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으로 설계한 공간 1,741명이 머물다, 창작과비평 팝업스토어 기획
팝업스토어를 기획할 때마다 나는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이 공간에 온 사람이 얼마나 오래 머물까?"
방문자 수는 마케팅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체류시간은 다르다. 그것은 공간이 스스로 벌어야 한다. 사람들은 흥미롭지 않은 곳에서 단 1분도 허비하지 않는다. 그들의 시선을 붙잡고, 발걸음을 늦추고, 자리에 앉게 만드는 것 — 그것이 공간 기획의 본질이다.
창비시선 통권 500호 기념 팝업스토어는 내게 이 질문에 대한 가장 명확한 대답을 준 프로젝트였다.
■ 매니아의 욕망은 다르다
처음 창비시선 팝업을 의뢰받았을 때, 나는 이 브랜드가 가진 특수한 자산에 주목했다.
시집에는 매니아가 있다. 단순히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시라는 형식 자체에 감정적으로 연결된 사람들. 그들은 이미 창비시선을 사랑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관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사랑을 더 깊고 풍부하게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매니아의 욕망은 단순하지 않다. 그들은 텍스트만으로 이미 충분히 감동받는 법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원한다. 텍스트를 넘어선, 온몸으로 느끼는 무언가를.
그 지점에서 나는 '오감'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다.
■ 오감 설계 — 하나의 경험이 다음 경험을 부른다
공간을 오감으로 설계한다는 것은 단순히 다섯 가지 감각을 자극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연결이다. 하나의 체험이 자연스럽게 다음 체험으로 이어지는 동선. 방문자가 스스로 탐색하고 싶어지는 흐름.
창비시선 팝업에서 우리가 설계한 것은 이런 연결이었다.
시집을 읽다 보면 — 향이 풍겨온다. 향을 따라가면 — 시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듣다 보면 — 직접 써보고 싶어진다. 쓰고 나면 — 기념으로 무언가를 받아간다.
<헤드폰 청취 공간 사진>
<시 직접 작성 코너 사진>
이 흐름은 강요되지 않았다. 방문자들은 자신의 속도로 공간을 탐색했고,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그것이 우리가 목표한 체류시간이었다.
■ 숫자가 증명한 것
10일간의 팝업 운영 결과는 숫자로 돌아왔다.
마케팅 총 노출 약 33,000명, 실제 방문 1,741명.
하지만 내게 더 의미 있었던 것은 방문자들이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 그리고 나가면서 무슨 말을 했는가였다. 많은 분들이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했고, 시 작성 코너에서 직접 쓴 문장을 사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공간이 스스로 확산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것이 체험 설계의 힘이다. 사람들은 좋은 경험을 혼자 간직하지 않는다. 나누고 싶어 한다.
■ 기획자로서 팝업스토어를 바라보는 시선
팝업스토어는 브랜드가 고객과 직접 만나는 가장 강렬한 접점이다.
광고는 일방적이다. 홈페이지는 수동적이다. 하지만 팝업은 다르다. 사람이 직접 몸을 움직여 찾아오고, 공간 안에서 브랜드를 온몸으로 경험한다. 그 경험이 좋으면 — 그들은 브랜드의 팬이 된다.
좋은 팝업스토어는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다.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깊을수록, 사람들은 더 오래 머물고, 더 오래 기억하고, 더 오래 이야기한다.
공간은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잘 설계된 공간은 —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아주 오랫동안 말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