늘에 떠있는 것 처럼
찾아오는 내내 공중정원이 무슨 뜻일까 생각했다.
하늘에 떠있는 정원일까.
영어로는 Umeda Floating garden.
정말 둥둥 떠있는 정원이다.
원형의 옥상정원인 이 곳은
정말 하늘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평소 하늘과 구름을 자주 보지만,
하늘 아래 이렇게 가까운 하늘과 구름을 만난 건
오사카 여행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낮과 밤을 이어주는 시간
멍하니 위와 같은 풍경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낮과 밤을 이어주는
노을이라는 시간이 다가온다.
노을이 지는 시간 속에서
나는 낮과 밤을 이어주는 시간을 걷는다.
노을에 홀리다
노을이 다가오자 하늘은 순식간에
핑크빛 주황빛으로 물들어버린다.
하늘을 잡아 삼키는 것 처럼 웅장한 노을.
삽시간에 하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작은 원으로 시작하여 결국엔 하늘 전체를
뒤덮어버리는 노을의 위대함.
전체를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 담대함을 닮고싶다.
낮과 밤이 공존하는 순간
노을이 하늘을 뒤덮고 해가 지는 순간,
낮과 밤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순간이 온다.
낮이라 하기에는 조금 어둡고,
밤이라 하기에는 조금 밝은
아주 짧지만 강렬한 순간.
나는 이 순간을
'낮과 밤이 스치는 시간'이라 부르고 싶다.
'스치다'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1.서로 살짝 닿으면서 지나가다.
2.어떤 느낌, 생각, 표정 따위가 퍼뜩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지다.
낮과 밤이 서로 살짝 닿으면서 지나가는 시간.
그 순간을 바라 볼 때 퍼뜩 떠오르는 느낌과 생각들.
스치다 라는 말 하나로 모두 정의된다.
어둠 속의 구름
밤에 보이는 구름은
낮의 구름과는 달리 더욱 신비하다.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구름이 사진에는 찍힌다.
어둠 속에 꽁꽁 잘 숨겨 놓았던
구름이 낱낱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이내 밤이 찾아오다
삽시간에 하늘을 집어 삼켰던 노을이 지나가고
이내 어둠이 하늘을 뒤덮은 밤이 찾아온다.
낮이 오면 하늘은 밝고
밤이 오면 땅의 빛이 더 밝아진다.
낮과 밤은 하늘과 땅을 뒤집어 놓은 것 처럼
하늘이 밝으면 땅이 어둡고,
하늘이 어두우면 땅이 밝아진다.
이렇게 낮과 밤은 서로에게 빛을 양보하며
공존하는 것 같다.
오사카의 낮과 밤, 그 사이를 이어주는
노을이 스치는 황홀한 시간까지.
몇 시간을 있어도 알차다고 느꼈던 곳
바로 이곳이 오사카 공중정원이다.
감성이 충만해지면 하나씩 돌아오는
감성 여행기는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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