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사용설명서

오늘은 낮잠이 시다

by 곽의영

일요일 사용설명서


오늘은 결심했다

아무것도 안 하기로

그래서 지금 나는 그 결심을

아주 성실하게 지키는 중이다


책장엔 수많은 인생이 잠들어 있고

내 눈꺼풀엔 평화가 깃든다

세상이 뭐라 해도 괜찮다

오늘은 나를 쉬게 하는 날이니까


청소도 전화도 계획도 다 미뤘다

햇살이 어깨에 살포시 앉아

그래 이게 행복이지 하고 속삭인다


어제는 이성두 시인님과 창원 시와 늪 문학관 출판기념회 다녀왔다

정겨운 얼굴들 오랜 시의 온기

그 여운이 아직 마음속에 눕혀 있다

그래서 오늘은 시 대신 낮잠 한 편 쓴다


오늘의 할 일 없다

그게 오늘의 목표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낮잠 잔다.


글 / 시인 곽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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