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자백의 대가
일부 스포가 있습니다.
윤수는 자신의 남편이 작업실 바닥에 피를 흘리며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순식간에 찾아온 불행은 그녀를 주저앉힌 채 울게 만들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녀는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그 다음에 벌어진 일은 상식의 영역을 벗어난다. 그녀는 능력 좋다고 소문난 검사에게 범인으로 지목당한다. 거짓말 같은 사실 앞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웃음이었다. 워낙 밝은 사람이었기에, 이러한 불행은 꿈처럼 곧 내일이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뿐이었다. 여러 정황들은 그녀가 범인이라는 주장을 중심으로 퍼즐이 맞춰지듯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진실을 향해 가기보다는 이미 정해진 결론을 향해 사건이 수렴되는 인상이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교도소에 가게 된다. 억울함을 토로해 보았지만 듣는 이는 없다.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끌려 들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녀의 운명은 점점 빛을 잃고 비틀거리며 교도소 한 켠에 쳐박힌다. 그 절망의 끝자락에서 실낱같은 손길이 뻗친다.
모은은 의사였다. 그녀는 어느 외국 고산지대에 위치한 비영리 단체에서 운영하는 듯한 센터에서 일을 했다. 자립하지 못한 사람들이 구호물품에 기대 삶을 이어가던 곳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나약한 이들을 돌보았다. 그 시간이 얼마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집으로 돌아갈 날이 머지않아 보였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곳에는 자신의 가족이 있었다. 아버지와 여동생은 그녀 삶의 이유였다.
그러나 그런 모은의 선행을 마치 신이 오만이라고 비웃듯 불행은 폭우처럼 내려와 모은의 온몸을 젖게 만들고 삶을 무너뜨렸다. 가족들이 갑자기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이었다. 그 시기는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그녀는 집으로 갈 수도 없었다. 코로나 환자를 돌보느라 여유가 없어 흘러 넘긴 동생의 ‘연락을 기다린다’는 간절한 메시지는 모은의 죄책감을 더욱 크게 부풀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가슴에 구멍을 뚫었다.
겨우 살아낸 그녀는 자신의 삶을 가족의 복수를 위해 쓰겠다고 다짐한다. 스스로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고, 돌아갈 곳 없는 자신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피의 복수였다. 하얀 백의의 천사는 그렇게 순식간에 악마가 된다.
이 둘은 교도소 독방에서 벽 한 칸을 두고 만난다. 모은은 윤수의 남편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고 자백하겠다고 말하고, 그에 대한 자백의 대가를 요구한다. 시리즈는 이후 누명을 쓴 윤수가 실제 범죄자가 되어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피해자였던 인물이 가해자의 자리에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은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윤수의 사건, 모은과 윤수의 거래, 그리고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우리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타인의 배려가 결여된 무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인간의 목숨도 하찮게 여기는 부유층의 오만, 그리고 믿고 싶은 대로 바라보는 확증편향으로 결론을 내려버리는 권력자의 횡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은 범죄 그 자체보다 범죄를 가능하게 만든 환경과 구조를 집요하게 비춘다.
특히 천사 같은 의사에서 악마 같은 살인자로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과연 우리의 정체성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우리에게 어떤 길을 터주느냐에 따라 형성되는 것인지. 같은 사람이 전혀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은 언제이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 시리즈를 이끌어 가는 것은 이정효 감독의 스토리텔링이지만 그 안에서 눈을 뗄 수 없도록 현란한 춤사위를 보여주는 것은 전도연과 김고은, 두 여 배우의 열연이다. 특히 김고은 배우는 초점을 잃은 눈동자와 힘없이 새어 나오는 말투로 인간이 만든 선악의 관념을 벗어난 존재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그녀가 연기한 모은은 이해하려 하면 불편해지고 외면하려 하면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 질문은 끝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작품은 묻는다.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은 정말 우리의 것인가.
https://youtube.com/shorts/qwvacYQmvgM?si=b8RAKx1KD7GWU_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