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런던, 뮤지컬 위키드>
이전 글에서는 야외극장에서 본 '한여름밤의 꿈'에 대해 풀었다면, 이번에는 실내극장(아폴로 빅토리아 극장)에서 본' 위키드'에 풀어보려 한다.
모든 일정이 끝났고, 그저 런던을 떠나는 비행기만을 기다리며 마지막 저녁을 먹고 있을 때였다. 밥 먹다 동생 얼굴을 보는데 그런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다.
지금 이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런던에서 함께 뮤지컬을 볼기회가 있을까?
사실 아침에 뮤지컬을 한편 볼까 생각이 들었는데, 전날 한여름밤의 꿈을 본터라 뮤지컬은 한편이면 충분하다 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동생과의 런던의 마지막 날을 뮤지컬로 장식하고 싶었고, 또 야외극장과 실내극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른 세계일 것 같았다. 그렇게 급하게 표를 구매하고 런던 택시를 탄 후에야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렵게 도착한 이곳의 분위기는, 야외공연장의 분위기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특히 야외에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시각적인 효과나 소품들이 정말 디테일하고 섬세했다. 그렇게 열심히 소품들을 구경하며 이곳의 분위기에 빠져들려는 찰나 뮤지컬이 막을 올렸다.
뮤지컬 내내 시각적인 효과며, 또 분위기며 어느 것 하나 모두 좋았다. 하지만 내가 가장 빠져든 것은 ' 배우의 연기력'이었다.
그들의 손끝에서 표현되는 동작 하나하나가, 그들의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운 노래 하나하나가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섬세한 동작과 노래들은 엄청난 에너지를 바탕으로, 관객과 배우의 텅 빈 공간에 흩뿌려지는 것이 아닌, 관객들의 마음 한편에 정확이 안착한 느낌이었다.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이리 곧게 다가올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그들을 유심히 지켜보니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이미 보여주고 있었다.
'혼연일체'
그 순간만큼은 , 그들은 자기들이 살아온 삶이 아닌, '엘파바'와 '글린다'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관객의 감성을 건드리는 연기를 펼칠 수 있었지 않을까?
어느덧 시간이 흘러 혼연일체의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뮤지컬이 막을 내리고 , 뮤지컬이 남긴 여운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언젠간 정말로 꼭 한번 뮤지컬 배우들을 만나서 , 그들에게 진심으로 이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떻게 그 엄청난 압박감을 즐기셨나요?. 그리고 그걸 잘 해냈을 때 어떤 기분으로 무대 위에서 내려오시나요?"
아래 글을 읽고, 눈을 감고 상상해 보시길 바란다.
지금 내 앞에는 오늘 이 뮤지컬을 보기 위해 방문한 수백 명의 관객들이 앉아있다. 그들은 정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 후에야 이곳에 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이란 자신이 투자한 가치에 비례해 기대감을 가진다고 들 한다. 그러면 그들은 큰 투자를 했으므로, 엄청나게 부푼 기대감을 안고 있다. 그런데 그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의 손동작 하나, 나의 목소리 떨림 하나하나에 집중해져 있다면...
글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지는데, 직접 그 자리에 서면 그 부담감의 크기는 얼마나 클까? 그럼에도 그들은 혼연일체의 연기를 펼치고, 관객들의 감성을 건드린다.
이렇게 엄청난 그들이 내게 줄 대답을 조심 스래 추측한다면 , 아마 '주방의 일상'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 미치도록 바쁜 주방이지만 , 완벽하게 정확한 위치에서, 정확하게 자신이 해야 할 것을 해내 손님들의 감성을 건드리고, 또 아무 탈 없이 하루를 끝냈을 때 느낄 수 있는 그 쾌감 나의 어린 경험으로는 이것 말고는 도저히 생각나는 다른 느낌은 없다.
이를 끝으로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던져준 두 편의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가 끝났는데, 혹시나 누군가가 이 글들을 읽은 후, 런던에 가서 뮤지컬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듯하다.
P.S 평소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직접' 그 질문에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란 이런 것이란 걸 온몸으로 보여준 모든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이 글을 바칩니다.
19.07.17
In London, United kingd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