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사랑스러울 때

by 김영무
caroline-hernandez-FzZb0SdD0QU-unsplash.jpg Photo by Caroline Hernandez on Unsplash


결국 답은 매일매일, 매 순간이 그런 날이 아닐까요? 아이들은 정말 천사이고 축복입니다. 가끔 짜증이 날 때도 있을 수 있지만 모든 자녀는 부모에게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딸의 눈을 바라보고 있자면 정말 별빛이 이럴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물론 우리 아들들도 그렇게 귀여울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귀여움은 어른스러움과 멋짐으로 변하고 이제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첫째는 벌써 아빠보다 키가 큽니다. 귀엽다고 하기엔 조금…


모든 아이들은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는 무한정 사랑스럽기만 한 것 같습니다. 사춘기가 되면 자기주장이 충격적으로 강해지고 부모를 떠나 친구들과 더 가까워지는 시기가 오기 때문에 아이 시절과는 정말 많이 다르죠.


그래서 요즘 길을 가다가 아장아장 부모와 같이 걸어가는 2살, 3살쯤 되어 보이는 아기들이 어찌나 사랑스럽게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넷째를 고민하게 만드는 아가들이죠. 심지어 가끔씩은 입양을 해도 좋지 않을까? 하고 아내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어른이 된다면 참 멋질 거 같아요. 하지만 아마도 죽을 때까지 영원히 내 마음속 최애 영상으로 남아 있을 것은 유년기에 아빠~ 하고 달려오던 순간들일 것이 틀림없습니다. 첫 발걸음, 처음 아빠라고 불렀을 때, 처음 완성형 문장으로 대화를 했을 때, 처음 생일 케이크의 불을 불어 껐을 때.


그런 순간들이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겁니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이 바로 이렇게 자라나는 아기들의 성장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나이가 어리면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 테니 말이죠.


오늘 막내딸의 눈이 충혈되어 아침 9시 병원 오픈시간에 맞춰 진찰을 받았습니다. 결막염이라고 하시네요. 기다려서 진찰을 받고, 기다려서 약국을 들르고, 결국 평상시보다 1시간을 늦게 돌봄 교실에 도착했습니다. 제 일정도 그만큼 무너졌지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사랑하는 딸의 별빛 같은 눈동자를 다시 볼 수 있으니까요. 운전하면서도 옆에 카시트에 앉아있는 아이를 힐긋힐긋 쳐다보게 됩니다. 어쩌면 이렇게 이쁠까요? 정말 딸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살지?


자녀를 키운다는 것은 참 많은 희생을 전제로 합니다. 제가 결국 이른 은퇴를 한 것도, 임원의 자리와 월급을 포기한 것도 결국 막내딸을 키우기 위해서였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이렇게 완전한 생명체가 세상에 있을까? 이 작고 어여쁜 아이를 옆에서 지켜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고 살맛이 납니다.


집에 돌아오며 식료품을 구매하고, 집에서는 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빨래를 걷고, 식탁을 정리하고, 쌀을 씻어 밥을 올리고, 청소기를 돌리고, 안방 정리를 하고, 이불을 정리합니다. 순식간에 한 시간이 지나갑니다. 누군가 매일 청소하는데 1시간을 쓴다면 80세에 죽는다고 가정할 때 1000일 동안 청소만 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딱히 시간이 아깝거나 불만이진 않아요. 어여쁜 딸과 아들들과, 아내가 사용할 집이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 더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는 것도 감사하니까. 그들의 빛나는 눈빛을 나는 평생 기억할 거니까. 더 나이 들어 70살, 80살이 되어도 어린 시절의 자녀들의 모습을 반드시 기억할 거니까.


오늘의 질문: 매일 충분히 사랑을 표현하며 살고 계신가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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