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자격은 고객 중심의 마음가짐에서부터 갖춰집니다.
디자인 싱킹, 서비스 디자인, 디자인 이노베이션 등이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이들에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새롭게 정의된 뉴디자이너(디자인 싱커, 서비스 디자이너, 디자인 이노베이터)의 자격과 자질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이렇게 창의적인 환경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일하는 거 너무 멋진 것 같아요."
"저는 원래 다른 부서에 배치받았는데, 이 일이 너무 좋아 보여서 손들고 옮겼어요."
"저도 디자인 싱킹을 하고 싶은데 무슨 공부를 하면 되죠?"
"저는 학교에서 서비스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유학도 다녀왔고요."
"안녕하세요. 저는 디자이너 아무개입니다."
"저희 기관에서는 서비스 디자이너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디자인 싱킹 관련 뱃지를 3개 가지고 있습니다."
"그 회사의 디자인 싱킹 뱃지 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위의 내용들은 제가 디자이너의 자격 및 자질 관련해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말들인데요. 두 가지 특징으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디자인 싱킹을 하려는 사람의 동기에 관련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격 요건에 관한 것입니다. 어떤 일에 대해 사람이 갖는 동기와 자격 요건은 어떤 사람의 하는 일을 구분할 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특히 고객을 대상으로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을 할 때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죠. 왜냐하면 디자이너의 동기가 자기만족보다는 고객 만족에 포커스 해야 하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디자인의 결과물도 어느 정도의 품질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서, 동기가 다르고 준비가 안된 사람이 디자인을 한다면 고객의 가치 증진이나 만족은 달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동기와 자격 요건을 이야기할 때는 좀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기존 방식처럼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증(국가 자격증이나, 졸업장)을 취득하는 방식으로의 디자이너의 자격을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죠.
이전의 글에서도 이야기하였듯이 디자인은 크게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와 디자인 행위(Design Doing)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요. 일정한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을 취득하는 방식의 자격 부여는 디자인 행위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일정 수준을 요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즉, 행위의 숙련도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인증을 해주는 것이죠. 어찌 보면 이런 방식이 갖는 장점도 있습니다. 디자인 소비자 보호라는 측면과 디자이너의 일자리 차원에서는 말이죠. 반면에 단점은 디자이너가 이렇게 스킬(Skill)로만 평가받을 경우 디자인이 혁신의 주요 주체로 참여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디자인의 역할이 예쁘게 만들기로 한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숙련도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디자인 창의성은 인정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디자인의 개념이 행위에 그치던 것에서 사고까지로 확장된 정의에서 디자이너의 자격 요건은 디자인 행위의 Skill의 자격과 더불어 또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저는 뉴디자이너(디자인 싱커, 서비스 디자이너, 디자인 이노베이터)의 자격은 고객 중심의 마음가짐에서 나온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가짐은 태도와 감각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데요. 마음가짐을 구성하는 태도는 H.E.A.R.T.의 세부 요인으로 구성되고 감각은 B.R.A.I.N.으로 구성됩니다. 그야말로 가슴과 두뇌가 있어야 디자이너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디자인 이노베이션의 프로세스상에서 보면 H.E.A.R.T. 의 태도로 먼저 고객과 공감하고 B.R.A.I.N. 의 감각으로 고객의 가치를 올려주는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각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림#1)
H.E.A.R.T. (고객 공감을 위한 디자이너의 태도)
1. Human-centered (인간 중심의) : 인간 즉, 고객 중심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고객과 공감하기 위해서 전문가인 디자이너의 관점이 아니라 비 전문가이고 고통을 받고 있는 고객의 관점에서 문제를 발견해야 합니다.
2. Empathic (공감적인) : 고객과 공감하려는 마음가짐과 자세는 성공적인 혁신의 단서를 발견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나 이해관계자들과도 공감을 형성해야 하죠.
3. Advocative (옹호적인) : 약간 괴짜스럽고, 적은 수의 고객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고, 아무리 우스꽝스러운 고객들의 자구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4. Resistant (저항하는) : 혁신은 늘 기존 방식과 질서에 강한 공격을 받습니다. 이에 순응하면 혁신은 이루기가 어렵죠. 따라서 이에 대항하는 강한 정신과 고객 논리도 갖추어야 합니다.
5. Teamwork-oriented (팀워크 중심의) : 팀워크는 디자인 이노베이션의 핵심입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원들이 각자의 관점으로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혁신의 단초가 되는 고객 니즈 및 인사이트 파악이 가능한 것입니다.
B.R.A.I.N. (혁신적 디자인 결과물을 위해 갖춰야 할 디자이너의 감각)
6. Balance(균형감) : 디자이너는 혁신을 위한 세 가지 축(고객, 사업, 기술)의 이해관계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결국 혁신은 이 세 가지 축의 교차점에서 이뤄집니다.
7. Revenue-oriented(수익 기반) : 기업의 영역에서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혁신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당기이던 아니면 미래의 특정 시점이던 수익 달성 가능한 시점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숫자에 약한 디자이너가 길러야 한 자질입니다.
8. Analytic (분석적) : 디자이너는 정성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량적인 부분에 대한 분석 능력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는 혁신의 결과물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이고 의사 결정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9. Initiative/Integration(주도적인/통합적인) : 고객 공감 활동을 통해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주체는 디자이너입니다. 디자이너가 주도적으로 고객 가치 증진을 위한 설루션 만들기 앞장서야 하고,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이해 관계자들을 통합할 줄 알아야 합니다.
10. Negotiation(협상의) : 디자인 싱킹의 결과물은 여전히 프로토타입입니다. 이를 실현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내의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과 밀당을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서 그들을 설득하고 혁신의 과정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협상력이 중요합니다.
정리해보면, 디자이너의 자격은 고객 중심의 마음가짐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H.E.A.R.T. 와 B.R.A.I.N. 의 자질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정량적인 잣대로 평가하거나 인증하는 일이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이것들은 완결이 아닌 방향을 의미하는 것이죠. 그리고 자질 향상의 과제는 디자이너의 숙련도나 활동 기간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하고 특정 디자인 툴에 숙련도를 가지고 있는 것에 자격이나 인증을 부여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것도 여전히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뉴디자이너(디자인 싱커, 서비스 디자이너, 디자인 이노베이터)의 양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에는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만 기존과 같은 방식(인증서, 자격증)이 아닌 고객중심의 마음가짐의 씨를 뿌리고 필요한 기본 자질들을 길러주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싱킹으로 유명한 미국 Stanford 대학의 D.School은 학위가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대학원생들이 들어야 하는 과목 같은 것이죠. 그 의미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자질은 씨앗처럼 마음에 뿌리내리고, 기술은 꽃처럼 몸에서 피어납니다. 뿌리가 약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디자인 스쿨을 나오지 않아도 고객 중심의 태도와 감각을 갖추고 있다면 뉴디자이너가 되기에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