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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서 할 수 있다는 환상

by 김영무
brett-jordan-w7sIj-M5Xyc-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Brett Jordan


우리는 방송이나 유튜브, 책이나 글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정말 세상에는 의지가 부족할 뿐,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한 내용이 유튜브에 이미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한 시간짜리 영상을 보고 나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할까요? 아~ 충분히 배웠다? 아니면 어, 방금 뭘 배운 거지?


저는 50대가 되었어도 여전히 호기심이 많은 청년입니다. 배우는 것 자체를 즐깁니다. 보통 하루에 무언가를 읽는 시간은 못해도 6시간이 넘어갈 것이라 확신합니다. 뭐, 다 학습을 위한 읽기는 아니고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읽기도 포함이긴 하지만 말이죠. 그래서 짬나는 시간에 게임을 하는 사람처럼, 짬나는 시간에 뭔가를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와 온라인 강의, 그리고 책을 통해서 배우는데, 우리는 정말 진지하게 학습을 하고 있는 걸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노출된 수많은 정보를 ‘접한’ 것으로 그것을 ‘배웠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백 권의 비즈니스 책을 읽어도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있고, 건강에 대한 팟캐스트를 수십 시간 들어도 계속 딴생각을 했을 수도 있으며, 주식 종목 분석 유튜브를 10시간을 들어도 한 개의 주식 분석을 할 수 없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특정 주제를 읽거나, 듣거나, 시청하면 그것에 대해 배웠다고, 이제 내가 그것을 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진 셈입니다. 이 환상은 내 기분을 좋게 합니다. 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기분.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시간 활용이라는 기분. 성취의 도파민이 발생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전혀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지식을 탐구하고 이해하여 그 지식을 보유하는데 실패했습니다. 흔히들 잊어버리지만, 어떤 유용한 것을 가지려면 시간과 집중과 노력을 투자해서 지식을 쌓아가야 합니다. 한번 슬쩍 본다고 모두 이해하는 것은 판타지 소설에나 나오는 상상일 뿐입니다.


시간이 없죠. 그래서 우리는 제대로 설명하려는 영상을 3배속으로 돌려버립니다. 이해할 시간은커녕 무슨 말인지도 짐작으로 알아맞혀야 합니다. 집중도 안됩니다. 아침에 들었던 정체불명의 멜로디가 무슨 노래였는지 계속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의 알람은 왜 그렇게 쨍쨍 대는지.


게으름을 빼놓을 수 없죠. 우리는 지금 시청하는 것을 틀어 놓은 것으로 나의 의지는 종말을 맞이했습니다. 더 이상 집중해서 정신적인 에너지를 써가면서 이해하고 내재화시키려는 노력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누구나 매일 만나는 배움의 대적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적극적인 배움 모드로 들어가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눈길이 닿는 모든 것에서 적극적인 배움 모드를 실행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기억을 더 하고 이해를 더 할 수 있을까요? 다음 글의 주제로 상정해 놓도록 해볼까요?


오늘의 질문: 뭔가를 배웠다는 느낌보다는 진짜 기억이 나는 무언가가 있다면 뭘까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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