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레벨 코디네이션의 필요성

합리적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낸 불합리한 시스템에 대하여

by 조직탐험가K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국인 미국이, 자국 영토 안에서 가스를 수송하지 못해 외부에서 가스를 수입해 쓴다. 2026년 3월, CBS 탐사보도 프로그램 60 Minutes 보도에 따르면 이 사실은 단순한 정책 실패담이 아니다. 이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완벽하게 합리적이었던 결정들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전체의 수준에서 어떻게 파국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구조적 교훈이다.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결과는 잘못되었다


1920년, 미국 의회는 상선법(Merchant Marine Act, 이른바 '존스 법')을 제정했다. 미국 항구 사이를 오가는 해상 화물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이 소유하며, 미국인이 운항하는 선박을 이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입법 취지는 명확했다. 자국 조선업을 보호하고, 전시에 상선을 군수 지원에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자는 것이었다. 1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당시의 맥락에서 이 법은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미국의 조선소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한국과 중국의 조선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미국산 선박의 건조 비용은 경쟁국 대비 4~5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조선소들이 채산성이 맞지 않아 생산을 중단한 것도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었다.


그 결과, 오늘날 미국에는 국내 항구 간 운항이 가능한 LNG 탱커가 단 한 척도 없다. 텍사스나 루이지애나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뉴잉글랜드로 보내려 해도, 법이 허용하는 배가 존재하지 않는다. 법을 준수하면서도 에너지를 확보해야 하는 주 정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해외에서 수입한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그 달에도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했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규탄하는 전쟁을 일으킨 나라의 에너지를, 미국 영토가 미국의 풍부한 자원을 쓰지 못해 사야만 했던 것이다.


입법자는 나라를 지키려 했고, 조선소는 사업을 지키려 했으며, 지방 정부는 주민의 난방을 지키려 했다. 각자의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 결과는, 누가 봐도 명백히 틀려 있다.


이것은 왜 발생하는가: 코디네이션의 부재


이 구조적 모순은 단순한 '예측 실패'가 아니다. 본질적으로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서로 다른 시점에, 서로 다른 주체들이 각자의 논리로 내린 결정들이 단 한 번도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검토되지 않았다]는 데서 비롯된다.


이를 [코디네이션의 실패]라 부른다. 코디네이션이란 단순한 '협조' 이상의 개념이다. 그것은 각 부분의 결정이 전체의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식하고, 그 상호작용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행위다. 코디네이션이 작동하지 않을 때, 시스템은 '부분의 합보다 작은 전체'를 만들어낸다. 아니, 더 정확히는 — 부분들이 모두 최선을 다한 결과가 전체적으로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는다.


이 역설은 기업 조직에서도 정부 정책에서도 흔하게 목격된다. 영업본부는 수주를 늘리기 위해 납기를 단축하고, 생산본부는 품질을 지키기 위해 공정 속도를 유지하며, 재무본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재고를 최소화한다. 각 본부의 결정은 모두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 세 결정이 조율 없이 공존할 때, 기업은 납기를 지키지 못하거나 품질을 잃거나 현금이 바닥난다. 어느 특정 본부를 탓할 수 없지만, 결과는 명백히 잘못되어 있다.


왜 조직은 코디네이션에 실패하는가


코디네이션 실패의 원인은 대체로 세 가지로 수렴한다.

첫째, 시간의 분리다. 존스 법은 1920년에 만들어졌고, 조선소의 폐업은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났으며, LNG 수출 인프라의 부재가 문제로 부각된 것은 2022년이었다. 각 결정이 내려진 시점은 수십 년씩 떨어져 있었다. 결정 당시에는 미래의 다른 결정을 알 수 없었고, 그 결정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를 예측하기도 어려웠다. 이렇게 시간이 분리된 결정들은 그 어떤 개별 의사결정자도 전체의 구조를 조망하기 어렵게 만든다.

둘째, 영역의 분리다. 입법은 의회의 영역이고, 조선업은 민간 산업의 영역이며, 에너지 수급은 지방 정부와 연방 에너지부의 영역이다. 각 영역은 자신의 논리, 자신의 성과 지표, 자신의 시간 지평으로 움직인다. 이 영역들 사이에 정기적으로 전체 그림을 조망하는 기능이 없다면, 각각의 합리성이 모여 집합적 불합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셋째, 책임의 공백이다. 코디네이션의 실패는 언제나 '아무도 잘못하지 않은 잘못'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이 문제를 더욱 다루기 어렵게 만든다. 특정인을 책임자로 지목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를 인식하더라도 해결을 위한 구심점이 형성되지 않는다. 결국 불합리한 시스템은 아무도 그것을 바꿀 동기를 갖지 못한 채 관성으로 유지된다.


상위 레벨의 코디네이션이란 무엇인가


이 지점에서 리더십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재정의된다. [상위 레벨의 리더—조직의 C-suite이든 정부의 고위 관료든—의 핵심 기능은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이미 잘 하고 있는 것을 더 잘 하도록 독려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어느 한 영역의 전문가도 볼 수 없는 전체의 구조를 보고, 각 부분의 합리적 결정들이 전체 수준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를 미리 파악하며, 그 상호작용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위 리더십에게는 세 가지가 요구된다.

1. 시스템 수준의 인식. 개별 정책이나 결정의 내용보다, 그 결정이 다른 영역의 결정들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먼저 질문하는 습관이다. "이 결정은 그 자체로 옳은가"가 아니라, "이 결정이 다른 결정들과 공존할 때 어떤 결과를 만드는가"를 묻는 것이다.

2. 시간 지평의 확장. 단기의 합리성이 장기의 함정이 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상위 레벨의 코디네이션은 현재의 결정이 10년, 20년 후의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를 상상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존스 법이 제정될 때 누군가가 "이 법이 미국 조선업의 경쟁력 저하와 겹쳐질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물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3. 구조적 개입의 용기. 코디네이션 실패를 교정하는 것은 언제나 특정 영역의 이해관계를 건드린다. 존스 법을 개정하자는 논의는 즉각 조선업 노조와 해운업계의 반발을 부른다. 상위 레벨의 코디네이션은 개별 영역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전체 최적을 추구할 수 있는 권위와 의지를 전제한다. 이것은 용기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의 맥락에서


기술의 가속,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증대, 공급망의 복잡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오늘의 환경은 코디네이션 실패의 위험을 구조적으로 높인다. 변수가 많아질수록, 각 영역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전체 수준에서의 조망 없이는 합리적 결정들이 충돌하고 모순을 낳을 가능성은 커진다.


AI 전략은 HR 정책과, 디지털 전환은 조직 문화와, 탄소중립 목표는 공급망 전략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규제는 산업 현실과, 안보 전략은 경제 외교와 맞물린다. 이 상호작용들을 의도적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국의 LNG 역설과 구조적으로 동일한 함정에 빠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결과가 만들어지는 그런 결과 말이다.


결론


미국의 LNG 역설이 우리에게 남기는 교훈은 분명하다. 시스템의 실패는 나쁜 사람이나 나쁜 결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대부분 좋은 사람들의 좋은 결정들이 아무도 전체를 보지 않는 구조 속에서 각자의 영역에 갇혀 있을 때 발생한다.


그렇기에 상위 레벨의 코디네이션은 리더십의 선택적 덕목이 아니다. 그것은, 복잡한 시스템을 이끄는 모든 리더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핵심 책무다.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결과가 잘못되는 것을 막는 것 — 그것이 바로 리더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개별적 합리성의 총합이 집합적 합리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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