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재밌다

by 랩기표 labkypy


첨벙첨벙 물 속에서 헤엄을 치다가 나왔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은 없었다. 바다는 우리 차지였고 넓은 대양의 품에 안겨 정신없이 놀았다. 조금 후에 중년 부부께서 나무그늘 아래 자리를 잡았다. 이후 다른 가족이 애들 둘을 데리고 합류했다. 먼저 온 부부와 일행인 것 같았다. 두 여성 분께서 친한 걸 보니 외가 식구들의 모임인 것 같았다. 두 딸은 이제 중학생 정도 되어 보였다. 그들은 가져온 음식을 왁자지껄 해먹고 난 후, 우리와 바다를 나누어 가졌다. 나누었지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더 늘어난 것 같으니 이것은 아마도 세상의 이치라는 것은 모든 곳에 균등하게 통용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그들과 특별히 함께 한 것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두 딸은 지상 군을 귀여워했고, 가져온 튜브에 태워서 함께 놀기 시작했다. 어른들께서는 거제도 출신인 것 같았다. 물질에 쓰이는 수경과 목장갑을 끼고 아주 큰 게, 그러니깐 손바닥보다 큰 게를 물 속에서 건져올리셨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적잖이 놀랬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


“아니, 이렇게 큰 게가 있어요?”​


“그럼요.”

“저는 여지껏 보지 못했습니다만…”

(그런 나를 보며 웃으며)

“조금 깊은 곳에 가서 돌을 슬쩍 들어보세요. 게가 놀래서 나올겁니다.”

실제로 나왔다. 나는 튀어 나온 게보다 더 놀래서 “여기에 있어요!”라며 체면도 차리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두 딸의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는 웃으시며 장갑 빌려드릴테니 잡아보라고 했다. 나는 장갑을 받아 얼른 끼고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게는 보이지 않았다. 바닷물만 내가 이리저리 헤쳐놓아서 그런지 뿌애졌다. 나는 괜히 민망해 장갑을 주인에게 돌려드리며 “어디 갔나봅니다…”하고 피식 웃었다.​


이후 몇 번 큰 게를 보았다. 본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런데 건너편 집에서는 이제 해삼을 길어 올리는 게 아닌가.


“와… 이런 것도 있어요?”

(역시 웃으며)

“네…완전 자연산!”

그 와중에 아들은 두 딸과 재밌게 보냈다. 아니, 두 딸들이 고맙게도 놀아주었다고 해야겠다.

그렇게 평온한 시간은 반짝이는 바다 위를 훑고 지나갔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 것보다 누구와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

자주 가는 장소도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모두 다 사람 덕분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친절만큼 기분 좋아진다. 짧은 여행도, 긴 여정도 모두 다 그러할 것이다. 익숙함과 새로움이 함께 하면 더욱 즐겁다. 나누면 반이 아니라 배가 되는 바다처럼 그렇게 풍성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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