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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의 진보와 택시기사의 한숨

카카오 블루

by 랩기표 labkypy

출근을 전기자전거로 한 지도 꽤 되었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면 늘 택시를 타곤 했는데, 어느새 택시비가 생활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인의 추천으로 중국 직구로 전기자전거를 구입했다. 가격도 성능도 만족스럽다. 햇살을 받으며 바람을 가르는 아침, 출근길이 작은 기쁨이 되었다. 물론, 비가 오는 날은 어쩔 수 없다. 다시 택시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익숙하게 엘리베이터 앞에서 카카오택시 앱을 켜던 순간, 눈에 띄는 변화 하나가 있었다. 거제에도 드디어 '카카오 블루' 서비스가 도입된 것이다.


500원의 추가 수수료를 내면 빠르게 배차된다는 서비스. 일반 호출은 계속 실패했지만, 블루를 선택하자마자 택시가 배정됐다. 택시를 타고 기사님께 물었다.


“거제에도 이제 블루 서비스가 되네요?”


“네, 한 달 정도 됐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좋은데, 기사님은 어떠세요?”


그 순간부터 기사님의 표정이 달라졌다.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씀을 이어가셨다. 알고 보니, 카카오 블루는 회사와 카카오 간의 계약으로 이루어지며, 기사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박탈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블루는 고객 위치를 기사에게 먼저 보여주지 않는다. 예전에는 거리가 너무 멀거나 비효율적인 호출은 거절할 수 있었지만, 블루는 무조건 수락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너무 먼 지역까지 이동하거나, 단거리만 반복적으로 배차받는 일도 잦아진다. 물리적 이동은 많아지고, 수익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다. 회사 입장에서는 차량 회전율이 올라가 좋겠지만, 기사 입장에선 체감되는 건 노동 강도의 상승뿐이다.


결국 일부 기사들은 카카오 블루를 끄고 거제시 배차 앱이나 택시 승강장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카카오의 수수료 체계가 ‘카카오 호출 실적’이 아니라 '전체 매출'에 기반해 부과되기 때문이다. 택시 기사들은 기본 사납금도 내야 하고, 그 외 각종 경비도 부담해야 하기에, 콜을 많이 받아야 수익이 남는다. 그만큼 일을 더 해야만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다.


목적지까지 시속 60km를 넘기지 않는 속도로 이야기와 도로를 함께 달렸다.


과연 이 모든 게 비단 기사님의 엄살이자 몽니일까. 그동안의 관성에 따른 반작용인지 궁금해졌다.


여하튼 전기자전거로 출근하며 느끼는 소소한 만족과는 달리, 누군가는 같은 아침을 점점 무거운 하루의 시작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기술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그 이면에 있는 누군가의 노동을 기반으로 한다.


소비자인 나는 빠른 배차와 편리한 앱을 누리지만, 기사님은 과거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겨우 비슷한 수입을 벌 수 있는 구조 안에 있다. 기술의 발전이란 결국 '효율'의 이름으로 인간을 점점 더 시스템화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 불균형을 해소할 '진짜 혁신'이 필요한 순간일까?


어쩌면, 미래에는 이런 질문도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미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도입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예전 ‘타다’ 서비스가 택시업계의 반발 끝에 제도적으로 막힌 전례가 있다. 기술이 직업을 대체하는 시대가 다가올 때, 과연 우리는 어떤 대안을 준비해야 할까?


만약 내가 택시 기사였다면… 나는 이 변화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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