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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승리호

by 랩기표 labkypy

승 리 호

조성희 감독







한국형 SF 영화의 탄생


우주는 미지의 세계였습니다. 달에서 토끼가 방아 찍고, 별자리 영웅들이 살던 시대에 우주는 상상의 공간이었습니다. 인류가 달 위로 작은 발걸음을 내디딘 지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우리는 NASA 직원들이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누워서 유튜브로 지켜보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한 때 우주로 쏘아 올리는 로켓으로 국력을 과시하기도 했었습니다. 이제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처럼 우주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지닌 자들이 지구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우주선을 타고 다니며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그들의 말을 두고 더이상 뚱딴지 같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처럼 우주는 새로운 개척지가 되었습니다. 영화 또한 강력한 자본과 출중한 상상력을 가진 자들의 소유처럼 느껴지고는 했었습니다. <스타트랙>부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까지 그들의 흥미로운 우주 서사 속에서 우리의 역할은 단지 지켜보는 관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승리호가 우주를 날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소재를 완벽한 CG로 구현한 영화는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후반부에 다소 신파극으로 쏠리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아주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흥미로운 소재


2092년 지구는 돌이킬 수 없도록 망가집니다. 사람들은 KF마스크도 막을 수 없는 먼지와 가스가 가득한 지구를 떠나 우주로 이주합니다. 빈부는 재해로 극명하게 나눠집니다. 이주는 부유한 자들의 특권이 됩니다. 특권은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 못한 자들과 분명한 선을 긋는 데서 출발합니다. 우주 도시로 불법 이주하려는 자들을 처리하는 기동대가 탄생합니다. 기동대는 불법 이주자를 잔인하게 살해합니다. 극 중 태호(송중기 분)는 가장 뛰어난 기동대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태호는 자신이 죽인 어느 여인의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휴머니즘을 갖게 되고 결국 그는 기동대와 우주 도시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영화는 태호와 우주 해적 출신 정 선장(김태리 분), 지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마약거래상 두목 출신 타이거 박(진선규 분) 그리고 암살 로봇 업동이(유해진 목소리 분)가 '승리호'에서 펼치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주업은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팔아 돈을 벌며 생활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이 주운 우주선 잔여물에서 어린 여자아이 꽃님이를 발견합니다. 꽃님이는 지구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우주 도시 건설로 이득을 얻기 위해서 지구를 파괴하고자 했던 UTS가 그녀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우주 도시를 건설한 UTS와 승리호 그리고 탐욕과 파괴로부터 지구를 지켜내기 위한 비시민권자들의 전투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다음이 기대되는 영화


결국 승리호가 승리합니다. 지구는 꽃님이로 인해 다시 푸른빛을 되찾아갑니다. 승리호는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는 본업으로 돌아갑니다. 이후 승리호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일을 계속 할 것입니다. 또다시 인간의 탐욕은 우주를 어지럽힐 것이고, 승리호는 그 '우주 쓰레기'를 치울 것입니다.


이처럼 다채롭고 풍성하게 확장될 수 있는 승리호에 대한 기대감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각자의 캐릭터의 숨겨진 과거사가 후속 편으로 나오는 것도 아주 흥미진진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의 새로운 SF영화의 지평을 연 승리호. 지금은 작은 발걸음일지라도 '위대한 도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sce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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