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시 데려오는 길
문학이라는 조용한 구원
곽의영
문학을 한다는 것은 말로는 다 건너지 못한 마음의 강을 천천히 훑어 내려가는 일이다. 세상은 늘 말보다 빠르고 사람의 마음은 말보다 깊어 그 깊이를 다 담지 못한 채 하루를 흘려보내지만 문장은 그 흘러간 마음의 조각을 다시 불러내어 제자리에 앉히는 힘을 갖고 있다. 나는 그 힘을 믿는다. 마음이 흔들리고 세상이 요란해질수록 문학은 더욱 고요하게 나를 붙잡는다. 문학은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이 잠시 머물 자리를 만들어주고 그렇게 앉은 감정은 비로소 나를 덜 아프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문학을 놓지 못한다. 문학은 또한 기억의 집을 짓는 일이다. 가난했던 날의 바람, 사랑했던 날의 빛, 용서하지 못한 상처, 잊고 싶지 않은 이름들이 시간이란 퇴적 속에 묻혀 있다가 어느 한 문장으로 되살아나는 순간이 있다. 말로 지키지 못한 것들을 글로는 지켜낼 수 있다는 작은 희망, 그 희망 하나로 나는 오래 살아왔다. 무엇보다 문학은 나를 다시 나에게 데려오는 여정이다. 역할과 책임이 나를 흩뜨리고 세상의 속도가 나를 밀어낼 때 문학은 내 안 깊숙한 곳에서 잊고 있던 ‘나’를 불러낸다. 그 순간 나는 다시 내 삶의 중심을 되찾는다. 문학은 내가 살아 있음의 증거이며 다시 살아가도록 이끄는 조용한 호흡이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붙들어두는 마지막 방식이다. 그래서 나는 문학을 한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삶이 나를 흔들어도 문학만은 나를 붙잡아주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