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굳이 무언가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없다
라고 답했다.
그러면 너는 살 이유가 있을까 물었더니 그는
없다
라고 답했다.
그래서 묻고 대답하는 자들은 그럼 이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을까 서로 고민하기 시작했고, 끝내 결론을 내리기를
없다
라고 했다.
그럼 우리는 무슨 수로 이 삶을 꾸려 나간다는 말인가.
이 많은 세상의 것들은 무엇을 위해 움직인다는 말인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기 위해서라기에는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에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술잔을 나누었다.
그러던 와중에 비가 내렸다.
창문에 하나 둘 방울이 처연하게 날아와 부딪히더니, 이윽고 큰 소리를 내면서 무리지어 땅을 적셨다.
한 사람이 다시 물었다.
비는 왜 내릴까
그야 물이 증발해 하늘이 품고 있다가 무거워지니 떨어지는 거지
다시 물었다.
그래, 그렇다면 비는 내릴 이유가 있을까.
자연의 법칙, 신의 섭리가 아닐까.
그래, 우린 그렇게 그냥 태어나고 살아가는 구나. 그러면 나는 비처럼 땅을 적시고 생을 살리는 무언가가 되어야 하는 거구나.
라고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