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멀리 떠난 브랜드 되돌리는 법 :: 핵심은 브랜드의 '본질'
본 글은 퇴사 후 느낀 개인적 소회입니다.
E사에 처음 입사해서 느낀 감정은 약간의...당혹스러움 비슷한 거였다.
각자 다른 브랜드 제품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개별적인 패키지와 브랜드의 강점을 감추는 정돈되지 않은 브랜드 스토리, 홈페이지.
딱 봤을 때 알 수 있는 건 이 브랜드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게 뭔지 모르겠다는 사실이었다.
기술에 매몰되어 화장품의 본질을 잊고 있었고, 길을 잃어 우주로 가는 브랜드를 기획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하게 됐다.
화장품 마케팅의 본질은 기술만 말하면 안 된다. 내 화장품만이 고객의 피부를 낫게 해줄거라고 믿어서도 안 된다.
이 간단한 본질을 사실 구성원이 되었을 땐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보통 우리는 모두 자기일이 되면 가까운 길을 멀리 돌아갈 때도 있는 것처럼.
화장품을 살 때 소비자는 기술력만을 바라보고 사지 않는다.
화장품은 사용감이 제일 중요하고 경험에 의한 소문이 확장되는 분야다.
왜냐면 이미 우리는 화장품이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몇 년을 연구했건, 뭘 만들었건 소비자가 알고 싶은 건 그래서 뭐가 어떻게 좋아지냐는 거다.
화장품의 성분만을 강조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이 화장품을 쓰면 나오게 될 결과값이다.
리브랜딩을 맡게 되며 우리가 주목했던 건 이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 무엇인지였다.
기술력을 외치고, "우주로 가는 화장품"을 말하는 것보다 더 좋은건 없을까?
이 브랜드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전하고자 하려는 건 뭐였을까?
우선 브랜드를 한 번 정리하는 단계가 필요했다.
우리만의 브랜딩 프레임 워크를 꺼내들고, 그에 맞게 페르소나부터 우리가 생각하는 브랜드 스토리까지 적어내려갔다.
각자의 관점에서 바라봤던 브랜드를 한 단어로 정리해 포스트잇에 붙여놓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눠보니 크게 '치료제'와 '효용성'으로 귀결되는 게 이 브랜드의 특징이었다.
여타 뷰티 브랜드와 달리 '미/추'에 대한 얘기보다 클리닉컬한 이야기로 접근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를 기반으로 브랜드 슬로건을 뽑았다.
화장품법 상 다루지 못하는 어휘가 많았기에 그것을 피하면서도, 영어권 시장에 진출할 확장성을 고려해 메인 슬로건은 영어로 잡았다.
새로잡은 브랜드 슬로건은 제품의 기능과 그로 얻어지는 결과값에 대한 명확한 표현이었다.
기존에 쓰던 슬로건은 단순하긴 했지만 그 성분을 모르는 사람에겐 허들이 높았다. 직관적으로 어디에 좋은지 인지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진짜로 피부의 기술을 나타낼 수 있는 슬로건을 잡았으니, 이제 이 슬로건과 브랜드 스토리를 비주얼라이즈 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패키지를 다듬는 여정도 쉽지 않았다. 기존 패키지는 너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또, 로고를 변형할 수 없다는 제약사항을 극복해야했다.
디자이너 고요가 E사 패키지를 디자인을 할 때 중심으로 생각한 것은 브랜드 메시지였다.
색조나 향기 브랜드처럼 ‘예쁜’ 것보다 슬로건이나 제품 효능을 강조하기 위한 패키지를 제작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의료용품을 떠오르게하는 실버 바디는 제품이 가진 기술력을 나타내고, 컬러를 일관되게 전달해서 한 제품 라인임을 짚어주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 결과 백화점, 면세점 입점 시 담당자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프리미엄 브랜드로 안정적인 랜딩을 할 수 있었다.
E사의 외관을 바꾸는 첫 걸음을 떼었다.
패키지와 슬로건 하나로 브랜드가 통으로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패키지와 슬로건은 하나의 가치관이다.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마케팅 메시지를 담고 있는거다.
이제 우리는 그걸 잘 마케팅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기존 마케팅 운영 세트는 ROAS가 좋지 않은 형태였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사실 이 모든 과정을 따로 운영하지 않고, 달리는 말 위에서 칼을 갈듯이 동시에 병행해서 운영했다.
이게 우리만의 장점이다. 빠르고 정확하다는 것.
적게쓰고 많이버는 성공하는 마케팅 환경으로 바꿔나가는 과정, 2편에서 공개하려 한다.
마케팅 비법을 담은 스토리까지 함께 전할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다.
본 리브랜딩 업무는 E사 소속으로 근무하며 진행했던 업무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케르에게 귀속됩니다. ⓒ 2022 Kerr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