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보 Nov 03. 2023

옷 벗겨진 자작나무 옆 닭 있는 풍경 한꼭지


지갑속 소녀가 아직도 웃고있다

초라해진 바보는 너무 아프게 벌을 받고있다





삼팔선 가지치기 전 기고만장 느티나무

오가 우물터 등어리 느티나무

문둥이 마을 내려오는날도 그자리 느티나무

집집마다 집 마당 속편하게 널부러졌던

닭장안 병아리 철 모르고  떠날 채비 바쁘다


요물단지 샘내는 자작나무는 자작나무라지만

껍질부터 벗었다

때되면 옷 벗고 떠날 세상사

단풍 떨어진 놀이터 초래해진 바보도 떠나겠지

또 눈앞에 전구가 껌벅인다


벌처럼 검벅인다


낙엽 새빨간 길바닥 눈 감고 하늘을 봐도

잘 살지는 못해도 못살지도 않은 느티나무 부럽다

거짓말처럼 아직도 꼿꼿한 자작나무

목소리 커진 닭새끼 꼬끼오 암만 울어도

옷 벗겨진 자작나무 옆 닭 있는 풍경 한꼭지


벌처럼 너무 초라하다



  2023-11-1  37년 산 결혼 기념일 미안한 맘



작가의 이전글 힘이 법을 지배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