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 어학원 실제 이야기
나는 얼마 전 외국어 학원에 입사했다.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고 경영지원팀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추석이 찾아왔다. 추석과 함께 놀라운 사실도 함께 찾아왔는데 그것은 바로 추석 선물!
추석선물로 고작 껌 한 통을 준다거나, 커피 한 병을 준다면 놀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회사에서 추석선물을 직원에게 꼭 줘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런데! 추석 전에 내려온 공지사항은 내 눈을 의심하게 했다.
이번 추석에 전 직원이 돈을 모아 대표에게 선물을 바친다는 공지였다. 1인당 2만 원씩 내라는 내용이었다.
선물을 회사에서 직원에게 주는 게 아니고 거꾸로 직원이 선물비를 내라니. 이해할 수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했다. 학원의 오랜 전통이라고 했다. 세상에 뭐 이런 개떡 같은 전통이 있나 싶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공지를 찬찬히 다시 보았다. 돈을 내라는 내용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자유롭게 돈을 내면 된다고 쓰여있었다. 나는 자유롭게 돈을 내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2만 원 없던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도 없는 것을 강요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1주일 뒤 한 직원이 내게 찾아왔다.
사원 1 : 동휘 씨. 추석 선물비 안 내요?
나 : 네?
기억 저 너머로 보내버린 추석 선물 이슈가 다시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나 : 아…네 그거 자유롭게 낼 사람 내라고 해서 안 냈는데요. 왜… 왜요?
사원 1 : 너무 자유로운 거 아니에요? 잘 생각해봐요~
나 : (혼잣말로) 생각은 너네나 잘 해
사원 1 : 뭐라고요?
나 : 아 아니에요 혼잣말이에요
그런데 그날부터 신기하게 여러 사람이 내게 찾아왔다.
사원 2 : 동휘 씨 선물비 안 내요?
사원 3: 동휘 씨 선물비 언제 낼 거예요?
사원 4 : 동휘 씨 선물비 진짜 안 낼 거예요?
도대체 이 시트콤 같은 상황은 뭔가 싶었다. 직원들의 릴레이 방문은 추석 전날까지 이어졌다.
사원 1: 동휘 씨 내일이 추석인데. 생각해봤어요? 동휘 씨 빼고 돈 다 냈는데
나 : 네? 그걸 어떻게 아세요?
사원 1 : 내가 그거 명단 정리하거든요,
나 : 명단이요? 자유롭게 내라고 하셨는데 명단은 왜…
사원 1 : 그거 납부자 명단 프린트해서 대표님 선물에 붙여서 대표님께 드리거든요.
나 : 네??
자유롭게 억지로 돈을 내란 말이었다.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스승의 날 선물이나 친구 생일 선물을 돈을 모아서 해 본적은 많았지만 명단을 붙여서 선물한 적은 없었다. 이런 놀라운 발상은 누가 한 걸까. 도대체 명단을 왜 함께 제출하는 것일까.
선물비 상납자 명단! 마치 살생부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대표는 이미 돌아이 중에 상 돌아이로 소문난 인물. 내 앞에 펼쳐질 회사생활이 어떻게 될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진짜 이대로 안 내도 되는 것일까? 머리가 아팠다.
결국 나는
추석 선물비를 내고 말았다.
#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일부 내용은 개인보호를 위해 변경하였습니다.
실제로 oo시에 있는 한 어학원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선물비 납부자 명단까지 확인하였습니다. 계산해보니 거의 200만 원 가까이 되는 거액이 ㄷ ㄷ
이런 놀라운 직장 이야기를 브런치와 유튜브 웹드라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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