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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vin Seo 서승교 Jan 20. 2023

불편한 기술을 친절하게 만드는 디자인 싱킹

지난 1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미국 소비자 가전 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기업들이 저마다의 기술력과 미래 청사진을 보여주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참가하여 기술력을 뽐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무려 100개가 넘는 한국 기업들이 혁신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고 하더군요.  세계 최대 기술 소비국인 미국에서 열리는 행사의 성격 때문인지 해마다 이 전시회에 참가하는 우리나라 기업 수는 점점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름은 가전 박람회 입니다만, 가전 업계뿐만이 아닌 통신, 자동차 같은 산업의 기업들도 참여하는 것을 보면 이 전시회의 위상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이겠지요. 아울러 기존의 산업 구분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매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같은 전시회들도 점점 CES처럼 특정 산업만의 전시회에서 산업의 구분 없이 최첨단 기술을 홍보하는 자리로 바뀌어 가고 있는 추세를 보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기술이나 사업적인 시각이 아닌 인간, 소비자, 그리고 디자인의 시각에서 이해 본다면 어떨까요?


요즘 기업들의 영역을 넘어선 경쟁의 이유를 기술의 고도화와 경쟁의 심화에서 찾아보는 것은 일반적으로 합리적인 분석입니다. 좀 더 집중해야 하는 포인트는 결국 왜 경쟁이 심화되느냐 하는 것인데요. 그 이유는 소비자의 변화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소비자의 환경 변화와 이에 따른 새로운 니즈의 등장에 주목해야 하는 것입니다. 가전 박람회에 자동차 회사가 나오는 것은 자동차가 이제 더 이상 자동차가 아닌 그 이상의 것이고 또 이를 고객들이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서비스 회사가 가전 박람회에 나올 수 있는 이유 또한 사용자의 기대 니즈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기술과 사업의 혁신은 사용자의 니즈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사용자의 니즈와 기술이나 제품의 발전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갖습니다.  다시 말해, 소비자의 밝혀지지 않은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방식의 혁신은 가설 기반의 기술이나 사업 혁신의 토대에서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기술위주의 혁신은 소비자에게 이전까지 생각하거나 기대하지 않았던 니즈를 발생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니까요. 어떤 것이 더 중요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둘 다 놓쳐서는 안 되는 문제인 것이죠. 


다시 돌아가서, CES, MWC, IFA와 같은 전시회들은 기업들이 가진 기술과 제품력으로 그들의 희망적 가설을 보여주는 자리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기업들은 이 전시회들을 통해 어떻게 하면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는 매년 그들이 보여준 세상과 기술력에 탄성을 자아냅니다. 여전히 이러한 가설들이 정말 이뤄질까? 혹은 사람들이 정말 이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와 줄까? 에 대한 궁금증은 남습니다. 이러한 궁금증은 과거의 전시회들을 돌아보고 그 당시에 출품되었던 제품들이 얼마나 확산되었는지 혹은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었는지를 조사해 보면 확인될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저의 아쉬움이 남는데요. 초단기적이고 기약이 없는 기술의 놀라움을 넘어선 사용자가 그들의 생활 속으로 들이고 싶은 확신이 들게 하는 모습을 기술이나 신제품에 담아내면 어떨까 하는 말이죠. 기술이나 사업의 분야에서도 분명히 고객 측면의 지속적인 가치 제공을 고민하고 이를 신기술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을 텐데요. 그게 잘 드러나지 않는 기술은 어찌 보면 불편한 기술입니다. 왜냐하면 이를 이해하기 위해 고객이 추가적인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죠. 그럼, 불편한 기술을 친절하게 바꾸는 역할은 어디서 해야 할까요?


디자인은 기술과 사업에 비해 좀 더 인간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술과 사업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디자인 뒤에 숨겨진 모습으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사용자들은 디자인에 의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해하고, 작동시키며, 가치를 누립니다. 따라서 인간에게 기술이 가진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디자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이 좋은 조형, 색상, 마감만을 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디자인 싱킹은 그 시작점이 인간에 대한 공감입니다. 디자인 싱킹이 제대로 적용된 제품이나 서비스는 인간에 대한 충분한 공감이 있기 때문에 기술, 사업, 디자인의 언어가 아닌 인간의 언어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생각하고 완성해 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놀라움을 넘어서는 삶에의 적용 욕구를 창출해 냅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문제 해결 방식을 완전히 바꾸도록 하는 힘이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디자인 싱킹은 인간 중심의 관점으로 기술을 친절하게 바꿔줄 수 있는 것이죠. 

<사진 #1> 한국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키오스크 지원 사업 홍보 게시물임입니다. 소상공인들에게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으로 사업을 시행한다는 것인데.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그야말로 다양하기 때문에 모두에 친절한 키오스크 디자인을 하는 것은 큰 숙제가 될 것 같네요. 

<사진 #2> 한 편의점의 냉장고 모습입니다. 이 냉장고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냉장고 문을 닫으면 15초가 지나야 다시 문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안내문이 손잡이에 붙어있네요. 좀 더 친절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사진 #3> 서울의 한 구청에서 행정을 홍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자칭 스마트 폴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촬영해서 웹에 접속하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을 꺼내서 카메라 앱을 열고 다시 접속하고 브라우징하고... 좀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사진 #4> 한 건물이 엘리베이터 조작 버튼의 모습입니다. 이 엘리베이터는 양쪽에 문이 있는 구조인데요. 앞문과 뒷문의 조작 버튼 구분이 쉽지 않아 사후적으로 누군가 구분 스티커를 붙여놓은 것 같네요. 처음에 버튼의 디자인이 달랐다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디자인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 기술과 사업이 그리는 미래와 더불이 사람들이 선택하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기업들만이 살아남게 됩니다. 


++ 한국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합니다. 잘 꿰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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