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디자인의 본질은 행위가 아닌 창의적 사고
AI의 발전에 따라 이제는 전문 디자인 교육을 받지 않아도 그 어렵다는 디자인 툴들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간단한 요청사항(프롬프트)을 자연어로 입력만 하면 AI가 전문적인 수준의 디자인 결과물들을 만들어주는 시대가 된 것이죠. 그리고 이 발전 속도는 지금보다 더 빨라질 것입니다. 설혹 그 디자인 결과물이 의도와 다르게 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다시 AI에 사람이 요청하기만 하면 금세 원하는 디자인으로 수정해 줍니다. 물론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더 고품질의 디자인 결과물도 얻을 수 있죠.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기존 디자이너들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올 텐데요. 왜냐하면 디자인 작업을 AI가 대신하게 된다는 의미이고 그러면 그들의 수익원은 줄어들거나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죠.
여러분이 만일 동일한 불안감을 갖는다면 아마도 디자인의 본질을 디자인 행위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도구를 활용하여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행위 말이죠. 이전에는 디자인 툴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것만으로도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디자인 행위는 AI로 대체되는 것이 확실합니다. 디자인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초등학생들 조차 그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AI를 이용하여 손쉽게 만들어 냅니다. 이는 디자인 일자리의 감소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예전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웠죠. 이것이 의미하는 바 무엇일까요?
먼저, 디자인 교육 방식이 변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전까지의 디자인 교육은 대부분 기술 교육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즉 디자인 테크닉을 주로 가르쳤습니다.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어떻게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커리큘럼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 왔습니다. 그 결과 디자인 결과물의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창작이나 창의 적인 디자인은 아주 드물게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디자인 철학이나 디자인 사상 같은 의미를 찾고 반영하는 것은 무의미해져 버렸습니다. 또한, 디자인 테크닉에 대한 강조는 디자이너의 자격을 검증하는데도 기준점이 되어 왔습니다.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어떤 툴을 이용할 줄 아느냐가 디자이너의 수준을 결정하는 가늠자화 되어 왔던 것이죠. 하지만 그 오랜 시간 학습하고 연마해야 했던 디자인 테크닉이 AI에 의해 빠르고 손쉽게 대체되는 시대가 되어버린 지금에 과거의 기준들은 이미 무의미해졌습니다. 이제는 무엇을 창작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더 연구하고 실제로 고객에 가치를 제공해 주는 창의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디자인 교육이 변화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이는 구분된 영역이 해체되고 허물어지는 시대에 디자인의 경계도 자연스럽게 허물어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디자인 테크닉의 유무와 등급으로 구분되던 디자인의 경계가 AI로 허물어지면서 이종의 학문 영역 인문학, 사회학, 심리학, 공학 등의 역량을 가진 사람들도 창의적 사고력을 가지고 있다면 쉽게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인접 분야의 사례를 보면 미국의 경우,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자(행위자)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코딩할 줄 몰라도 AI 회사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대부부인 인문학 전공자들이죠. 이 의미는 무엇을 디자인할 것인가(사고)가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행위) 보다 더 중요하고 그것이 가능한 시대에 살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디자인은 원래의 그것처럼 포용력을 가져야 합니다. 체계화되고 도구화되는 순간 디자인은 창의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디자인은 이종의 것을 받아들이고 이를 새롭게 재창 의해내는 것이 매력적인 분야인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디자이너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사고보다는 테크닉의 숙련도에 집중한 디자인 교육의 결과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현재 나와 있는 민간이나 공공의 디자이너 자격증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검증 기준은 디자인 행위를 할 수 있는가, 즉 디자인 테크닉을 가지고 있는가입니다. 고도의 테크닉을 가지고 있고 이를 입증할 수 있으면 디자인 관련 자격증을 부여하는 방식인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지금도 앞으로도 유용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디자인 교육을 잘 받은 것에 자격을 부여하겠습니까? 아니면 사람에게 이로운 디자인 결과물을 창안하는 사고력에 자격을 부여하겠습니까? 후자를 검증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합니다만. 물론 정부나 기관의 인증 자격 시스템은 소비자 권리 보호라는 당위성도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사람들의 창의적 사고를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교육받은 같은 행위와 방식을 쓴다면 모두 비슷한 결과물이 나올 텐데 이것을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디자인은 공산품을 만들어 내는 행위를 훨씬 넘어서는 가치 창작의 영역입니다.
그러면 AI 시대 디자이너는 무엇을 준비하고 누가 될 수 있을까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디자이너는 창의적 사고 역량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의 힘을 길러야 합니다. 영역과 방식에 제한받지 않는 포괄적이고 포용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디자인과 비디자인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탈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가짐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자격증은 필요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울 수 있는 해결책을 고안해 낸다면 누구나 디자이너라 불릴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국가나 단체가 인증한 디자인 자격증을 가지고 멋진 맥의 화면을 하루 종일 바라본다고 좋은 디자인이 나오지 않습니다. 디자이니 쉬하게 옷차람을 갖춘다고 좋은 디자인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고객의 문제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이를 더 나은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좋은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 냅니다. 인간은 처음부터 교육을 받고 디자이너가 된 것이 아닙니다. 생활 속에서 창의적 방법으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이러한 의지와 행위가 반복되고 발전하면서 디자인이라는 체계가 만들어진 것이죠. 이러한 관점에서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자신들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더 나은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즉 디자인은 인간의 본능이고, AI 시대에 요구되는 디자인 역량은 행위의 숙련도가 아닌 문제 해결의 의지와 창의적 사고력입니다. 과거에는 창의적 사고와 결과물의 제작을 함께 하는 것이 필요했었고, 그중에서 결과물의 제작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행위는 AI가 하고 무엇을 디자인할 것인가의 사고의 영역이 집중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속한 영역을 떠나서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으면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행위로써의 디자인 자격증은 무용해지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