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살아남기 - 21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카네이션을 단 노인네들이 자랑스럽게
다시는 것을 보니 살며시 웃음이 납니다
카네이션을 달아 본지가 언제지 하고 생각해봐도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애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만큼은 됐겠지요...
오늘은 내가 직장생활 중 제일 기억하기 싫은 기억 한가지를 꼭 써야 하는 날 입니다
어버이 날 이거든요....구조조정 한 날 입니다
어떤 회사든지 다는 아닐지 몰라도
거의 모든 회사는 최악의 위기에 대처하는 시나리오를 스텝 파트에
보안 문서로 가지고 있습니다
1차, 2차, 3차...우리 회사는 3단계 까지 였습니다
제 직책이 그 팀장 업무 였고요...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도 그 때 동료였던 선후배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같이 더불어 살자!!!
좋은 말 입니다
모든 동료가 그렇게 생각할까요?
아닙니다. 살 사람은 살아야 한다
다 같이 살 수 없다면 구조조정을 해라
하는 사람이 과반에 가깝습니다
쉽게 말해서
월급을 깍아서는 오래 살 수 없으니 구조조정을 해서라도 산 사람만큼이라도 월급을 제대로 받겠다라는 말 입니다
전체 조합원의 선택 인거죠...
그때 새삼 다시 확실히 알았습니다
세상은 참 냉혹하다는 사실을요
내가 우선 살아야 내 것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요...
세상에는 내 대신 죽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대상자 명단을 받아들고 보니
계급 정년에 다가온 사람들, 연봉 많은 부서장들과
대부분은 사람 좋고 말 없이 일하는,
튀지는 못해도 착실한 사람들 이었습니다
매일 얼굴을 맞 대던 선후배들 이었습니다
모순이었지만 현실 이었고 또 저는 해야 합니다
미칠 것 같더라고요
청평 연수원
4일동안 하루종일 노를 저으면서 왔다 갔다
말이 교육 훈련이지 무자비 합니다
그냥 옆에서 지켜 보는 수 밖에 할 일이 없었습니다
중간에 포기하고 가시는 분들이 많아졌고요
끝까지 견디며 구령을 맞추는 사람도
결국에는 우시더라고요...빵과 우유를 먹으면서
교육(?)후 회사로 출근 후 사표를 바로 제출하시는 분들 중에 제가 모셨던 심 차장님이
하신 말씀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 업무까지 마쳤으니 이제 떠나야 겠네'
그 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전원 퇴사 하셨습니다 퇴사 한 사람도 남아 있는 사람도
한 식당에서 마주보고 식사하는 것을 서로 참지 못 했으니까요...
잔혹하다고요? ...현실일 뿐 입니다
그 후로 저는 7차에 걸쳐 구조조정을 시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에 IMF라는 직격탄을 맞았지만 동종업계 보다는 피해를 줄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회생 절차를 거쳐
다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회사는 당연한 일을 한 겁니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게 세상이니까요
누구도 뭐라 그럴 수 없습니다
또
지금도 그 누군가는 그 속에서 그때의 나 처럼 기를 쓰고 싸우고 살고 있을테니까요...
난 평생 이 구조조정을 잊지 못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말하고 있습니다
직장 에서 살아남기라는 부제로 지금까지 26번째 그리고 있고, 앞으로도 계획상으로는 100번째까지 그릴 겁니다
내 그림 속에는 죽지 않을려고 대들고 악 쓰는 모습이 가끔은 보인다고 합니다
그 때의 경험 때문에 나온 내 모습 이겠지요....
누구 한 사람이라도 내 경험을 보고 살아 남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만족하고 그릴 겁니다
무튼
오늘은 이 말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눈물젓은 빵은 혼자 드시더라도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 절대 그 모습을 보이지 마십시요
그래서 독하게 모진 직장인이 되셔야 합니다
드라마가 아닙니다.... 아픈 현실 입니다
지더라도 꼭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눈물 젓은 빵 먹으며 울지 말고 이기십시요
강한 사람이 되십시요
살아 남으면 됩니다
그 누구도 내 대신 죽어주지 않습니다
조금 밉상으로 보일지라도 내 행복이 먼저 입니다
그 후에 나누어 주면 됩니다
독하게 높은 나무가 되십시요 그리고나서
그늘을 만들어 주면 됩니다
이 또한 그 누구도 손가락 질 절대로 못 합니다
작은 찻 잔 속에서 끝없이 경쟁하고 싸워야하는
이게 직장인에게 주어진 운명이고 삶 입니다
독 해 지십시요
-유난히 생각나는 어버이 날 입니다-
-경험은 송곳처럼 머리 속에 찔러 넣고
생긴 지혜는 돌 처럼 행하자-
1998.10.03 PM11시 부도난 공장 사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