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는 어묵공장을 이어받은 사장은 나와 동갑이었다. 부산역에서 삼진어묵 코너가 들어서고, 여기저기서 삼진어묵 마케팅을 훔쳐 배우고자 하는 활동들이 많아질 때, 회사 동기 중 한 명이 자신의 학교 친구라고 말해 놀랬었다. 종종 함께 하는 모임이 있어 만나면, 삼진어묵 사장은 예전과 별반 달라진 것은 없는데, 지금의 관심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심과 활동이 신기루처럼 사라지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었지만, 영도 봉래시장에 근사한 건물을 올려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곳을 보니 기우였다.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동네 사람, 관광객 구분 없이 접시 가득 담은 어묵을 계산하러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은 소위 핫플이라는 배지가 잘 어울렸다.
먹음직한 어묵을 사고 계산을 하는 일련의 간단한 과정은 별반 특별한 건 없었지만, 문 하나로 연결된 뒷마당에 펼쳐지는 로컬 마켓은 아주 신선했다.
로컬을 위한 로컬
익숙한 이름인 <송월타올>의 매장이 모던한 모습으로 손님을 끌고 있었다. 이름 모를 작가와 함께 협업해서 만든 타월과 영도와 부산을 상징하는 갈매기 그림을 넣은 타월이 신선함을 뽐내고 있었다. 백미는 토이 스토리와의 콜라보 제품이었다. 이곳에서만 판다는 제품은 생활용품에서 문화상품으로 도약했다. 일상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이 작은 일상 속에서 다양한 감성을 이끌어내는 일이라면 이와 같은 것일까. 한편으로는 지나친 소비를 부추기는 상술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나이가 드는 것은 이어가고 싶은 관계만 남겨두는 탈피 과정이다. 이처럼 누가 뭐라고 하던 나에게 매력적인 것은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쓸데없는 것에 걱정을 하다니, 꼰대가 되었다. 나는 구입 하지는 않았지만, 신선한 제품을 본 것만으로 아주 긍정적인 자극이 되었다.
이 로컬 마켓 <AREA 6>는 삼진어묵에서 파생한 <삼진이음>에서 만든 것이다. 삼진이음은 어묵 생산법을 전파하기도 하고, 다양한 문화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이다.
그 중심에는 부산 기업이 지속가능한 부산 문화 사업을 이끌어가겠다는 포부가 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문화를 겉으로 치장한 그럴싸한 마케팅 방법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진심일 것이다. 좋은 기획은 무엇이고 또한 어떻게 해야 대중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수익 창출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할 것이다.
지역발전이란 무엇일까. 성장이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은 결국 대중으로부터 공감을 이끌어 내고 다양한 기획자, 생산자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라는 아주 기초적이고 추상적인 일을 끈질기게 시도하고 도전하는 일일 것이다. 자본과 네트워크와 사람 그리고 진정성이 함께 한다면 해낼 수 있다.
제조업이 최첨단 사업의 기반이 되었듯이, 어묵이란 식품 사업이 전통주, 화가, 디자이너, 향수, 서점 등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참 고무적이다. 나는 여기서 로컬 아티스트의 포스터 한 장과 영도를 다룬 잡지를 한 권 사서 돌아왔다. ‘나도 저런 꿈을 꾸고 실현하고 있었을 때가 있었지.’ 과분하게 담으려다가 넘치고 깨져버린 그릇은 폐기되고, 다시 진흙으로 처음부터 빚어내고 있다. 올해는 조금 그 형태라도 나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