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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May 09. 2024

포커판을 지배한 엘리트 여성

[영화] 몰리스 게임

https://youtu.be/bnuXTzKmp3Y?si=EgWrxFnUJRqAfvVg



몰리 블룸은 30살이 되던 해인 2008년부터 비밀 도박장을 운영했다.

세금을 꼬박꼬박내는 합법적인 회사였다.

LA에서 시작해 뉴욕으로 넘어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포커 하우스가 되었다.

그녀의 고객은 연예인, 기업인, 프로 선수, 투자자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였다.

사교계에서는 몰리 하우스에 초대를 받는 것은 일종의 자기 지위를 확인하는 것과 비슷했다.

욕망과 자본, 시기와 질투가 섞여 밤새 서로의 것을 탐했다.


몰리가 처음부터 포커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심리학 교수였던 아버지의 엄격한 훈육으로 운동과 공부를 잘했다.

한 때 미국 스키 여자 국가대표의 강력한 후보였다.

하버드 법대에는 우수한 성적으로 붙었다.

그녀의 꿈은 국가대표선수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로스쿨을 졸업해 커리어를 쌓은 뒤 자신의 로펌을 세우는 것이었다.


거침없던 그녀에게 미래는 꿈꾸는대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생은 모든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연히 사고가 발생하고 선수 생명을 잃는다.

이후 그녀의 인생은 꼬였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다.

법대를 휴학하고 자신이 지내는 곳과 다른 따뜻한 LA로 이동한다.

친구 집에 머물며 클럽 서빙과 개인 회사 비서직을 겸한다.

야무지고 꼼꼼하고 열정넘치는 성향 탓에 금새 자리를 잡는다.

그때, 우연히 찾아온 것이 포커였다.


비서로 일하던 직장 상사는 포커 하우스를 운영했다.

상사의 지시로 그녀는 그와 함께 하우스 운영을 돕게 된다.

재수없던 상사와는 달리 하우스에 참가하는 멤버는 화려했다.

헐리우드 유명인들이 모두 그곳에 모였다.

부자들이 모여 도박판을 벌이자 그들의 허영만큼 그녀의 지갑이 부풀었다.

돈이 쉽게 벌리자 리스크 감수도 쉬워보였다.

하룻밤 사이에 억단위로 드나드는 돈이 그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돈이 필요했다.

아니 새로운 인생의 목표가 필요했다.

그녀에게 찾아온 실패는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재능을 증명할 거리가 필요했다.

그녀는 포커판으로 사람들을 휘두르는 자리를 목표로 삼는다.

유명인과 세력가들이 한없이 작아지는 포커판.

그 판 위에서 승자와 패자는 항상 갈렸지만, 그것을 관장하는 그녀는 언제나 승자가 되는 게임.

그것이 바로 몰리의 게임이었다.


그러나 위기는 곧 찾아왔다.

More Money, More Problem


급속한 성장은 결국 탈이났다.

몰리 하우스가 유명해질 수록 검은 손길이 뻗쳐왔다.

욕망에 눈먼 사람들은 감당하기 힘든 빚을 지게 되었고, 그 빚은 곧 몰리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했다.

어떻게든 대안을 마련해야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마치 그때와 같았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을 눈 앞에 둔 순간, 몇억 분의 1의 확률로 얼어붙은 나무 가지를 밟고 넘어지는 것.

딱 한번의 실수, 딱 한번의 불운으로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그 순간.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실패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완벽의 완벽을 추구하는 자에게 전에 없던 실수는 용납되지 않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지기도 한다.

내가 조절할 수 없는 무언가에 지배당하는 기분.

최선을 다해도 결국 무너질 것이 뻔하다는 절망.


크고 단단한 나무가 태풍에 부러지는 것과 같다.

오히려 작고 얇은 갈대는 흔들리다 다시 일어선다.


몰리는 큰 나무가 되어 있었고 큰 태풍에 부러질 직전이었다.

사업을 시작한지 8년만에 러시아 마피아에 엮여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경제사범과 연관된 범죄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위기를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검찰은 몰리가 가진 패를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믿었던 이들의 세계를 온전히 보호하기 위해 희생하는 길을 택한다.


영화는 이를 정의감으로 포장한다.


다행히 몰리는 몇 가지 위법행위에 대한 가벼운 형벌을 받고 다시 사회에 복귀한다.


영화<몰리스 게임>은 촉망받던 여성이 불행한 사고를 겪은 뒤 자신의 재능으로 사교계에서 이룬 성공 그리고 그 몰락의 여정을 그린다.

비밀 포커 하우스 운영이라는 흥미있는 소재와 함께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인물인 몰리를 통해 하나의 메시지를 남긴다.

처칠의 말이다.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하는 것“


불운으로 스키 선수 생활을 마감했고, 그 여파로 변호사가 되지 못했던 몰리에게 열정과 재기의 대상이 포커판이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윈스턴 처칠의 말은 맞고도 틀렸다.

몰리의 행동도 맞고도 틀렸다.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열정이란 수단보다는 그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


만약 몰리가 방황을 일찍 끝내고 자신의 해야 할 일, 즉 변호사가 되어 로펌을 차려 앞으로 나아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의 선택은 언제나 “만약”이라는 가정에 출발한다.


우린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

그 때 그 인물의 고통의 크기도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타인을 통해 항상 묻는다.

내가 무너졌을 때 나의 선택은 어때야 할지.

도전은 언제나 고통과 위험을 동반하지만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을 때 우리는 이것을 인내 또는 희생이라고 부를 수 있다.


세상은 변한다.

생각도 변한다.

곧 사람도 바뀐다.

우리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잃어버렸든, 과거로부터 얻어야 하는 것은 반복된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몰리는 그런 면에서 멋진 여성이다.

자신이 머문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최고가 되었으며, 이후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고 새롭게 방향 설정을 했다.

몰리는 현재 동기부여 강사로 활동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우리 또한 과거의 실수가 미래의 거름이 될 수 있도록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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