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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by 랩기표 labkypy


주인공 우드루프는 로데오를 즐기는 보수적인 상남자였다. 실제로는 바이섹슈얼리티라고 하지만 영화에서는 동성애를 경멸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는 에이즈는 동성애자들에게 내리는 저주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하기에 자신이 그 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의사로부터 처음 들었을 때 사실일리가 없다며 격렬하게 부정한다. 그러나 곧 몸 상태가 심하게 악화되자, 자신의 목숨을 뺏으려고 하는 병에 대해 공부부터 했다. 결국 자신의 문제는 난잡한 성생활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30일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의사의 호의적인 치료에 따르지만 병이 호전되지 않자 벼랑 끝에 선 마음으로 금지된 약물을 구해 사용하기 시작한다. 불완전한 치료약은 불안에 떠는 환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의미했다. 그는 온갖 약물을 자신의 몸에 투여한다. 면허가 취소된 의사가 마지막 희망을 건네며 마약은 면역계를 약화시킨다는 말을 하자 그마저 끊는다. 우드루프의 시한부 인생은 무허가 약물 투여와 건강한 식단 유지 그리고 마약 중단으로 30일에서 7년으로 연장된다.


그 이유가 무허가 약 때문인지, 건강한 식단 때문인지, 마약을 끊은 것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우드루프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결과로 자신을 신화로 만들었다. 우리는 치료약이 필요합니다. FDA는 제약회사의 뒷돈이나 받아먹는 썩은 관료주의 집단이요. 의사는 진정성이 부족하오. 여러분들은 여러분처럼 목숨을 두고 싸우는 동지를 따라야 합니다. 자 이것을 보시오. 여러 매체에서 검증한 자료입니다. 머리가 아플 땐 펩타이드 T를 쓰는 게 좋을 겁니다.


영화는 우드루프가 전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며 경멸했던 공식적인 에이즈 치료제 AZT의 문제는 투여량에 있었고, 다른 제품과 적절한 비율로 섞어서 사용해 많은 생명을 구했다는 설명으로 끝난다.


우드루프의 신화는 완벽한 것은 아니었지만, 변화의 기점이 되기는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면허 약물 유통업자의 업적이 위대한 것은 아닐 것이다.


감독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난잡한 생활의 바닥 인생을 살던 우드루프가 약물 유통업으로 큰돈을 벌고 많은 에이즈 환자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을 만큼의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인물로 성장하기까지는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로데오 경기로 도박을 하거나 사기를 치며 돈을 벌던 그의 자질이 죽을병을 치료하기 위한 집념으로 바뀌자 부자가 되고 전문가 행사까지 하게 되니 말이다.


진정성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생성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 내게 죽을 만큼 소중하고 해결야 되는 문제를 품고 사는 이는 스스로 신화가 되어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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