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기술과 제품들이 쏟아지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기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에 많은 인력과 돈을 투자하고 있고, 그 결과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기술의 제품들을 세상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신기술의 제품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면 성공, 즉 매출과 수익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업의 긍정적 가정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신기술 제품들을 사람들이 반드시 구매하고 그들의 일상에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디자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죠. 디자인적으로 새롭고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이고, 심지어 여러 상을 받은 디자인 제품일지라도 사람들이 그 제품에 대해 대단하다고 할지언정 구매와 사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죠.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신기술의 제품을 출시하면 전시회 혹은 발표회 --> 론칭 이벤트(마케팅) --> 체험 팝업 스토어(마케팅)--> 광고/ 프로모션(마케팅)의 순으로 사람들에게 도대체 이 신제품이 왜 그들의 삶에 꼭 필요한지를 인식시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제품의 필요성을 인식한다고 해서 반드시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죠. 물론 신제품의 가격이 기존 제품들보다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도 원인일 수 있습니다만, 이는 결국 기존 제품을 대체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다 혹은 가치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죠.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기술의 제품이 시장에 출시했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놀라움과 일상의 적용과의 관계를 정리해 보면 아래의 그래프와 같습니다. (그림#1)
일반적으로 놀라운 기술의 제품일수록 사람들의 일상 적용은 적거나 더디게 이뤄집니다. 이는 신기술의 놀라움이 사람들이 체감하는 가치로 빠르게 치환되기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각각의 사분면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사분면 - 고객가치혁신(Human Value Innovation)
: 고객이 느끼는 기술의 놀라움의 정도도 높고, 일상에의 적용 수준도 높은 영역. 사람들은 신제품의 구입을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을 빠르게 인식하고 구매함. 상대적으로 마케팅 비용이 적게 듦. 사람들은 이전의 생활 방식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생활의 동일한 문제를 효율적, 효과적으로 수행. 스마트폰, Social media, 테슬라 전기자동차
2 사분면 - 실험실 혁신(Laboratory Innovation)
: 고객이 느끼는 기술의 놀라움 수준은 높지만, 고객들의 구매 및 일상 적용 수준은 낮은 영역. 사람들은 신제품의 구매를 통해 얻는 가치를 쉽게 느끼지 못함.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듦. 어얼리 어댑터나 과시욕이 있는 일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영역. 개발자나 업계에서 열광하는 품질 혁신 영역. ChatGPT, 무인드론택시
3 사분면 - 제로혁신(Zero Innovation)
: 고객이 느끼는 기술의 놀라움이나 일상 적용 수준 모두 낮은 영역. 제품 수명 주기의 후반 성숙기에서 쇠퇴기에 해당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기술의 혁신 수준이 높지 않고 사람들이 느끼는 가치도 적은 저관여 제품군. 전동 칫솔, 다목적 세제
4 사분면 - 시장가치혁신(Market Value Innovation)
: 고객이 느끼는 기술의 놀라움은 크지 않으나 그 외의 요인으로 인해 사람들의 일상 적용 수준이 높은 영역. 제품 수명 주기의 성숙기에 해당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원가 절감, 디자인 개선 등의 요인으로 경쟁 제품 대비 가치가 높게 평가됨. 가성비 제품이나 서비스
신기술의 제품을 내놓는 기업이나 이를 구매하고 적용하는 고객 모두에게 가장 매력적인 영역은 1 사분면 즉, 고객가치 혁신 영역인데요. 어떻게 하면 기업들은 그들이 만든 신기술의 제품을 이 영역에 위치시킬 수 있을까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무리 신기하고 놀라운 신기술이라도 어떻게 정의되는가 즉 사람들이 어떤 가치로 인식할 것인가에 따라 그 성패가 달라집니다. 다시 말해 같은 기술이라도 어떻게 정의되는가에 따라 즉 기존의 무엇을 얼마나 대체하는 가에 따라 혁신이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의미입니다. 이전의 글들에서도 언급했지만 혁신은 새로움이나 변화가 아닌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신제품의 적용 전과 후로 완전히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신기술 제품의 놀라움을 가치로 쉽고 빠르게 치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컨셉입니다.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일수록 컨셉을 잘 정의하고 또 고객에게 잘 전달합니다.
최근에 애플에서 혼합 현실 장치인 비젼프로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림#2) 기술적인 완성도를 제외하면 사실 이전에 메타에서 출시한 VR 장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요. 실제로 메타에서도 새로운 버전의 장치를 예고하였습니다.(그림 #3) 제가 기술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것이 기술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평가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고객의 관점으로 봤을 때 애플이 전달하는 컨셉과 메타가 전달하는 컨셉에는 차이가 있어 보이네요.
애플 비전 프로 : 물리적 공간을 뛰어넘는 미디어 및 컴퓨팅 환경을 제공해 주겠다. 실제 생활 영역에서 사용자의 능력이 향상됨.
메타 퀘스트 3 : 이전 보다 더 완성된 VR 경험을 제공하겠다. 가상의 세계에서 좀 더 엔터테인 할 수 있음. 단 컨트롤러와 함께.
자 여러분은 각각의 제품이 위의 사분면에서 어디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시겠습니까? 어떤 제품이 여러분의 삶에서 더 가치가 있게 느껴지시나요?
정리하면, 놀라운 기술과 완성된 디자인만으로는 고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습니다. 고객에게 가치가 바로 느껴질 수 있는 놀라움을 제공할 수 있는, 즉 일상 가치 치환이 빠르게 일어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쉬운 컨셉을 가진 신기술 제품이 혁신을 완성합니다.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변수는 고객의 선택인 것이죠. 사람을 깊게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놀라운 기술을 고객 가치로 치환시키는 일이 한결 용이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것이 디자인 싱킹의 핵심입니다.
+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입니다.
++ 고객이 가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된 컨셉이 좋은 컨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