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바람개비
아주 매력적인 영화가 있습니다. 2010년에 개봉하여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인셉션(Inception, 2010)입니다. 이 영화는 무의식의 반영인 꿈이라는 소재를 다루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대기업 후계자에게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심어 생각을 바꾼다는 목적이 있습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꿈을 설계하는 사람, 생각을 훔치는 사람 등 꿈에 관한 전문가들이 모입니다. 이 전문가 집단은 특수 약물에 대한 실험도 하고 실전 상황에 대비한 훈련도 하며 준비합니다. 디데이가 되어 타겟의 꿈에 침투하여 각 상황에 맞춘 꿈 in 꿈 in 꿈으로 연출하고 계획한 대로 실행합니다. 결국 여러 우여곡절 끝에 타겟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합니다.
결말의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도, 설계된 꿈속 세상도 매력적이었지만 가장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꿈속의 꿈을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주입한다는 소재였습니다.
꿈은 무의식의 세계입니다. 인간의 행동은 무의식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이들이 꿈을 공략한 것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적절한 행동이었습니다. 인셉션처럼 소비자들의 맘을 뜨겁게 터-치하기 위해서 그 기획은 아주 촘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소비자들은 방어 교육을 받았습니다. 인셉션의 피셔처럼요. 사람의 의식은 뚫기 어려운 철갑옷처럼 무의식을 감싸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정보를 주고 긍정적인 판단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의 의식은 그 사람이 살아온 지식과 경험의 총체이므로 어떤 정보가 주어질 때 의식을 이용하여 판단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의식에 침투하는 건 당연히 거부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항감을 줄이고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로 보여주는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인셉션 특공대가 빈틈없는 설계와 리허설로도 무지하게 고생한 이유가 저항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의 마음속 저항감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구매의 시발점이죠.
무의식의 세계를 통제할 수는 없어도 무의식에 씨앗을 심을 수는 있습니다.
그 씨앗이 자라 어느 순간에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죠.
방법이 있습니다. 의식보다 더 강한 무의식을 이용하는 방법이죠. 의식 속에 있는 무의식은 의식과는 다른 별개의 존재입니다. 다시 말해서 의식보다 무의식을 우리 편으로 만들면 됩니다. 이기는 편이 우리 편! 무의식과 인셉션 편은 두편으로 작성할 예정입니다. 일편에서는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 사례를 다뤄보겠습니다.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 사례 ①] 안나 오 (Anna O)
프로이트는 인간의 의식은 그 속에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인간은 리비도라는 성적 에너지에 의해 지배받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은 바로 안나 오라는 여성의 치료 사례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안나 오는 아픈 아버지를 간호하던 아가씨였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몸과 마음이 이상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갑자기 모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가 하면, 환각과 불안에 떨며 물을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는 물 공포증까지 앓게 되었습니다. 안나 오는 정신과 의사에게 최면치료를 받게 되고, 신기하게도 치료 중 무의식 속 감정들을 내뱉을 때마다 증상은 사라집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그녀를 치료했던 의사를 통해 프로이트에게 전해지고 정신분석의 시초로 소개됩니다. 안나 오 사례는 강하게 억눌린 감정의 무의식이 신체 증상으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 사례 ②] 서브리미널 메시지(Subliminal message)
서브리미널 메시지는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메시지가 아닌 무의식에 심어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합니다. 대놓고 광고하지 않기에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암시적으로 표현하여 무의식적으로 뇌는 정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신박하고도 무서운 방법이지요. 현재는 반박 논란도 있지만 최초의 사례는 영화관에서 관람객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HUNGRY? EAT POPCORN."이라는 텍스트 자막을 삽입하여 판매량이 실제로 증가했다는 사례입니다. 제품 판매 외에도 선거처럼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사람들의 머릿 속에 메세지를 심으려 사용하기도 합니다.
위 영상은 실제 미국의 조지 부시의 선거 운동에 쓰였던 광고 영상입니다. 광고 영상 후반에 잠깐 'RATS'라는 텍스트가 보입니다. 라이벌인 민주당의 고어를 비판하기 위해 만든 선거 영상이기에 쥐새끼를 뜻하는 단어를 삽입했습니다. 무의식 속에 민주당을 부정적인 단어와 연관 지으려는 의도였습니다. 실제로 이게 어떤 효과를 발휘했는지 정확한 결과는 모르지만 대선에서는 조지 부시가 당선되었습니다.
현재 서브리미널 광고는 국내에서 금지되어있습니다. 무의식이 그만큼 무섭다는 반증이죠.
무의식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여러분.. 이런 무의식 속 메시지가 쌓여 소비자들의 금고에 바람개비를 꽂고 극적인 순간을 연출합니다. 사소하지만 전략적인 방법이죠. 대놓고 우리 정보를 광고하는 것도 좋지만 은밀히 소비자의 무의식과 협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결국엔 디테일이 승리하니까요. 다음 편에서는 소비자의 무의식을 우리편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이번 주는 뜨거운 열정, 차가운 맥주와 함께 인셉션 감상을 추천드립니다. 소비자의 맴을 따뜻하게 터-치하는 브랜드가 되는 그 날까지. 키앤필 스튜디오.
키앤필 스튜디오_www.keynpeelstudi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