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의 두 얼굴

[디즈니 플러스] 메이드 인 코리아

by 랩기표 labkypy



〈남산의 부장들〉, 〈내부자들〉에서 권력과 욕망에 휘둘리는 인간을 그려냈던 우민호 감독의 첫 시리즈물이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제작해 많은 제작비를 들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보기 좋다는 말이다. 더불어 또 다른 우민호 감독의 작품 〈하얼빈〉에서 안중근 역을 맡았던 현빈은, 지금껏 보아왔던 이미지의 틀을 깨는 데 성공했다. 영상 콘텐츠를 통틀어 최고의 엔딩씬이라 불릴 만한 장면에서 그의 존재감은 넘볼 수 없는 아우라의 잔치였다. 또 한 명의 주연 배우 정우성의 연기가 어색하다며 왈가불가 말이 많지만 나는 그의 연기가 캐릭터에 맞게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두 인물부터 살펴보자.



그 첫 번째 인물은 독재 권력 기구인 중앙정보부의 요원 백기태(현빈)다. 어릴 적 일제강점기 시절, 부모를 따라 오사카에서 살게 된 그는 ‘조센징’이라 놀림받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쪽바리’라 무시당했다. 부모를 일찍 여읜 후 남동생과 여동생을 돌봐야 하는 운명을 짊어졌다. 드라마는 그의 과거를 상세히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가 핵심 권력의 요직까지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비범한 존재임은 틀림없다. 백기태의 삶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으나 이후 어떤 궤도에 오르게 되자 더 높은 하늘로 올라가고 싶은 이카루스의 날개를 단 것 같았다. 그는 오로지 권력에 대한 의지 하나만으로 상승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다.


그에게 중요한 건 ‘어떻게 하면 자신보다 위에 있는 상사의 자리에 갈 수 있을까’ 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돈으로 권력을 사는 것이다.


그 방법이 무엇일까? 바로 마약 수출이다. 당시 이미 마약은 암암리에 통용되던 시대였다. 마약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는 조직폭력배를 뒤에서 조종해 돈을 번다는 것이 백기태식의 창조경제다.


이처럼 부정행위를 통해 국부를 늘리는 사례는 낯설지 않다. 현대의 남미 등 일부 국가에서 독재 권력이 어둠의 산업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벌어들이는 모습을 우리는 종종 미디어를 통해 보게 된다. 그리고 한국 대학생의 살인 사건을 계기로 알려진 캄보디아 실상에 대한 보도에 따르면, 불법 산업의 연간 수익이 공식 GDP의 40~60% 수준으로 추정될 만큼 거대하다고 한다. 이러한 산업은 한 국가의 구조적 부패 문제와 맞물려 존재해 왔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도 근 10년 차 독재 정권의 비호 아래, 목적 달성 시 수단이 정당화되는 현실이 어떠한지 그려내고 있다.


백기태는 이와 같은 논리를 이용해 상사를 설득한다.

“우리가 마약을 만들어 일본에 수출하면 국부도 늘리고, 일본에 복수도 할 수 있다.”


수출 국가 입장에서 이보다 ‘나은 사업’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것이 바로 애국이라고 외친다. ‘메이드 인 코리아’로 애국을 한다고.


백기태는 그렇게 번 돈으로 권력의 환심을 사고 마침내 그 권력을 차지한다.



그를 막고자 하는 또 다른 ‘애국자’가 있다. 바로 검사 장건영(정우성)이다. 그의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갔다가 마약 중독자가 되어 돌아왔다. 중독은 결국 가족을 파괴했고 그의 어머니는 그 아버지의 손에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장건영은 이 사건을 계기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검사가 된다.


검사가 된 그는 백기태가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마약 사업을 벌이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당시 사회는 법보다 권력이 우선하는 세계였다. 권력의 중심에는 중앙정보부가 있었고 그 중심에는 백기태가 있었다. 법보다 권력으로 유지되던 세상에서 장건영의 발악은 허망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이상의 영웅주의는 현실의 권력 앞에 무릎을 꿇는다.


시즌 1의 마지막, 백기태는 숱한 위협과 고난 끝에 결국 중앙정보부의 수장이 되어 요원들의 박수 갈채 속에서 의자에 앉아 시가를 피우며 연기를 뿜는다. 흑백 화면에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그는 하늘 위로 올라간 것처럼 보인다.


우민호 감독은 스스로 애국이라 믿으며 욕망과 목적을 위해 달려온 백기태를 통해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사는가. 애국이란 무엇이며,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든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간판을 붙여도 자랑스러울 것인가.


이러한 물음들은 냉정한 현실 앞에서 허리 한 번 펴지 못한 채 밑으로 꺼질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그러하기에 더 밝게 빛날 여지를 남기는 것 같다. 과연 시즌 2에서는 현실 앞에 쓰러졌던 이상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천사에서 악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