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짜를 보니 토요일이다.
세상에 저번 주 토요일이 벌써 이번 주 토요일로 변한 것이다.
육아는 이렇다.
육아의 세계에 들어서면 시간의 개념을 잃어버리고 공간 속 일상적 생활도 자각하지 못한다.
몸에 긴장이 풀려 먹는 양이 먹어지고 세수, 머리 감기, 칫솔질이 뜸해지면서 어쩌다 거울을 보게 되며 참으로 못생겼다 못생겼다 중얼거린다.
하루는 패밀리 침대에서 둥이를 안고 부둥키며 김밥말이를 놀이를 하는데
아이가 아파하는 소리를 지르며 "엄마 발은 수달 같아"하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내 뒤꿈치 하얀 각질이 첫째 하얀 허벅지에 스쳐 분홍선이 드리워져 있었다.
하얏 뒤꿈치가 왜 수달처럼 보였는지는 아이만 알고 있겠지만 그날 부끄러운 마음으로 묶은 각질에 바셀린 연고를 수북이 발랐다.
옆방에서 웃는 대화가 들려왔다.
남편 - 얘들아 엄마 잠만보 닮았다
둥이 - 맞아, 엄마 배는 말랑말랑해
남편 - 엄마는 꼬부기라도 돼야지 귀여운데
씁쓸함과 웃음 사이 어딘가 위치한 남편과 둥이의 대화였다.
부자간의 대화에 의미가 있어 보여 자존감이 흔들리고, 멀리 보면 유쾌함인데 가까이 보면 조롱처럼 보이는 것이 한동안 마음에 묵직하게 남았다.
남편의 익숙한 농담이었지만 그날은 내 못생김이 한층 더 돋보여 앙칼지게 싸움을 하고 싶었지만 '화'마저 피로에 녹아 그저 그날 저녁을 먹지 않기로 결심하며 일 년 전 사둔 효소 몇 알을 입에 털며 문득 저녁 다이어트로 적합하다는 사과 한 조각과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매일매일 바닥까지 휘젓는 힘든 육아의 나날 속에도 아이, 남편의 시선에 고운 엄마, 이쁜 아내로 머물고 싶다.
오늘 상황들을 유쾌하게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배가 핼쑥하고 뒤꿈치에 각질 없는 여자'가 되고 싶은 내 긍정적 의지 때문이리라.