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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눗 Jun 24. 2019

면접보는 회사를 사랑하게 만드는 창의적 방식

싱가포르 회사 2차 프러덕트 디자이너 면접

PART 1  |  프리젠테이션 면접이 시작되기 전까지 

면접 보기도 전인데 눙물이 줄줄


한동안 잠을 제대로 못잤다. 뼈가 시큰시큰 하면서 몸이 피곤하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데 초조한 마음은 자꾸 내일의 면접을 시뮬레이션하며 도통 잠에 들지 못하는 거다. 한국말로도 꼬이는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영어로 하려니 계속 유사한 단어만 반복했다. 분명히 난 초등학생부터 재능 영어를 배웠는데 20년이 지난 지금 왜 아직도 헤매고 있는가.


A회사에서 연락오고 해당 팀 디자인 리드와 1차 인터뷰에 통과후, 5일간의 디자인 과제가 주어졌었으며, 과제 제출 며칠 후 프리젠테이션 면접이 잡힌 것이다. 


리쿠르터가 미리 메일로 공지해준 인터뷰어의 이름을 검색해보니 영국 출신(!)에 런던에 살았던 것으로(!!!) 나온다. (무서운 구글의 힘) 나는 2배로 더 질겁했다. 네이티브들이야 아무 말이나 던져도 다 알아듣겠지만, 나같은 영어 훈련공에게 런던의 특정 악센트는 때론 소통 불가한 영역과도 같다. 런던에서 짧게 살면서 복불복으로 매우 소통이 잘 될 때도 있었고, 가끔은 미안하다며 다시 한번 얘기해달라고 민망한 미소를 지어야 할 때도 있었다. 이번 인터뷰마저 그렇게 후자로 이어지면 어떻게 하나 노심초사였다. 안그래도 어제 싱가포리언 대표 인터뷰에서 한 명의 강렬한 악센트를 잘 이해하지 못해 여러 번이나 되묻고 동문서답을 했던 터라 나의 자신감은 상당히 저조해 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물이 자꾸 나올 것 같았다. 이 정도까지 내가 유리 멘탈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아무래도 3주 연속의 빡센 인터뷰, 디자인 과제 등을 소화하기엔 내 몸이 꽤 정신 사나웠나보다. 구직을 하는 과정은 낮이든 저녁이든 쉬는 게 정말 쉼이 아니다. 내가 쉬고 있는 것 같으면 '이 시간에 인터뷰 한 자라도 더 준비해야지, 과제에 디자인 하나라도 더 추가해야지' 하면서 끊임없이 내 머리의 어딘가에서 자꾸 일을 시킨다. 


잠자리에 누웠다가 곧이어 다시 일어나서 거실로 나갔다. 희미한 불빛에 기대어 누군가 선물해준 책을 읽는데, 내게 다가온 강렬한 문장에 순간 눈물을 흘렸다. 좀 더 꼼꼼히 보고 싶었지만 한국어를 많이 읽으면 왠지 영어가 잘 안나올 것 같다는 이상한 생각 때문에 그저 덮고 다시 잠에 들었다. 


그렇게 다음날, 싱가폴의 마리나 원 빌딩으로 갔다. 고통스런 전날과는 다르게 샛파란 하늘에 아이스크림 모양의 구름이 두둥실 뜬 기분 좋은 날이었다. 인터뷰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니, 메일로만 늘 대화하는 리쿠르터가 인터뷰어가 오늘 조금 늦을 거 같다며 너 도착하면 알려달라고 또 메일을 보내온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PART 2  |  런던에서 온 디자인 리드와의 멋진 면접 

2차 일대일 프리젠테이션 면접


지난 1차 인터뷰 때에는 빌딩 내 리셉션에서 방문자 카드를 등록해서 받아 올라가야 했는데, 이 빌딩은 해당 회사의 동행자가 있어야 한단다. 전화를 해서 부르라길래 흠칫 당황하며, 그냥 그 자리에서 오기로 한 인터뷰어를 기다리기로 했다. 눈을 똥그랗게 뜨고 온 신경을 곤두세워 두리번 거린지 10분이 지나자, 금발에 나와 다른 눈색깔을 가진 (무슨 색인지 기억이...) 큰 덩치의 외국인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는 해당 회사의 꽤 큰 부분을 맡고 있는 부서의 디자인 리드(팀장격이랄까) 였다. 


"나 너 CV봤는데, 너 런던에 있었더라! 나 런던에서 왔어!"


그의 첫 몇 마디의 말에 '땡th 갓!'을 입밖으로 내던질 뻔 했다. 그의 영어는 내가 즐겨듣는 영국 UX팟캐스트 호스트들보다 더 알아듣기 편안했고, 어제의 공동대표님과 비하면 200% 쉽게 대화가 가능했다. 그는 매우 호방형에 친구삼으면 딱 좋을 성격의 소유자였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어색한 순간을 없애기 위해 신속히 답했다. 


"응! 너도 런던에 있었구나 나는 그냥 짧-게 있었어, 2년 정도, 1년 반 정도. 매우 재밌었어."

"회사가 어디에 있었어?"

"하이 스트릿 캔싱턴 근처에"

"와우, 부자들 동네에서 일했네. 거기 근방 좋잖아"

"하하 응응, (내가 부자라서 있었던 건 아니지만) 회사가 하이드파크 근처에 있었어. 너무 좋았지, 하이드파크 이쁘잖아."

"맞아, 아, 진짜 런던은 5-6월이면 진짜 딱 좋을 때거든, 페스티벌 같은 것도 열리고(이 맘때에 페스티벌이? 있었던가...) 너무 이쁘고 좋지."


이런 저런 스몰톡을 다행히 잘 나누며 미팅하는 룸으로 들어갔다. 그는 이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게 얼마나 흥미롭고 멋진 일인지, 진심으로 보이는 그 눈빛으로 이야기 했다. 계속 영국에서 일하다가 이곳으로 옮긴 지 약 1년 10개월은 된 것 같다며, 여기 디자이너들이 130명인데 그 중 30명 이상이 베프처럼 지낼 정도로 친하단다. 


"내가 이거 말하라고 돈받은 것도 아니긴 하지만, Well, 정말 우리 회사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너도 잘 알지? 일하는 게 정말 정말 익사이팅해. 130명의 디자이너 중 30명이랑 베프라니까! 믿어지니? 그런데 너는 왜 여기로 왔어?" 


너가 말한 그대로 그걸 경험하고 싶어 왔다며 대답하고 싶었다. 신나서 말하는 너가 좋아보인다고도.

"응, 내가 여기 오고 여길 지원한 이유는, 너가 말한대로 너네 회사가 동남아 테크를 거의 이끌어간다고 할만큼 크고 혁신적인 회사잖아, 동남아의 성장가능성이 얼마나 큰 지 알고 나서 더욱 흥미로워보였어. 특히 싱가폴은 테크놀로지의 성지라고 느낄 만큼 내놓으라는 좋은 기회들도 많고.구구절절 어쩌구 저쩌구..."


그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맞는 말이라고, 자신도 영국에서 계속 포토에디팅 앱, 무슨 앱, 무슨 앱을 만들곤 했었는데, 판에 박힌 듯이 찍어내야했던 시간이 진심 지겨웠다고 했다. 반면 이곳은 말그대로 익사이팅하단다. 사용자들을 탐색하기 위해 직접 그 현장에 가서 섀도잉(사용자들을 쫓아다니면서 관찰하는 방식의 리서치)을 하기도 하고, 자신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회사에 직접 방문해서 손님들이 그곳을 사용하는 걸 관찰하며 연구하기도하고, 정말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며 내 답변보다 더 길게 답해줬다. 


공식적인 첫 질문은 모든 회사의 인터뷰에서 다 그랬듯 '너에 대해 소개해보라'였고, 이후엔 너의 작업을 좀 보여달라는 거였다. 솔직히 내 경력이 앱 디자인만 한게 아니어서 잡다구리한(?) 모든 걸 보여주기보다는 최근 프로젝트 하나를 잡고 줄줄 설명하면서 특히 내 디자인 프로세스 방식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1차 인터뷰 때 담당 디자인 리드가 면접에서는 나의 다양한 작업을 많이 보여주면서 핵심만 간단하게 짚어주는 게 더 좋다고 조언을 해줬지만, 이번에도 난 그러질 못했다.) 


그리고 그는 어떤 동료들이랑 일을 했는지, PM이나 다른 전문 분야의 동료들과 일하면서 부딪히는 일들은 없었는지, 그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을 했는지를 물어봤다. 이 질문도 판에 박힌 듯이 물어보는 흔한 인터뷰 질문이지만 그의 눈빛은 내 답변을 통해 뭔가를 파악해내려는 그런 의도가 짙어 보였다.


그리고는 지난 5일 간 완료해서 냈던 디자인 과제를 보자고 했고 나는 그 과정을 설명해나갔다. 설명하는 중간 중간에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하고 한탄하듯이 말을 자주 했더니, '자꾸 그 말을 반복하는데 그럼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뭘 할거냐'고 되물었다. 은근 살짝 거슬렸던 건가.


난 속으로는 젠장 실수했다고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얼마든지'란 표정으로 이 곳 저 곳을 보여주면서 시간이 더 많았다면 내가 구성한 정보들이 제대로 이해가 되는지 유저 테스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스무스하게 넘어가는 척은 했지만 긴장했었나보다. 모니터에 손가락으로 여기랑 저기 하고 짚을 때마다 오돌오돌 떨리는 모습에 나도 놀랬다. 이렇게 심사를 하는 사람이 편안하게 해주는데도 면접자들은 떨 수 밖에 없구나. 


그리고 중요한 질문은, (이건 독특하게도 이 회사사람들만 매 인터뷰때마다 특징적으로 계속 물어봤다.) 

"그러면, 우리 회사가 너에게 뭘 해줬으면 좋겠어? 어떤 역할을 주어야 할까? 네 커리어를 생각해본다면 말이지." 


'응, 그냥 고용만해주면 돼. 날 프러덕트 디자이너로 고용해서 개발시킬 건 아닐테니까. 자기 일을 즐기는 멋진 너나 1차 면접때 디자인리드같은 똑똑이들이랑 같이 일해보고 싶구나'라고 생각만 하고, 실제로는 "아, 나는 UX리서치랑 비주얼 디자인하는 거 둘다 너무 좋아(요즘은 디자인이 더 좋지만). 그리고 가능하다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있어서 계속 유저의 행동을 같이 논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참 좋겠어. 아니어도 괜찮지만, 여튼 함께 논의하고 성취를 같이 이끌어갈 사람들이 있는게 내게 중요해."라고 답했다. 이것도 진심이었다.





PART 3  |  당신은 이 회사가 당신의 커리어를 위해서 뭘 해줬으면 좋겠는가

면접보는 회사를 사랑하게 만드는 창의적 방식


"그렇구나, 그래. 그럼 너에게 중요한 건 뭐야? 뭘 이루어내고 싶니?" 


순간 왜 같은 질문을 계속 물어보지 하는 생각에, 그냥 계속 판박힌 듯이 같은 말을 또 반복해버렸다. "아, 나에게는 회사의 성취를 같이 성취하고 싶어. (응?) 그니까 내말은, I mean, 회사가 목표를 향해 해 나가는 일을 우리 팀과 내 주위 사람들이랑 같이 이루어보는 게 내 꿈이야. 너네 같이 더 큰 회사에서. 내가 이전에 스타트업과 같이 작은 회사에서 자주 일했거든. 물론 너무 좋았고 정말 많이 배웠어. 전체 프러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 지켜보고 함께 할 수 있었거든. 근데 이제는 좀 더 큰 회사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사실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크게 상관없는 요소이지만, 얼마전에 읽었던 인터뷰 예시 답변 중에 있었던 the bigger firm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이런 말을 해도 된다는 문화 충격을 받곤, 마음 속에 있던 생각을 주구장창 내뱉어버렸다. 


그는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에게 질문을 해보란다. 

일단 정말 궁금했던 걸 물어봤다. 프러덕트(여기선 모바일 앱)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이 회사에서는 어떠냐고.


"오, 중요한 질문이지. 우리는 한번에 여러 프로젝트에 도입되거든, 어떤 프로젝트들은 리서치 단계에서 유저를 이해해야하는 게 중요하니까 그걸 하기도 하고 다른 건 디자인을 하기도 하고해. 그래, 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걸 얘기하자면, ABC 서비스를 만드는 데...."


현재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해가면서 저렇게 행복한 표정은 처음봤다. 

그는 또 그랬다. "나, 진짜 이거 돈받고 하는 말 아니거든, 뭐 나한테 좋은게 돌아오는 것도 아니긴 한데, 있잖아, 나 진짜 내 인생 커리어 전체 통틀어서 작년부터 이번 한 해가 내게 최고의 해였어. 정말 최고였어. 정말 흥미진진하고 좋았어. 일 뿐만이 아니야. 여러 번 말했지만, 내 베프들이 여기에서 30명이라는 게 얼마나 놀랍니. 수퍼 스마트한 사람들이이랑 같이 일하는 거 멋진 일이야."라고. 


그는 이 말을 인터뷰 처음과 마지막에 두 번씩이나 반복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은, 심사관으로 참석한 어느 디자인 팀의 팀장이 '이 회사일한지 2년 쯤 다 되어가는데 너무 좋다'고 '내 인생 최고의 해'라며 면접자에게 말하는 격인거다. 상상이 되는가. 대답하는 그의 얼굴에 진심이 묻어났다. 


그리고 이후 질문에선 1차 인터뷰와 동일하게 내게 피드백을 좀 달라고 그랬다. 이 질문은 붙고 떨어지는 것과 상관없이 매우 영향력이 큰 질문이다(고 생각한다). 듣고나면 멘탈 털려서 며칠 간 힘들수도 있지만 진심이 묻어나는 대화를 나눈 심사관에게 듣는 피드백은 영-원-히 기억된다.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그는 착한 사람이었다. 우선 좋고 인상깊은 부분을 먼저 이야기해주고, UIUX측면의 세 가지 정도의 부분을 짚어주었다. 내가 했던 디자인 중에서 특정 스크린으로 가는 Entry를 여러 개로 만들었던 것에 대해서 유저들에게 혼란을 줄 거라고 했고, 내가 (시간이 없는 관계로) 스크린샷을 떠서 디자인을 했던 부분에서 뭐라뭐라 이야기했고, 브랜드 가이드라인에 없는 컬러를 쓴 것에 대해 언급을 했다. 마지막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컬러 시스템을 정리하는 페이지에 분명 이 컬러는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변경되어야 한다고 써놨다면서 (변명하듯 조금은 찡찡거리며) 보여주었다. 


그가 회사에 대한 자신의 만족감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내가 "아아악 너가 더욱 더 이 회사 오고 싶게 만든다며" 그러니까 그는 웃으면서 "좋은 느낌인데 We'll see."하며 한번 경과를 지켜보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리곤 시계를 흠칫보고 자기 5분만에 다른 미팅장소로 뛰어가야 한다며 이제 일어서자고 했다. 


그렇게 바쁜데도, 미팅룸에 들어가기 전 회사 뷰가 너무 아름답다는 내 말을 기억하곤, 뷰를 잠깐 보고 가야겠다며 창가로 같이 데리고 갔다. 20층인지 30층인지 하여간 높이도 엄청 높은 곳에서 바라본 바닷가+공원 뷰는 엄청났다. 너무 아름다웠다. 하필이면 날씨도 너무 좋다. 문득 내가 인터뷰 중임을 까먹고 폰을 꺼내 사진을 찍을 뻔했다.  웃으며 "다음 번에 와서 이 뷰의 사진찍을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니, 또 "그러니까 말야! We'll see"란다. 


그렇게 미팅을 마쳤다. 


회사 빌딩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행여 떨어져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면접장소에서 망했다고 느끼는 면접보다, 참 좋았다고 느끼는 면접을 하고 떨어지는 편이 훨씬 낫다고.

그리고 이 회사는 도대체 어떤 회사길래 디자인 리드들이 이렇게 흥미롭고 착하거나, 평균 이상으로 영감넘치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사원들은 어떨지 너무 궁금해졌다. 면접을 끝내고나니 이 회사에 대한 호감도가 2배는 더 올라갔다. 


말도 안되는 무례한 질문으로 안그래도 소심한 면접자들을 짖밟아 뭉게는 면접 방식보다 면접자를 정말 편안하게 해줄 때 드러나는 진심을 평가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왜 자주 잊어버리는지 모르겠다. 심사관의 자리는 누군가를 당신의 잣대로 평가질하면서 인격적인 멸시로 난도질하는 곳이 아니라, 면접자들에게 그 회사에 대한 사랑과 갈망을 더욱 심어주고 정말 그의 생각과 회사의 방향이 같은지 아닌지를 명철하게 살펴보는 자리라면 얼마나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사실 나를 멸시하는 면접은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지만, (검색해보고 그렇다치면, 그 회사에서 실제 일할 때의 매니지먼트 시스템도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지원조차 꺼려진다) 면접에서 인격적 모독을 참아야 했다는 숱한 리뷰를 많이 보았다. 성격적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은 그 사람을 모독해보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는 것으로 답을 찾을 수 없다. 그렇게 할 경우, 얼굴에 철판깔고 거짓말할 줄 아는 사람을 뽑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게 아닌가? 더 깔아뭉개서 거짓말까지도 알아내겠다는 면접은, 글쎄, 결국 인격모독과 비상식만 남지 않는가. 


여러모로 나의 두번째 심사관이었던 디자인 리드 E는 회사의 홍보대사를 해도 될만큼 이 회사를 사랑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입사하지도 않은 면접자 나부랭이인 나에게 애사심 같은 요상한 마음까지 심어주었다. 결과도 듣기도 전에 경험 자체가 기분 좋았던 면접이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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