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입사했다가 1년 뒤에 회사가 망하면서 자동 퇴직을 한 기업이 있었습니다. 모든 경우가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회사를 걸러야 좋은 커리어를 만들 수 있으니 한번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 회사에 입사를 한 두 가지 큰 이유는, 첫째로 회사가 집에서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역삼동에 위치했죠. 강남, 역삼, 삼성. 삐까번쩍한 동네잖아요? 회사가 위치한 건물도 아주 멋졌습니다. 뭔가 더 반짝거리는 회사 생활을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놀거리도 많은 동네라는 유혹도 있었죠.
둘째로, 면접을 갔는데 기술 특허를 보여주면서 자기네 기술력이 대단하다고 자랑을 하셨고, 저는 그것을 믿었습니다. 열 명 정도의 작은 회사였지만 별도의 연구소도 있었거든요. 이제 성장하는 기업에 잘 올라탔구나!
직주근접이라는 단어가 괜히 있는 게 아니죠. 회사와 집의 거리가 짧을수록 통근 시간이 줄어들고 집에서 쉴 시간이 늘어나니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직장 선택 최우선의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커리어 자체가 훨씬 중요하죠. 집을 옮기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죠.
면접을 보기 전에 그 회사에 대해서 30분 정도 검색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패착이었죠. 그 회사와 그 산업에 대해서 최소 3일은 조사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이 공부할수록 면접에서 더 핵심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그 산업의 일인자가 누구인지,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는지, 그리고 면접 회사는 몇 위쯤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특허를 보유한 회사가 반드시 기술적으로 우월한 회사는 아닙니다. 특히 작은 기업은 더 유의해야 합니다. 특허에는 핵심 특허가 있고 변두리 특허가 있습니다. 진짜 명칭이 그것은 아니지만, 기술적으로 우회가 가능한 특허와 불가능한 필수적인 특허가 있는 셈이죠.
작은 기업이 핵심 특허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정말 특별한 경우 외에는 없습니다. 당연히 연구개발에 투자되는 자금의 제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입사한 기업은 연구소가 있었지만, 제품의 핵심 모듈과 기술은 업계 2위 기업으로부터 받아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었습니다.
생산을 직접 하는가의 여부보다 중요한 것이 기술이 어디의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나이키가 생산을 직접 하지는 않잖아요? 나이키는 기술력 보다 브랜드 마케팅이 핵심이니 조금 다른 경우이기는 합니다만.
회사가 망하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작은 회사인데도 사장의 비서가 있다는 것은 경계해야 할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그 회사는 10명 남짓한 직원 중에 놀랍게도 비서학과를 졸업한 정식 비서가 있었습니다. 과연 그만큼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였을지는 지금도 의문입니다.
매출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건 공개 기사로 확인할 수 없는 작은 기업이 많죠. 그래서 면접에서 물어봐야 합니다. 어떤 쪽으로 매출이 많이 일어나는지. B2B? B2C? B2G?
그리고 어떤 업계로 매출이 분포되는지(고객군)도 알면 좋죠. 철도? 항공? 학교? 지자체? 식당? 군? 미용실? 자동차? 컴퓨터제조?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전기전자? 기계? 산업장비? 건설? 토목? 학원? 유통? 온라인유통? 통신장비? 스마트폰?
그 회사가 1년 뒤에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비전이나 장기 목표는 약간 허황된 경우가 많지만, 1년 뒤의 비전도 명확하지 못하다면 영 준비된 기업이라 보기 어렵죠. 어떤 시장에 진출한다, 어떤 신제품/신기술을 내놓는다라는 식의 목표는 있어야 합니다.
대기업이 연봉이나 복지가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작은 기업에서도 충분히 행복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잘 골라야죠. 경력이 중요해지는 요즘, 대기업만 바라보고 1년 동안 취직 준비를 하느니, 작은 기업이라도 자신의 경력을 1년 더 늘리는 것이 훨씬 현명한 결정입니다.
대기업도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경력자를 선호합니다. 완전 신입은 이제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그러니 작은 기업에서라도 일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신, 이력서에 매월 업데이트 할만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누적시켜야겠죠.
저는 이 기업이 망하면서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비록 1년 치 퇴직금이지만요. 심지어 업무추진비 2달어치는 개인 돈을 사용했는데 정산받지 못하고 나왔죠. 나름 비싼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훌륭한 작은 기업들이 생겨서 훌륭한 직원들을 길러내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질문: 지금 쉬고 있다면, 작은 기업이라도 취업에 도전해 보세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