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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랑 김밥 두줄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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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Aug 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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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놈을 만나고 오니 양손에 닭이 맥주를 유혹하고 있네요
친구놈 하는 소리가 귀에 딱지가 앉아 이젠 듣기 싫을때도 됬는데 아직도 그 고집을 꺽지 못하고 매번 닭을 들고 옵니다
그래도 너무 좋습니다
집에서 싸준 김밥이 아니어도 너무 그립습니다 모든 이미지는 다음과 네이버 출처입니다
망가진 책상사이 열린 하늘이
있는 곳
옥상 음악실 옆 도시락 대신 구름과자 먹는 곳
일년 열두달 추우나 더우나
점심시간 내자리
그 누구도 넘볼수 없는 내자리
알고도 모르는 내자리엔 친구가 있다
합이 두마리
야차같은 성질머리 좋다는 한마리도 도시락이 없다
꼴통도 도시락이 없어 둘은 친구가 됬다
뺏어먹을 젓가락마저 없는 두마리
아무 눈치볼일 없는 파란 하늘이 부럽다
수학여행 한번 못 간것도 똑같고
일년 열두달 도시락 없는것도 똑같다
조그만 애들 도시락 뺏어 먹는
키 큰 쉭키들 두들겨 패 주는것도 똑같지만
먹고 싶은 도시락 보는 것은 싫었다
넷째시간 끝나는 종소리가 싫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점심시간 종소리 우리는 언제나 야구장
먼지나게 두들겨 맞아도
반성문 명작처럼 아무리 잘써도 언제나 웃었다
내일도 또 갈거니까 그랬다
둘은 그렇게 도시락 없는 졸업을 하며 또 웃었다
군대가 뭔지도 모르면서
하나는 내일 열차를 탄다며 울었다
아무도 모른다면서 서글피 울었다
배골치 않아 좋다면서 킥킥대며 울었다
울다 웃으면 어디어디 털난다면서도 또 웃었다
머리털 깍지 않고 들어가면 쳐 맞는다면서도
깍고 싶어도 깍을 돈이 없다고
그돈으로 두꺼비나 한병 더 까자고 우겼다
어떻게 잠 들었는지 모르지만 아침은 당연히 왔다
하나는 가면서 먹으라 무심히 내민
도시락
김밥 두줄 단무지
찌그러진 은박지 비닐종이
도시락 한번쯤은 받아보고 가야지 했다
미안하지만 사온 가짜 도시락이라 했다
처음 받아보는 도시락이라했다
고맙다고도 하지 않았다
미안하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군대를 갔다
환갑을 넘기고도 둘은 아직도 만난다
아직도 둘이다
이젠 조금은 행복한 시간을 선물 받았다
둘은 아직도 글을 쓰면서 지 잘났다고 싸운다
그리고
헤어질 시간이면 꼭 닭 한마리가 내 손에 있다
하나가 또 하나에게 주는 도시락 선물이다
저녁에 가족과 같이 먹으라는 도시락이란다
평생 받아본 도시락은 단 한번뿐이라는
꼴랑 김밥 두줄 도시락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도시락 이었단다
울며 웃으며 먹었단다
아무리 먹어봐도
그때 식어 딱딱해진 김밥 맛을 잊을수가 없단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단다
이젠 고맙다고 말할수 있단다
그래서 자기도 도시락을 사주고 싶단다
김밥말고 닭으로
하나가 투덜이며 말했다
어이 친구
이젠 닭말고 다른걸로 바꾸면 안되겠니
2019-8-18 늦은밤 치맥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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