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ypyo Sep 26. 2023

불꽃놀이

해마다 열리는 불꽃축제 날이었다. 민수는 자신이 속한 공연팀이 큰 행사의 게스트로 초대 되어서 아주 기뻤다. 지역에서 힘들게 공연을 하면서 꿈을 키워가던 그는 작은 무대라도 주어지면 그것으로 아주 행복했다. 힘들게 만든 곡을 연주하고 사람들이 작은 박수라도 보내주는 날에는 밤새 그 기분을 즐겼다.


많은 인파가 몰리기 직전에 그는 메인 무대로 향했다. 가끔씩 마주치던 공연 관계자에게 인사를 했다. 공연 관계자는 목에 수건을 둘러메고 있었고, 까맣게 탄 피부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약간의 짜증이 얼굴에 끼어 있었지만 자신은 이 행사를 책임질만큼 관대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지 어색하지만 힘이 들어간 기합 소리처럼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어느 스텝을 따라가면 된다고 했다. 표정이 구겨진 스텝을 따라가니 메인 무대에서 한참 떨어진 구석 장소로 이동했다. 스텝은 전기선과 스피커 사용법을 알려주면서 주어진 시간동안 공연을 하면 된다고 했다. 민수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느꼈지만 심호흡을 길게 한 번 하고는 동료들에게 장인은 도구를 따지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보자고 파이팅을 외쳤다.


버스킹 같은 공연이 이어졌다. 사람들의 호응은 좋았다. 공연을 무사히 끝마치고 팬이라며 몰려든 사람과 사진을 찍고 일부러 찾아온 지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던 차에 메인 무대에서 큰 소리가 났다.


누구나 알만한 가수의 노래가 라이브로 흘러나왔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졌다. 민수와 팀원들은 익숙한 듯 그 모습에 웃었다. 그리고 서로를 다독거렸고 이후 일정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민수는 팀원들과 헤어지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일찍 가기로 마음 먹었다. 가는 길에 본행사를 보러 내려가는 사람들의 무리를 뚫고 오르막길을 올랐다. 그는 대중과 역행하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


시간이 흘러 오기로 한 친구들이 다 모였다. 그 중 하나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왔다. 불꽃이나 보러 이 먼 데까지 온 줄 알았는데, 차림이 어쩐지 부랑자 같았다. 그의 옆에는 아이스박스와 작은 불꽃놀이 기구가 있었다.


뭐했냐.


이거 팔았어.


엉?


이거 팔았다고.


진짜야?



그냥 어느 날 학교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부산 불꽃축제 한다고 하는데, 돈이나 벌면서 여행하자고 했어. 그래서 저기 큰 마트가서 생수랑 불꽃놀이 사서 바닷가에서 팔았어.


얼마나


한 두세배 프리미엄 붙여서 팔았는데…몇 달 용돈은 번 거 같아.


대단한데?


근데 너무 힘들어… 다음엔 안 할 거야. ㅎㅎ



***


이후 민수와 그 친구는 각자의 길로 갔다. 민수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열정을 태웠고, 친구는 큰 부자가 되기 위해서 시대의 흐름에 돈을 태웠다.


친구는 곧 부자가 되었고, 민수는 상경하지 못한 채 지방에서 알바를 하며 음악을 했다. 그리고 민수는 곧 경제적으로 궁핍해졌고, 결국 취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민수가 그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그 불꽃축제가 있었던 해로부터 15년이 지난 추석 때였다. 오랜만에 친구들이 모여 한 잔 하기로 한 것이다. 민수는 그 친구에게 물었다.


돈 많이 벌었냐


아니.. 그냥 열심히 살고 있어


요즘 트랜드가 뭐야


나도 잘 몰라. 그냥… 예전에 나 불꽃축제가서 물 팔았던 거 기억해?



그거랑 비슷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서 그들이 원하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투자한 금액보다 일정 차액을 벌면 이제 다른 일을 준비하는 거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워…ㅎㅎ 그리고 적절히 운도 따라줘야 하는 거 같고. 중요한 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실행하면 되는 거 같아. 탐욕이 화를 부르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고.


그러면 너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한 적은 없어?


이게 내가 원하는 거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하는 거지 네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게 아니잖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근데 나는 이렇게 생각해. 내가 부자가 되고 싶은 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개념이라기 보다는 오늘 하루 나를 만족시켜주는 일상을 지켜낼 수 있다는 개념이야. 거창한 것보다는 소소한 거야. 비싼 차나 아파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고 싶거나 먹고 싶은거 생겼을 때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것… 혹은 아이가 원하는 것 있으면 해줄 수 있는거…아플 때 돈 걱정 안 하는 거…그런 삶의 가능성을 높여가는 과정인 거 같아.


흠…


사실, 나는 잘하는 게 별로 없는 거 같아. 그냥 공부하는 게 좋았던 거 같고, 엉뚱한 상상을 할 때 일단 부딪혀보고 그 결과를 보는 것도 좋았고…. 그래서 결국 세상에 돈은 돌고 도는 데, 그 돌고 도는 돈은 인간의 상상과 맞닿아 있고, 그 상상으로 세상은 굴러가고…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뭐 그런 삶이 되어버린 거 같네..ㅎㅎ


그렇구나… 나는 여전히 음악을 해


알고 있어.


근데, 어쩐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아. 어느 새부터인가 잘못되어 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


나도 잘 모르는 분야니깐…근데 생각해보면 결국 생활은 돈이니깐, 음악이 생활이 될려면 돈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면 아까 내가 말한 것과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과연 그게 충족할 만한 상황인가를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


음…



끝.

작가의 이전글 이론은 잘못한 게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