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해보고 싶은 것이 진짜 나에게 맞는 일일까?

by 김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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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대한민국 아저씨로서, 최애 프로그램 중에 하나는 자연인입니다. TV를 거의 보지 않지만, 가끔 자연인 방송이 나오면 딱 소파에 앉아서 시청하게 됩니다. 채널을 가족이 돌리고 있더라도, 자연인 채널이 잡히면 어 잠깐! 하고서 다시 돌아가보길 원합니다.


나는 자연인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 숲 속에서 홀로 이것저것 만들어보면서 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얼마나 자유롭고 낭만적일까요? 그런데 정말 내가 그걸 기뻐하고 즐거워할까? 이건 조금 의문이긴 해요. 한 번도 그런 경험을 직접 해보진 않았거든요.


하지만 솔직히 자연인은 제가 생각하기엔 진입장벽이 제법 높은 편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임야를 사야 합니다. 물려받은 뭔가 있다면 모르지만 살 집 마련하는 것도 도전인데 취미로 쓸 산을 구매한다고? 아내가 쫓아낼지도.


그리고 홀로 거기 가있어도 비난하지 않을 가족들이 지원하거나 아예 가족이 없어야 합니다. 아내와 아직 미성년 자녀 세 명이 한 식구인 우리 집은 절대 실현할 수 없는 기초 조건을 가진 셈이라 할까요?


이런 허들이 없다고 해도 실제의 자연인 삶이 자유로울지언정 외롭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지요. 개인적으로 외로움을 타지 않는 편이고 홀로 있는 시간을 선호하지만 산속에서 홀로 일주일도 살아보지 못했는데 단정하긴 어렵겠죠.


밭을 개간하고. 식물을 키우고. 작은 집을 짓고. 매일 사 먹지 않고 요리해 먹고. 식량을 자급하기 위해 이것저것 공부하며 재배하고. 마당을 관리하고 조금씩 넓혀가고. 과연 모든 것이 내가 소망하던 일일까요?


어쩌면 자연인이라는 삶을 꿈꿔왔다기보다는 자연인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꿈꿔왔다는 것이 더 정확한 것이 아닐까요? 돈을 떠나서. 가족을 떠나서. 나에게 기대하는 사람들과 사회를 떠나서. 책임과 책무와 의무와 해야 할 일을 떠나길 꿈꾼 것은 아닐까요.


내가 원하고 갈망하는 그것이 진짜 내 안에서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아이덴티티를 그리고 있었는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 같습니다. 그래야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도 알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도 생각할 수 있어요. 내가 잘 나가는 변호사라는 아이덴티티에 매몰되어 실제로는 매일 죽도록 하기 싫은 변호사 업무를 해내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죠. 나의 행복과 나의 건강을 극도로 해치는 행위를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 그냥 두는 사람.


이름난 유튜버라는 아이덴티티에 고정되어 악성 댓글도 일의 일종이라며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아도 참고 넘겨야 하는 상황. 실제로 유명인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에 엄청 예민해질 수밖에 없겠죠? 과연 그런 인내가 자신의 행복에 어떤 영행을 주고 있을는지.


어떤 특정한 자격. 스킬을 갖추었다고 해도 반드시 그 길을 평생 할 필요는 없는 거 같습니다. 나 자신이 진심으로 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자주 고민하는 습관이 유용하겠죠. 이렇게 나의 행복을 위해 조금씩 노력하면 좋을 거 같아요.


오늘의 질문: 어떤 것을 갈망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한번 고민해 보셨나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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