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

by 랩기표 labkypy

의젓하게 놀이기구 위로 올라간 아들은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더니 곧 내려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뒤로 돌아서 다시 내려오라고 하니, 움직이지 못하겠다며 애처롭게 아빠를 외친다. 아이들은 이미 길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토리 같이 생긴 놀이기구 안으로 들어가고 있어, 몸집이 커다란 아저씨가 그것을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아들은 꼼짝달싹도 못한 채로 있었기에 덩치 큰 형과 누나들은 그런 아들을 옆으로 밀면서 지나가기 시작했고, 몇몇 아이들은 어서 올라가라며 짜증 섞인 말투로 핀잔을 주고 있었다. 아들보다 작은 아이가 ‘여기서 뭐하는 거지?’라는 표정으로 아들을 흘겨보며 지날 때는 그 모습이 화룡점정이었다.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수밖에 없었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극복하거나 혹은 포기하고 아빠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 작은 움직임에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고, 어쩌면 너의 생은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전과 후로 나뉠지도 모른다는 괴팍한 생각이 들어 이게 뭔가 싶기도 했다.


결국 덩치 큰 어른은 꼬리에 꼬리를 문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잠시만 지나가겠다며 아마도 어른으로는 처음이지 않을까 하는 놀이기구에 올랐다. 아들은 이제 손에 힘이 풀렸는지 부들부들 약간의 떨림이 느껴질 정도로 불안해 보였다. 혹시나 나의 무게가 더해지면 안전상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 주춤했지만, 사실은 아찔한 고도의 공포증이 밀려왔음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어 속으로 웃을 뿐이었다. 다행히 아들은 아빠의 손을 잡고 엉거주춤 안겨서 땅 위로 내려왔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홀로 유유히 뛰어 나갔다.


위기는 뜻하지 않게 찾아오고, 그것을 극복하는 순간 성장한다… 잘 커라. 용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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