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화이트 칼라 직업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대부분 의사와 변호사를 꼽지 않을까요? AI시대에는 이런 고학력 전문 직업들이 아주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거에 주니어 변호사 5명이 일주일 걸려 조사해야 할 자료들이 1분 내로 쏟아져 나옵니다.
미국의 CASEY라는 법률 플랫폼이 있습니다. 이걸 사용하면 모든 판례부터 과거의 유사 이력을 검토할 수 있으며, 위험 분석부터 법적 절차와 요약문에 이르기까지 한방에 정리됩니다. 고위 변호사들은 그저 출력된 자료를 한번 쓱 오류가 없는지 살펴보기만 하면 됩니다.
억대의 교육비를 써가면서 법학 학위를 받은 주니어 변호사들은 전혀 이 사건에 기여한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비싼 월급 주며 신입 변호사를 고용할 이유가 없어지죠. 결국 이미 명망을 획득한 고위 변호사는 일처리가 매우 빨라지며 더 많은 소득을 얻겠지만, 신입 변호사들이 법률시장에 진출할 기회는 없어집니다.
그런 법무 분야의 플랫폼이 한 개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변호사를 위한 AI 도구 정리라는 문서를 보면 벌써 얼마나 많은 법무 관련 AI 사이트들이 생겨났고 경쟁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게 꼭 법무 분야에서 만의 일일까요?
금융 분야에서도 신입 회계사들이 할 일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의사들도 비슷하죠. 지금은 영상판독, X레이 결과 분석 등에서만 사용되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영역에서 AI와의 협력을 통한 진료가 많아질 겁니다.
대부분의 존경받는 전문직종은 아주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확립되어 있습니다. 각 분야의 모범 사례가 수십, 수백 건이 나열되어 있으며, 어떻게 역량을 측정할지 시험 과정도 아주 상세하게 정리되어 있고, 표준 시험 문제은행도 잘 정비되어 있죠.
문제는 이렇게 잘 정리된 직종이 가장 AI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이겠죠. 수십 년에 걸쳐 정리된 자료와 정보를 그대로 학습하기만 하면 되니까 말입니다. 최신 기술과 업적, 신제품, 발명, 모두를 새로운 학회에 가서 탐구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무시무시한 능력자 AI.
물론, 인간이 내리는 판단과 AI가 내리는 판단은 다릅니다. 그래서 의사나 변호사라는 직업이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아니에요. 의사는 진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도덕적인 무게를 안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업계의 분열은 전체를 다 뒤바꾸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가장 이익이 되는 부분만 바꿔도 됩니다. AI가 인간보다 더 잘하는 영역만 쏙 바꿔도 된다는 말이죠. 그리고 그런 부분은 현재는 업계에 막 들어간 주니어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이고요.
그러면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전통적인 의미의 고학력 고소득 전문직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교육 업계의 변혁을 가져올 겁니다. 최고의 유명 대학 졸업장이 더 이상 취업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로스쿨이 문을 닫을 수도 있죠. 그만한 수고와 노력과 학비를 과연 졸업 후에 돌려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자격증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습니다. 국가 공인 자격증부터 사설 자격증까지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의사 자격증, 변호사 자격증이 쓸모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과연 10년 후에는 어떤 자격증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자격시험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교육 체계가 잡혀 있어서 AI도 쉽게 배울 수 있다는 말인데요?
가장 큰 영향은 사회 전체적으로 고수입 전문직이 줄어들면서 그 시장에 럭셔리 상품을 판매하는 시장도 같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죠. 부동산부터 사립학교 같은 특정 교육 플랫폼이 흔들릴 겁니다.
누가 살아남을까요?
아마도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즉 가장 똑똑한 질문을 AI에게 던질 수 있는 사람일 것 같습니다. 물론 업계의 다이아몬드 수저들도 부모로부터 자원을 집중지원받아 살아남겠지요. 그래도 AI가 무엇을 알고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잘 이해하는 사람이 가장 유능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오늘의 질문: 여러분은 당신의 업계에서 어떤 AI와 관련된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