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옷 벗겨진 자작나무 옆 닭 있는 풍경 한꼭지
지갑속 소녀가 아직도 웃고있다
초라해진 바보는 너무 아프게 벌을 받고있다
삼팔선 가지치기 전 기고만장 느티나무
오가 우물터 등어리 느티나무
문둥이 마을 내려오는날도 그자리 느티나무
집집마다 집 마당 속편하게 널부러졌던
닭장안 병아리 철 모르고 길 떠날 채비 바쁘다
요물단지 샘내는 자작나무는 자작나무라지만
껍질부터 벗었다
때되면 옷 벗고 떠날 세상사
단풍 떨어진 놀이터 초래해진 바보도 떠나겠지
또 눈앞에 전구가 껌벅인다
벌처럼 검벅인다
낙엽 새빨간 길바닥 눈 감고 하늘을 봐도
잘 살지는 못해도 못살지도 않은 느티나무 부럽다
거짓말처럼 아직도 꼿꼿한 자작나무
목소리 커진 닭새끼 꼬끼오 암만 울어도
옷 벗겨진 자작나무 옆 닭 있는 풍경 한꼭지
벌처럼 너무 초라하다
2023-11-1 37년 산 결혼 기념일 미안한 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