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날

by 랩기표 labkypy


지상이 할머니와 고모들이 거제도로 왔다. 어린이날과 아버이날을 즐겁게 보내게 위해서였다. 어릴 적, 이 연속된 날들은 조부모 손에 버릇없이 크던 소년의 가슴을 더욱 시리게 했었는데… 라는 생각을 잠시 하며 일어난 아침, 날은 맑았고 햇살은 따스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기분 좋게 오전 일찍 도착한 황포해수욕장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바닷가를 마주하는 자리에는 각양각색의 텐트가 자리를 잡고 빈틈을 내주지 않았다. 그나마 바닷가에서 조금 떨어진, 숲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행운이었다. 곧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장으로 몰려왔고, 자리가 없어 아쉬움을 남긴 채 밖으로 밀려 나가기도 했다.​


짐을 풀고, 타프를 치고, 아늑한 보금자리를 만든 후 바다로 갔다. 물은 생각보다 차갑지 않고, 발을 담그고 놀기에 적당했다. 몇몇 아이들은 바닷물에 온몸이 젖은 채 히죽거리며 신나게 놀았다. 지상이도 무릎 높이를 넘어선 자리까지 들어가더니 결국 옷이 흠뻑 젖었다. 잔잔한 파도가 이는 바닷물 안에는 간혹 소라게가 지나다녔고, 모래에 숨을 요량으로 보호색을 갖춘 물고기가 신중하게 헤엄치고 있었다.

싸온 음식들을 먹고, 휴식을 취한 뒤 해수욕장 옆에 있는 작은 마을로 갔다. 차분하고 조용한 마을이었다. 방파제 어귀에 쭉 둘러쳐진 나무 데크 위를 걸었다. 태풍이 심하게 왔는지 중간에 난간이 부서져 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도 전망 좋은 곳에서 우리는 기념할 만한 사진을 찍었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마을 언덕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 갔다. 카페에서 바라본 마을은 이국적이었다. 한적하게 마음을 비우며 가만히 앉아서 쉬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해가 질 때 즈음에 철수하고 저녁을 먹으러 횟집에 갔다. 저녁 시간대라 사람이 붐볐다. 회는 아주 싱싱했고, 함께 나온 음식들은 다양하고 맛있었다. 기분 좋게 저녁식사까지 마치니 훌륭한 하루가 되었다. “어린이날, 어땠어?”라고 지상이에게 물으니, 재밌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성공적인 하루였다.

이게 무엇이라고, 아무 소용없다고 하는 것보다 이 날을 빌어서라도 의미를 찾으면 삶은 더욱 윤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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