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싸우지 않는 방법

사진: Unsplash의 Fr0ggy5

대니얼 카너만(Daniel Kahneman)은 작년에 돌아가신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입니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지만, 실질적인 업적은 심리학, 행동 경제학, 행복심리학 등의 영역에 걸쳐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책은 ‘Thinking, Fast and Slow’라는 책이고 한국어 판은 ‘생각에 관한 생각’으로 번역되었죠.

카너만은 인간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가, 판단을 내는가에 대한 연구를 평생 했습니다.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한 채로 내리는 ‘감’에 의존한 빠른 판단이 도대체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런 결과를 도출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했죠.

짧게 도출해 낸 결정은 아주 효율적입니다. 생존이 필요할 때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능력입니다. 불완전한 정보를 가진 채로 현재 상황에 맞는 결정을 빠르게 내린다는 것은 훌륭한 능력이죠. 우리는 매일 수천 개의 결정을 내리는데, 만약 이런 능력이 없었다면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도 전에 이미 우린 지쳤을 겁니다. 아침밥부터 출근 복장 선택에 이르기까지 고민할 게 너무 많아서요.

하지만 효율성은 정확성을 희생하고 나온 결과입니다. 다수의 본능적인 결정은 사실 틀린 결정으로 밝혀지기도 하죠. 필요한 결정의 속도를 올리기 위해 우리의 두뇌는 가상의 신뢰성을 내 결정에 부여하기도 합니다. 틀린 결정임에도 나는 내가 한번 내린 결정에 계속 신뢰를 부여하는 이상한 방식으로 말이죠.

본능, 또는 감에 의한 결정은 두뇌에 구조에 이미 저장되어 있습니다. 고대시대부터 안전에 대한 재빠른 대응을 위한 유전적인 반응 법칙인 셈이죠. 피할 수 없지만, 이런 결정방식이 존재한다는 것만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어도 인간은 반응을 선택할 여지가 생깁니다.

‘Thinking, Fast and Slow’라는 책은 제목에서부터 핵심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인간이 생각하는 방법에는 빠르게 생각하는 것과 느리게 생각하는 것이 둘 다 존재하며, 둘 다 적절하게 사용할 때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이죠.

빠르게 생각하는 것은 직감적, 감정적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고, 느리게 생각하는 것으로 논리적이고 계산이 필요한 결정을 내릴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차를 운전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멀리 있는 친구를 알아보는 등의 활동에 빠른 생각을 사용하고, 고민이 필요한, 생각이 필요한 영역에는 느린 생각을 사용합니다.

압도적으로 빠른 생각으로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것이 편리합니다. 두뇌도 그게 연산력을 덜 잡아먹으니 게으름 피울 수 있어서 더 좋아하죠. 하지만 우리는 의도적으로 몇 가지 선택에 앞서 잠시 멈춤으로 이것이 느린 생각이 필요한 결정일까 생각해봐야 합니다.

여기서 아주 신기한 생각이 가능한데요, 빠른 생각을 멈추고 느린 생각을 발동하므로 내 즉흥적인 감정적 대응과 입에서 튀어나오는 감정 섞인 말을 자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모두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로 고생해 본 적이 있지 않나요?

내가 속상할 때, 그리고 화가 났을 때 빠른 생각의 방법이 보통 나를 지배합니다. 최대한 빠르게 상대에게 보복을 할 방법을 감정적으로 찾게 됩니다. 상대의 감정을 최대한 빨리 상하게 만드는 것이 나의 유일한 목표가 됩니다.

이럴 때 빠른 생각의 결과를 따르게 되면 정말 최악의 인품을 가진 사람으로 평가받게 되는 거죠. 이때 나의 감정에서 분리되어 더 우선적인 것이 무엇인지,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잠시 멈추고 생각해 봐야 합니다. 느린 생각의 시작이죠.

아이가 말을 안 듣습니다. 아빠 엄마를 무시하고, 막말을 합니다. 그럼 나는 당연히 화가 나죠? 그런데 거기에서 화를 내며 소리치기 전에 느린 생각을 도입합니다. 현재 화가 난 나 자신의 상태를 분리시키고, 근본적인 자녀와 나와의 사이를 생각합니다.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자녀 아니었나요? 여기서 맞대응으로 같이 화를 내서 좋아질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요?

아이가 화가 났다면 아빠인 나에게 화가 났다기보다는 아이가 경험한 어떤 상황이나 상태가 그를 억울함에 빠뜨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 역할은 그의 상태를 인지하고, 다독여주고, 그의 억울한 기분이 정당하다는 것은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느리게 생각하면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의 질문: 화에 잡아먹히지 않는 여러분 되시길 기원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